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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현의 THE교육] 학폭법 개정 방향 ②비밀누설금지의 모순, 진정한 사과와 용서를 가로 막는다

더에듀 | 푸른나무재단 실태조사에서 피해학생이 원하는 1순위는 ‘마음의 상처 치유·회복·보호’(21.5%), 2순위는 ‘가해학생의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20.5%)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많은 피해학생이 심의위원회의 회의록을 받으면 실망합니다. 가해학생의 서면사과를 받고 나면 분노하게 됩니다. 하나도 반성하지 않고 거짓말을 여전히 하고 있으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제도적인 모순이 있습니다. 가해학생은 피해학생의 주장이 무엇인지, 어떤 부분을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지, 무엇을 사과받기를 원하고 있는지 전혀 설명들을 수 없습니다.

 

이런 모순에 빠지는 이유는 ‘학교폭력예방법 제21조 비밀누설금지 조항의 과도함’ 때문입니다. 일부 교육계는 교육의 사법화라고 부정적으로 말하지만, 어설프게 절차만 인용하면서 사법의 재판도, 행정의 청문도 아닌 괴물이 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 제안 – 학교폭력예방법 제21조 비밀누설금지를 개정하라!


학교폭력예방법 제21조 (비밀누설금지 등)

① 이 법에 따라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거나 수행하였던 사람은 그 직무로 인하여 알게 된 비밀 또는 가해학생ㆍ피해학생 및 제20조에 따른 신고자ㆍ고발자와 관련된 자료를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제1항에 따른 비밀의 구체적인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③ 제16조, 제16조의2, 제17조, 제17조의2, 제18조에 따른 심의위원회의 회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 다만, 피해학생ㆍ가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가 회의록의 열람ㆍ복사 등 회의록 공개를 신청한 때에는 학생과 그 가족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주소, 위원의 성명 등 개인정보에 관한 사항을 제외하고 공개하여야 한다.

 

비밀누설금지 조항의 문제는 기한과 목적의 제한이 없어 상호의 주장과 증거가 무엇인지 학교 전담기관/제로센터 전담조사관의 조사 > 심의 > 행정심판 그리고 그 이후의 사과절차 속에서도 전혀 알려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소송해야 법원의 증거채택 절차와 준비서면을 통해 상대방이 무엇을 증거로 하여 어떤 주장을 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시점은 행정심판이 없어도 4~5개월, 행정심판을 하고 오면 1년이 지났기 때문에, 사실관계보다 상대방에 대한 분노만 가득하게 됩니다.

 


심의 > 조치결정/회의록 공개 내내 서로 싸우게 만드는 비밀누설금지


학교전담기구/전담조사관의 조사단계에서는 단계의 특성상 상대방의 주장이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는 사법절차인 경찰/검찰 수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각자의 주장과 입증할 증거들을 제출할 뿐입니다.

 

전담조사관은 제출된 주장과 증거를 기반으로 공통점과 서로 다른 쟁점사안을 정리한 ‘사안조사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 심의준비 : 심의일자를 통보하는 심의참석 안내문에는 일시와 장소, 사건행동 등 간략히 사안을 안내합니다. 이 단계에서부터 사법절차와 달라집니다. 재판이라면 준비기일을 통해 상대방의 주장과 증거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받을 수 있고, 대응을 준비할 수 있는데, 학교폭력 심의에서는 모두 비밀입니다. 상대방이 어떤 주장과 증거를 냈는지 모르니 방어권 행사가 불가능하고 심리불안이 증폭되는 시기입니다.

 

- 심의 : 심의위원의 현장질문 중에 상대방의 주장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도 심의를 연기하며 입증 자료를 제출할 수 없습니다. 내 주장이 상대방의 제출증거에 의해 부정되거나, 상대방 증거가 왜곡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답답한 마음에 몇 마디 설명하지만 미리 준비하지 못함을 후회하고 미리 알려주지 않은 학교와 지원청을 원망하면서 나옵니다. 이는 분명 사법의 ‘재판’과는 다르며, 행정의 ‘청문’과도 구분되는 괴이한 절차입니다.

 

- 조치결정 및 회의록의 공개 : 조치결정문을 받고 회의록을 공개 받아야 상대방의 주장을 일부 알게 됩니다. 회의록은 전문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고, 내용을 편집하기도 하거나 약식으로 작성하며 심의위원들은 정회를 하고 기록 없이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가해/피해 모두 자신이 말했던 것이 사라졌거나 다름을 알게 됩니다. 잘못을 알게 되어도 심의는 이미 종결되었습니다.

 

이를 따지려면 행정심판/소송으로 가야 한다는 분노는 결국 진정한 사과와 반성, 용서를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어설픈 약식 회의록의 공개는 제도적 불신과 원망만 쌓아갈 뿐입니다.


결정을 수용하고 조치를 이행해도, 거부하고 행정심판을 해도 서로 싸우게 만드는 비밀누설금지


- 조치이행 : 가해학생의 특별교육 이수과정에서도 비밀은 강제됩니다. 누구도 특별교육 상담사에게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주장이 어떻게 다른지 알려줄 수 없습니다. 특별교육 상담사는 가해학생이 회의록을 가지고 오면 일부 유추가 가능하지만, 가해학생이 말한 내용을 기반으로 가해학생의 마음을 상담할 수 있을 뿐입니다.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입장을 조율하며 반성과 사과, 용서를 이끌어 내는 게 아니죠. 그러니 피해학생은 특별교육을 이수하고 온 가해학생에게 전혀 변한 것이 없다고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조치에 특별교육이 없으면 교원에게 책임이 넘어갑니다. 학교 담임도 어떤 증거가 제출되었는지, 심의회의록 조차 받지 못합니다. 혹여 안다고 해도 피해/가해학생에게 설명할 수 없으며, 학교 전담교원도 증거와 주장을 일부 알고 있지만 심의회의록은 볼 수 없습니다. 피해/가해 학생에게 상호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를 설명하면 비밀누설로 인해 제22조 벌칙에 따라 1천만원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게 됩니다.

 

- 행정심판 : 행정심판을 해도 여전히 상대방의 증거를 보는 것은 어렵습니다. 행정심판은 서면중심이고 상대방에게 증거제출을 강제할 수 없습니다. 피해/가해학생은 이해관계자로 등록하여도 제로센터에서 보관 중인 증거를 직접 보는 것은 불가능하며, 행정심판에 제출된 서류만 볼 수 있고 변호사를 통해서 서면의견을 제출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아무것도 설명 들은 바 없는 가해학생이 작성한 서면사과문에 피해학생이 원하는 사안을 사과하는 것도 어렵고, 피해학생이 이 사과를 받아들일 확률은 더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법도, 행정도 아닌 비밀누설금지를 개정해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


비밀누설금지의 문제는 기한과 목적에 제한이 없을 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의견에 반해서도 비밀을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사건 초기 작은 갈등은 화해중재나 분쟁조정, 사안조사, 피해학생 전담지원기관의 상담 단계에서는 주장과 증거를 상대방에게 보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내 증거를 맞춰보며 사건을 재구성하는 것을 당사자들이 원하기도 합니다. 현재의 비밀누설조항은 당사자들의 의지까지 막습니다.

 

물론 직접 전달하는 것까지 금지하지는 않지만 감정이 격한 상태에서는 피해학생 지원전담기관이나 화해중재단 같은 중간 조정자가 꼭 필요합니다. 당사자의 결정에 따른 정보의 교환은 상호 사과와 용서를 이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이를 허용해야 합니다.

 

조사가 완료된 이후에는 사안조사보고서가 공개되어야 합니다.

 

학교장종결을 한다면 사안을 덮고 화해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사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사안조사보고서를 공개하고 각 상황에서 행동을 반성하고 감정해소를 유도하고 오해를 풀어나갈 시간을 전문가와 함께 만들어줘야 합니다.

 

심의를 선택해도 사안조사보고서는 공개되어야 합니다. 상대방이 잘못 알거나 오해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행위는 하나지만 그 해석이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으며 이에 대해 충분히 물어보고 소명하는 시간을 가져야 감정이 해소되며 행동을 반성하게 됩니다. 불법수준의 행동은 아닐지라도 도덕적으로 반성해야 할 수위를 잘 이해시키는 과정은 꼭 필요합니다.

 

심의조치를 수용했다면 특별교육 이수기관이나 피해학생 전담지원기관 등 상담기관이나 행정/법률 지원기관에 제공되어야 합니다. 심의는 사실관계를 확인했을 뿐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사과와 반성, 용서를 이끌어 내는 게 아닙니다.

 

심의 이후에 피해학생은 사과받고 싶은 부분과 용서할 준비를, 가해학생은 사과와 반성할 준비를 하기 위해 사건을 제3자의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고 살펴보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행정심판으로 분쟁이 계속되더라도 관련자료의 공개는 꼭 필요합니다. 어차피 법률분쟁 중인데 자료가 공개돼서 발생할 추가 불이익이 없습니다. 차라리 공개를 통해 신속히 마무리되는 것이 더 이익입니다.

 

추수상담도 비밀누설금지 제약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현재의 학교폭력 상담은 특별교육밖에 없는데, 특별교육 이수시간이 종료 후 추수상담이나 학교 상담사/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연계에서도 심의 관련자료를 활용할 수 없습니다. 학교폭력의 마무리는 화해와 관계의 회복인데 비밀누설금지 조항에 갇혀 어떠한 후속조치도 할 수 없습니다.

 


‘교육’이 사법/행정과 다름을 입증하려면 비밀과 공개에 유연해야 한다


교육이 사법/행정과 다른 점은 사실확인 과정의 객관성·중립성이 아니라, 사실을 확인해 가는 과정을 통해 학생을 성장시킨다는 것입니다.

 

앞선 기고에서 밝혔듯이 학생확인서를 쓰는 과정은 학생에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고,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방법을 익히고 생각한 후 행동하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심의 조치결정 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면사과문을 작성하며 육하원칙과 문장구성을 배우고, 사과하는 용기, 용서를 하는 관대함 등도 배워야 합니다. 가해학생의 반성에 반응하는 피해학생의 태도도 중요한 교육포인트입니다.

 

많은 분이 학교폭력의 처리과정이 ‘교육’이어야한다고 말하는데, 판단절차가 학교 안의 자치위원회일 때는 교육이었고, 지원청의 심의위원회일 때는 사법인가요?

 

저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들의 구체적 말 한마디에서 사법과 교육의 차이가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차이를 명시적으로 살피기 위해 다음 기고는 구제는 ‘학교폭력 관련 매뉴얼 및 통계의 전면공개’입니다.

 

학교폭력의 사법화를 반대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학교폭력의 교육화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하기를 희망합니다.

 

교육의 책임은 교원들만 부담해서는 안 되고, 학교폭력 생태계의 모든 지원기관이 동일한 기조로 동작해야 합니다. 이 관점에서 저는 학교폭력예방 제21조의 ‘비밀유지조항을 기간과 목적을 명확히 하고, 당사자의 의사결정이 비밀유지조항보다 우선하도록 개정할 것’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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