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 교사와 정책 입안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다. 그동안 정책 실행자라는 위치에 갇혀 위에서 내리는 정책을 집행하기만 하던 역할을 벗어 던지고 현장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책에 직접 목소리를 내며 현장 변화를 견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초등 교사들은 초등교육 현장에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할까. <더에듀>는 ‘대한초등교사협회’ 소속 교사들의 목소리를 직접 확인하는 ‘교실 비하인드’를 준비, 생생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
초등학교 교실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다. 교실의 변화는 곧 우리 사회의 변화이다.
25년간 교단에 서며 분명히 느낀 사실이 있다. 아이들만이 아니라, 학부모의 교육 방식 역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크게 변해왔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학부모들은 학교와 교사의 교육적 권위를 비교적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아이가 학교에서 속상한 일을 겪어도 부모는 학교와 가정을 구분했고, “그래도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자”, “네가 잘못한 행동은 없었는지 돌아보자”고 조언했다. 부모와 자녀는 정서적으로 밀접했지만, 판단은 분리되어 있었다.
그러나 저출산 기조가 심화하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하나뿐인 내 아이’가 어떤 상처와 좌절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점점 강해졌다.
문제는 그 마음이 과도한 보호로 이어질 때다. 교사의 교육 활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충분한 상담과 숙고의 과정을 거치기보다 곧바로 민원을 제기하거나, 심지어 학교폭력 신고와 아동학대 신고 절차를 남용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평화롭던 교실은 어느 순간 긴장과 경계의 공간이 되었다. 일부 과잉 보호적 태도는 교실의 균형을 흔들고, 교사는 교육적 판단보다 법적 위험을 먼저 계산하게 된다. 한두 명의 극단적 요구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일관되고 공정한 지도를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적절한 문제 제기와 합리적 제안은 교육을 건강하게 만드는 요소다. 그러나 ‘내 아이가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안 된다’는 전제가 교육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성공하는 아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최근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전문가인 조선미 교수는 ‘빠른 선행’이 아니라 ‘생활의 기초 역량’을 강조한다. 교실에서도 분명히 확인된다.
‘감정이 흔들려도 자리를 지키는 힘, 과제가 어렵더라도 끝까지 시도하는 태도, 갈등이 생겨도 극단으로 치닫지 않는 절제력, 패배를 인정하고 다시 도전하는 회복 탄력성.’
이러한 힘은 단기간의 학습 훈련으로 길러지지 않는다. 규칙, 책임, 그리고 적절한 긴장 속에서 형성된다.
그런데 최근 교육 현장에는 또 다른 고민이 생겨나고 있다. 아이들을 마치 ‘유리 온실’ 속에 두려는 경향이다. 건전한 경쟁조차 기를 죽인다는 이유로 회피하고, 운동회에서 승패를 없애거나 상장 수여를 최소화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조금 더 잘한 아이를 칭찬하는 일마저 ‘줄 세우기’라는 이름으로 경계하는 분위기가 학교마다 확산하고 있다.
물론 극단적인 서열화와 과열 경쟁은 분명 경계해야 한다. 초등교육이 성적 중심의 줄 세우기로 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정당한 경쟁과 승패 경험까지 제거하는 것이 과연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이다.
경쟁은 타인을 넘어뜨리는 행위가 아니라 스스로를 단련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승리는 기쁨을 배우게 하고, 패배는 좌절을 견디는 힘을 기르게 한다. 작은 경기에서의 패배를 경험해 보지 못한 아이가 인생의 더 큰 실패를 건강하게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적절한 경쟁은 아이를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단단하게 만든다.
문제는 경쟁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어른들의 태도이다. 승패를 절대적 가치로 만들면 왜곡이 생기고, 반대로 승패를 모두 지워버리면 현실을 견디는 힘을 기르기 어렵다. 초등교육은 극단이 아니라 균형의 영역이어야 한다.
이제 정책의 방향을 다시 세워야 한다.
첫째, 초등 단계에서 ‘생활 역량’을 길러주려는 교사의 노력을 국가 차원에서 분명히 보호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가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학생의 성장과 관계 형성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또한 자기조절력, 책임감, 협력 능력과 같은 생활 역량이 일상적인 수업 속에서 자연스럽게 길러질 수 있도록 평가와 교육과정 운영의 유연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경쟁 역시 배제의 대상이 아니라, 학생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건강하게 경험되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학부모 교육을 실질화해야 한다.
아이를 지나치게 보호하는 문화는 결국 아이의 회복 탄력성을 약화시킨다. 부모가 아이의 실패를 대신 해결해 주는 구조에서는 책임감이 자라기 어렵다. 가정과 학교가 함께 ‘성장은 때로 불편함을 동반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셋째, 기초 생활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교사의 교권과 자율성에 대한 존중이 선행되어야 한다.
교사가 규칙을 세우고, 칭찬과 지도를 균형 있게 운영하며, 때로는 경쟁과 평가를 교육적으로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교사에 대한 불신과 상시적 감시를 전제로 한 정책 환경에서는 이러한 교육적 판단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교실이 신뢰받지 못하고 교사가 존중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생활 역량 교육은 공허한 구호에 머물 수 있다.
넷째, 과잉 선행과 조기 경쟁은 줄이되 건전한 도전과 성취 경험은 보장해야 한다.
초등교육은 속도를 겨루는 무대가 아니라 도전을 배우는 공간이어야 한다. 경쟁을 악마화하는 것도, 경쟁만을 추구하는 것도 모두 경계해야 할 극단이다.
성공은 단기간의 성취가 아니라 장기적 적응력의 문제이다. 책임을 다하고 약속을 지키며, 패배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아이가 결국 멀리 간다. 이러한 힘은 보호만으로 길러지지 않는다. 경험과 도전, 그리고 분명한 기준 속에서 자란다.
나는 초등교육 전문가로서 ‘기초 생활 역량 강화’를 초등교육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제안한다. 그 출발점은 분명하다. 교실을 신뢰하고, 교사를 존중하며, 아이들에게 도전의 기회를 허락하는 것이다.
성공하는 아이들의 공통점은 특별함이 아니다. 기본에 충실한 태도이다. 그 기본을 지켜낼 용기와 균형 감각을, 이제 우리 사회가 함께 회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