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가상세계가 수업에 활용되면서 교실과 학교라는 공간의 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교사들은 확장된 교육공간 속에서 아이들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것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하면서 흥미도와 참여도가 향상했다고 말한다. 이에 <더에듀>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교육활동에 도전장을 내민 ‘XR메타버스교사협회’ 소속 교사들의 교육 활동 사례 소개를 통해 아이들과 수업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살피고자 한다. |

박물관, XR을 입다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데헌(K-Pop Demon Hunters)’ 열풍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은 최다 관람객 기록까지 세우며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더 이상 박물관은 조용히 유물만 감상하는 공간이 아니라, 대중이 몰입할 수 있는 문화와 체험의 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마침, 여름방학을 맞아 학생들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현장 체험학습을 다녀왔다. 이번에 재개관한 선사고대관과 디지털 실감 영상관은 학생들에게 교과서에서 결코 느낄 수 없는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선사했다.
VR로 만나는 한국사_국립중앙박물관
올해 새롭게 문을 연 선사고대관은 확실히 이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유물을 단순히 진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영상과 그래픽을 대폭 확충해 관람객이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시 중간중간 학생들이 직접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모형 유물을 만져보며 아이들은 신나게 질문을 쏟아내며 연신 감탄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생님, 빗살무늬 토기가 이렇게 컸어요?”
“책에서 보던 금동대향로를 손으로 만져보니까 진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교과서 속 그림으로 접하던 역사가 살아있는 역사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디지털 실감 영상관에서는 360도 VR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체험한 ‘돌벽 위에서 만난 고구려’라는 360도 VR영상은 정면과 측면 그리고 천장까지 4면을 아우르며 관람객을 고구려 고분 속으로 안내한다.
특히 교과서에 나오는 강서대묘의 사신도가 눈앞에 펼쳐지자,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엄청나게 몰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아이들과 내가 정말 고구려의 고분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VR로 만나는 세계사_전쟁기념관
보는 곳에서 체험하는 곳으로 변화하는 흐름은 국립중앙박물관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 6월, 동아리 학생들과 방문한 전쟁기념관에서는 몰입형 VR 전시 ‘쿠푸왕의 피라미드’를 체험할 수 있었다.
학생들과 함께 VR 기기를 착용하자, 제한된 전시 공간이 곧 거대한 고대의 이집트로 확장되었다.
아이들은 몸을 낮춰 피라미드 내부로 들어가기도 하고, 좁게 펼쳐진 통로를 조심스럽게 탐험하며 숨을 죽였다.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오를 때는 무서워하는 학생을 달래야 할 정도로 현실감이 생생했다.

‘쿠푸왕의 피라미드’ 전시를 체험한 아이들은 “세계사 수업 모두를 이렇게 VR로 하면 안 돼요?”라고 질문했다. 그때 본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은 나로 하여금 앞으로의 수업 방향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게 만들었다.
교실, XR을 입다
박물관의 다양한 체험을 통해 학생들은 교과서를 넘어 배움을 확장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더 이상 박물관을 ‘조용히 걷는 전시실’로만 기억하지 않는다. 박물관은 ‘XR 기술을 통해 생생하게 탐험하고’, ‘과거로 뛰어들 수 있는 살아 있는 배움터’로 변신하고 있다.
내가 속해 있는 포천 송우중학교는 올해 디지털 창작소 사업을 통해 학급 전체 인원이 VR기기(메타퀘스트3)를 착용하고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미래 교실을 구축했다. 이제 교실 안에서도 학생들과 함께 실감형 콘텐츠를 활용하며 수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XR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수업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질문과 탐구로 연결하느냐일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여러 교과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VR기기 활용 수업 사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교실의 미래를 한 걸음 앞당기는 길이라 믿는다.
XR메타버스교사협회 소개
XR메타버스 교사협회는 XR과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진 전국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비영리 단체다.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에 접목할 수 있는 XR·메타버스의 다양한 가능성을 연구하고 실험해 보고 있다. 단순히 이론적 분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교재를 개발하여 수업에 투입하고,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더 많은 동료 교사들에게 노하우를 확산하고 있다. 또한 기업과 협업해 기술적 자문과 지원을 받고, 이를 교실 현장에 검증하는 과정도 거치며, 각종 학회나 박람회 부스를 통해 교육 혁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오고 있다.

조애진= 2025 포천 에듀테크 교사단, 2024 교실혁명 선도교사, 경기 질문하는학교 선도교사단, 2023 AIEDAP 마스터교원 등으로 활동하며 디지털 기반 수업 혁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에 맞춰 VR 등 다양한 에듀테크를 수업에 접목하여 학생 주도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