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 가상세계가 수업에 활용되면서 교실과 학교라는 공간의 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교사들은 확장된 교육공간 속에서 아이들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것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하면서 흥미도와 참여도가 향상했다고 말한다. 이에 <더에듀>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교육활동에 도전장을 내민 ‘XR메타버스교사협회’ 소속 교사들의 교육 활동 사례 소개를 통해 아이들과 수업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살피고자 한다. |
“선생님, 제가 만든 게임이 드디어 움직여요.”
어느 순간, 교실 한편에서 아이가 외친 말이었다. 마우스와 키보드를 만지작거리며 게임을 즐기던 학생이, 이제는 그 게임을 ‘직접 만드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AI 기반 코딩인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 교실에 들어온 뒤로 나타난 변화였다. 코드를 한 줄도 몰라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게임과 웹앱을 구현해 볼 수 있다는 이 새로운 방식은, 학생들 스스로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하나의 통로가 되었다.
AI와 대화하듯 만드는 코딩, 바이브 코딩의 등장
바이브 코딩은 기존의 텍스트 코딩이나 블록 코딩처럼 문법과 구조를 먼저 익히지 않아도 된다. 학생이 만들고 싶은 기능을 자연어(인간의 언어)로 설명하면, AI가 그에 해당하는 코드를 생성해 준다.
“캐릭터가 점프하게 해줘”, “벽에 닿으면 점수가 차감되도록 해줘” 같은 간단한 문장들이 코드로 변환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학생들에게 신기함을 넘어서 ‘개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바이브 코딩’이라는 용어를 정립한 AI 연구자 Andrej Karpathy가 말한 것처럼, ‘보고, 말하고, 실행하면 대부분 작동하는 방식’은 초보자에게 특히 큰 힘을 발휘한다.
학생들은 복잡한 문법보다 스스로 기획한 기능을 실제로 구현해 보는 경험을 통해 개발의 본질을 이해하게 된다. 교실 안에서 이루어지는 코딩 활동이 더 이상 특정 언어를 배우는 과정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그 자체가 된 것이다.
기획–코드 생성–디버깅–배포까지, 학생이 경험하는 ‘진짜 개발 과정’
바이브 코딩 수업은 기획에서 시작된다. 학생들은 만들고 싶은 게임이나 웹앱의 목적을 스스로 정리하고 구현하고 싶은 기능을 단계별로 설계한다. 이후 Canva AI의 코드 생성 기능(혹은 Gemini Canvas)을 사용해 초안을 만들고, 이를 실행해 보며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개발자의 사고방식을 익힌다. 오류가 나타나면 원인을 찾기 위해 코드를 비교하고, 변수 값을 조정하고, 기능을 삭제하거나 새롭게 추가해 보기도 한다.
종종 예상치 못한 오류가 발생해도 학생들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왜 이렇게 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해결을 시도했다.
완성된 프로그램을 웹사이트 형태로 게시하고 친구들과 공유하는 마지막 단계는 학생들에게 큰 성취감을 안겨주었다. 작은 게임이라도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이 실제로 ‘사용되는 경험’을 했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특별했다.
학생 작품 속에서 발견한 변화: “나는 만들 수 있다”는 확신
여러 차례 수업이 이어지며 교실에는 학생들의 개성 있는 작품이 차곡차곡 쌓여 갔다. 난도에 따라 라운드가 넘어가는 게임, 캐릭터와 아이템 설정을 통해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인터랙션 게임을 설계한 학생들도 있었다. 사고력 발달을 위한 숫자 퍼즐을 만들거나, 농장 운영을 통해 생태 감수성을 키우는 웹앱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현한 사례도 나타났다.
이 작품들은 단순한 과제물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가며 만들어 낸 ‘작은 세계’였다. 배경 요소를 수정해 보고, 점수 규칙을 조정해 보거나, 게임의 흐름이 어색하면 전체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등 학생들의 선택과 고민이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학생들의 태도 변화였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이게 될까요?”라고 묻던 학생들이 어느 순간 “이 부분은 제가 다시 바꿔보려고요”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 학생들은 훨씬 과감해지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주도적으로 실행해 본다. 바이브 코딩은 바로 그 ‘할 수 있다’는 감각을 학생들에게 열어주는 힘을 가진 도구였다.
SEL × 바이브 코딩: 기술이 ‘사람’을 만나는 순간
바이브 코딩은 기술적 기능만을 구현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SEL(사회정서학습)과 결합한 프로젝트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더 건강한 사회(나, 너, 우리)를 만들기 위한 웹앱’을 기획했다.
어떤 학생은 발달장애아동을 위해 쉽게 학습할 수 있는 카드형 퀴즈 웹앱을 만들었고, 또 다른 학생은 친구와의 갈등 상황에서 비대면 대화를 통해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도록 돕는 웹앱을 만들었다. 스트레스 관리 체크리스트나 하루 마음 기록 앱처럼, 일상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기능들도 학생들의 기획안과 작품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기술이 단순히 재미를 위한 장치가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은 기술교과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 그리고 기술이 인간을 돕는 방식이 얼마나 다양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장면이었다.
학생 주도성의 확장: 교실이 ‘프로젝트실’이 될 때
바이브 코딩 수업이 시작된 뒤 교실의 풍경은 분명히 달라졌다. 학생들은 더 이상 교사의 지시를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었다. 스스로 탐색하고 문제를 발견하며 해결을 시도하는 ‘능동적인 학습자’로 변해 갔다.
“이 부분이 오류가 나서 다시 만들어 볼게요”, “디자인을 바꿔 보니까 이쪽이 더 보기 좋아요”와 같은 말들이 교실 곳곳에서 들려왔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능을 바꿔 보고, 디자인을 조정하고, 작동 방식을 다시 설계해 가며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 가는 모습은 교사가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
교사의 역할은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에서, ‘학생의 창작을 촉진하는 조력자’로 자연스럽게 확장되었다. 그렇게 교실은 어느새 ‘프로젝트실’이 되었고, 학생들은 그 안에서 끊임없이 시도하고 탐구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장해 나갔다.
미래 기술교육의 방향: 문법보다 ‘창작’으로
기술교육은 단순히 특정 요소를 익히는 데서 출발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학생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지, 그리고 그 해결 과정을 기술로 어떻게 구현하고 표현하는지에 있다. 바이브 코딩은 이러한 교육적 전환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학생들은 기술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경험을 통해 자신이 ‘만들 수 있는 사람’, 즉 창작자이자 메이커라는 인식을 갖게 되고, 이는 학습 동기와 주도성을 크게 높여준다. 교실 안에서 경험하는 작은 성공들은 학생이 미래 사회에서 더 복잡한 문제를 마주할 때 중요한 발판이 된다.
우리는 학생들이 스스로 탐색하고 창작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 과정이 바로 기술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며, 바이브 코딩은 그 여정을 더욱 풍부하게 하는 새로운 매개체가 되고 있다.
XR메타버스협회 소개
XR메타버스교사협회는 XR과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진 전국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비영리 단체다.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에 접목할 수 있는 XR·메타버스의 다양한 가능성을 연구하고 실험해 보고 있다. 단순히 이론적 분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교재를 개발하여 수업에 투입하고,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더 많은 동료 교사들에게 노하우를 확산하고 있다. 또한 기업과 협업해 기술적 자문과 지원을 받고, 이를 교실 현장에 검증하는 과정도 거치며, 각종 학회나 박람회 부스를 통해 교육 혁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오고 있다.
백예슬 = 현직 중학교 기술교사이자 서울시교육청 AI·에듀테크 선도교사로 활동하며, AI·디지털 기반 교수학습 혁신을 학교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다. 역량 함양 프로젝트 수업 설계, AI 이해·개발·활용 교육, 에듀테크 기반 수업 연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교수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다. 찾아가는 수업·평가 혁신 직무연수 강사, 서울 에듀테크 소프트랩 실증교사, 교육부 대한민국 교육혁신 박람회 미래교실 수업실연 등을 수행하며 교육 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인공지능융합교육 석사과정에서 ‘AI 도구 활용 기술교육 프로그램 개발’ 연구를 진행 중이며, 학습자의 주도성·사회정서역량·문제해결력을 강화하는 프로젝트 기반 수업 모델을 꾸준히 탐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