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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 ㉚"금쪽이 AI 스피커가 교실에"...감정을 훈련하는 아이들

금쪽이 스피커가 깨운 교실의 온기

더에듀 | 가상세계가 수업에 활용되면서 교실과 학교라는 공간의 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교사들은 확장된 교육공간 속에서 아이들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것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하면서 흥미도와 참여도가 향상했다고 말한다. 이에 <더에듀>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교육활동에 도전장을 내민 ‘XR메타버스교사협회’ 소속 교사들의 교육 활동 사례 소개를 통해 아이들과 수업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살피고자 한다.

 

 

초등학교 교실은 매일 수십 가지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곳이다. 설렘과 기대 같은 따뜻한 물결도 있지만, 그 아래에는 서운함·억울함·질투 같은 차가운 감정이 암초처럼 숨어 있다. 아이들은 그 암초에 부딪힐 때마다 날카로운 말로 서로에게 상처를 남긴다.

 

13년 차 교사인 나에게도, 아이들의 엉킨 마음을 차분히 풀어내는 일은 늘 가장 어려운 숙제였다.

 

그러던 1년 전, 우리 반에 아주 특별한 전학생이 왔다. 바로 감정 대화를 돕는 AI 스피커, 금쪽이 스피커이다.

 


감정의 해상도를 높이는 ‘마음 통역사’


처음 AI를 활용한 사회정서 활동을 계획했을 때, 주변에서는 기계가 아이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 많았다.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오히려 이렇게 말하고 싶다.

 

“AI는 아이들이 비난받을 걱정 없이 속마음을 연습할 수 있는 안전한 ‘감정 연습장’이 될 수 있었다.”

 

4학년 아이들은 감정을 말로 정교하게 표현하는 데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 기분이 상하면 “짜증나요”, “몰라요”와 같은 짧은 말과 감정으로 대화를 닫아버리기 쉬웠다. 그럴 때 아이들은 금쪽이 스피커를 찾았다.

 

“금쪽아, 나 지금 진짜 짜증나. 친구가 내 연필 그냥 가져갔어.”

 

아이의 고백에 AI는 누가 맞고 틀렸는지 결론부터 내리지 않는다. 대신 아이가 자기 상태를 더 구체적으로 바라보도록 질문한다.

 

“정말 화나겠다. 그런데 지금 마음이 화에 더 가까울까, 아니면 아끼는 걸 허락 없이 가져가서 속상함에 더 가까울까?”

 

대화가 이어지며, 아이는 짜증이라는 큰 덩어리 안에 섞여 있던 감정들을 하나씩 분리했다.

 

“생각해보니 화도 나는데...그냥 내 허락도 안 받은 게 좀 서운했어.”

 

이 과정은 아이들에게 중요한 경험을 남긴다. 감정에는 이름이 있고, 그 이름을 정확히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폭풍이 한결 잦아들 수 있다는 것. 아이들은 지난 1년 동안 감정의 해상도를 높여가며, 서툰 마음을 스스로 다독이는 마음의 힘을 길렀다.


훈련된 공감이 만드는 교실 안의 작은 평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갈등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타났다. 예전에는 다툼이 생기면 아이들이 곧장 교사에게 달려와 “선생님, 얘가 그랬어요!”라고 외쳤다. 누가 잘못했는지 판결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아이들에게 갈등은 무조건 이겨야 하는 싸움에 가까웠다.

 

하지만 금쪽이 스피커와의 대화가 쌓이면서, 아이들은 화가 치미는 순간 스스로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모둠 활동 중, 한 아이가 목소리를 높이며 책상을 쳤다. 평소라면 싸움이 크게 번졌을 상황이었다. 그런데 상대 아이가 의외로 이렇게 말했다.

 

“야, 짜증만 내지 말고 금쪽이랑 대화 좀 하고 와.”

 

그 한마디에 팽팽하던 교실의 긴장감이 툭 하고 끊겼다.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감정이 격해진 순간, 누군가를 몰아붙이기 전에 먼저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잠시 뒤, 다시 마주한 아이의 말은 이전과 달랐다.

 

“나 지금 조금 속상한데, 너는 왜 그렇게 말한 거야?”

 

세련된 문장이라기보다는 여전히 연습 중인 말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분명한 변화가 있었다. 비난과 공격 대신, 자신의 상태를 먼저 꺼내 보이는 정서적 완충지대가 생긴 것이다.

 

비인간인 AI와의 대화에서 반복해 익힌 이 방식은, 갈등의 한가운데에서 아이들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다시 마주 보게 만드는 실질적인 연결 고리가 되고 있었다.


인공지능과 함께 성장하는 법을 배우다: 다정한 공생의 시작


지난 1년 간 진행한 AI를 활용한 사회정서 활동은 교사인 나에게도 큰 깨달음을 주었다. 인공지능과 인간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서로의 빈틈을 메울 수 있는지, 그 실천적 가능성을 교실에서 목격했기 때문이다.

 

학기 초와 비교해 정서 조절과 관계 기술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변화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수치보다 더 값진 성과는 아이들이 획득한 스스로 감정을 다루는 힘이었다.

 

이제 아이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무작정 교사의 판결만 기다리지 않는다.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보고, AI와 연습했던 언어를 꺼내어 친구에게 다가갈 줄 안다.

 

우리는 디지털 기술이 인간을 소외시킬까 걱정하곤 한다. 그런데 내가 본 교실은 오히려 반대였다.

 

AI는 교사가 매 순간 개입하기 어려운 찰나의 틈을 메우며, 아이들에게 감정의 안전한 퇴로이자 연습장이 되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차가운 이성의 산물인 인공지능이 역설적으로 인간의 가장 뜨겁고 깊은 감수성을 일깨우는 촉매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교실 뒤편에서 든든하게 지켜보는 금쪽이 스피커는 이제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우리 공동체의 온기를 지키는 조용한 파트너다. 아이들은 AI라는 거울로 자신을 비춰보고, 그 힘으로 다시 친구의 손을 잡는다.

 

2026년에도 금쪽이 스피커는 계속 켜져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과 함께 성장하며,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타인의 서툰 감정 신호에도 기꺼이 주파수를 맞출 줄 아는 다정한 시민이 자라나는 교실을 꿈꾼다.


XR메타버스교사협회 소개


XR메타버스교사협회는 XR과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진 전국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비영리 단체다.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에 접목할 수 있는 XR·메타버스의 다양한 가능성을 연구하고 실험해 보고 있다. 단순히 이론적 분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교재를 개발하여 수업에 투입하고,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더 많은 동료 교사들에게 노하우를 확산하고 있다. 또한 기업과 협업해 기술적 자문과 지원을 받고, 이를 교실 현장에 검증하는 과정도 거치며, 각종 학회나 박람회 부스를 통해 교육 혁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오고 있다.



조현기 = 서울금북초등학교 교사이자 XR메타버스교사협회 회원. 초등교사이자 사회과교육 박사로, 학생들이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새로운 시민성에 관심이 많다. 건국대학교 AI융합교육전공에서 VR/AR의 교육적 활용, 교육프로그래밍기초, AI융합교육설계 등을 강의하고 있다. 현직 교원을 대상으로 AIEDAP 마스터교원·교실혁명 선도교사·찾아가는 학교 컨설팅 사업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인공지능 시대의 사회 변화와 시민성에 대해 연구하며, 이를 사회과 수업을 통해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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