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 최소제한환경(LRE)과 디지털 경험의 확장

  • 등록 2025.07.25 1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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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가상세계가 수업에 활용되면서 교실과 학교라는 공간의 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교사들은 확장된 교육공간 속에서 아이들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것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하면서 흥미도와 참여도가 향상했다고 말한다. 이에 <더에듀>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교육활동에 도전장을 내민 ‘XR메타버스교사협회’ 소속 교사들의 교육 활동 사례 소개를 통해 아이들과 수업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살피고자 한다.

 


최소제한환경(LRE)을 아시나요?


'최소제한환경(the least restrictive environment: LRE)'은 특수교육에서 아주 중요한 원칙이다.

 

미국의 ‘장애인 교육법’에 명시되어 있는 법적 용어로 ‘가능한 학생이 또래 친구들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내용을 다른 방식으로 배울 수 있도록 하자는 원칙이자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의 배움과 경험을 확장하는 것의 필요성을 강조’한 용어이다. 즉, 장애 아동을 장애가 없는 또래, 가정, 지역사회로부터 가능한 최소한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개념을 의미한다.

 

‘환경’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공간과 상황을 경험할 기회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 속 교육 환경에서는 시간의 제약, 거리의 한계, 접근성 부족, 사전 연습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학습과 실제 환경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한계를 서서히 허물고 있다.

 

이제는 특정 환경을 그대로 재현한 가상 공간, 안전이 확보된 훈련 공간, 언제든지 접속할 수 있는 학습 공간 등을 통해 아이들이 생생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통합교육의 관점에서도 또래 친구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장면과 맥락이 더 많이 마련되면서, 학습의 범위와 관계의 기회가 동시에 확장되고 있다.

 

이제는 특수교육 대상자, 다문화 학생, 학습지원 대상 학생 등 느린 학습자가 ‘가능한 만큼’이 아니라, 누구나 ‘가능하게’ 만드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위험한 상황이나 심리적 불안을 줄이고, 세상을 향한 자신감을 키우는 시간


화재 대피 훈련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학생에게 “불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묻고 영상과 함께 언어적으로만 소통하는 것은 학생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는 부족한 점이 있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VR, AR 등 실감형 콘텐츠 등의 등장은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특수교육에서 ‘실제 상황’은 반복하기 어렵고 위험을 수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결국 스스로 독립적으로 살아가야 할 기능적 기술을 익히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교과와 연계하여 그만큼 많이 연습하고 경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가상현실은 실수를 허용하고, 학습을 반복하게 하며, 아이 스스로 판단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하철 탑승, 횡단보도 건너기, 낯선 상점 이용하기, 집까지 가는 길 알아보기” 같은 활동도 이제는 360도 카메라나 VR 기반 콘텐츠를 통해 사전 학습이 가능해졌다.

 

 

특히 키오스크 이용은 많은 특수교육대상학생들에게 높은 벽으로 느껴지는 활동 중 하나다.

 

화면의 흐름이 빠르고, 터치 반응이 민감하며, 뒤에서 줄을 선 사람들의 시선까지 더해지면 긴장한 나머지 미리 연습했던 부분도 생각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가상 키오스크를 통한 반복 연습은 아이들이 화면 구성을 익히고, 순서를 기억하고, 실제 기기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도록 돕는다. 이와 더불어 ‘삶과 연계’한 맥락 속에서 생활 속 필수적인 어휘를 배우고, 관련된 수개념도 함께 익힐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된다.

 

 

특수교육에서 삶과 연계된 학습과 함께, 학생의 심리적 안정감 확보는 학습의 기본 전제이다.

 

거부감 또는 무서움이 줄어들고, 예상과 예측이 가능해지면 아이는 낯선 공간에서도 안정감을 확보하고, 스스로를 믿게 된다. 그리고 그 믿음이 쌓이면 교실 밖 세상으로도 한 발 내딛을 수 있다. 가상의 공간, 360도 카메라 속 세상, 거리뷰 등의 실제와 유사한 환경은 아이들의 안전한 배움의 또 다른 도구이자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AI, 디지털 도구를 통해 교실에서 ‘낯설지 않은 관계’를 느끼는 시간


특수학교에 재직하던 시기에 지체장애를 가진 한 학생을 학급 구성원으로 만났다.

 

학급 활동에 참여하는 것에 제한적인 부분이 많았고, 몸의 움직임이 제한되다보니 아이가 크게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체육 활동이나 기타 동적인 활동속에서 소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모습들이 보였다. 그런데 어느 날 그 학생이 장애학생 e페스티벌의 디지털 게임 종목에 참가하게 되었다.

 

교사와 함께 게임 인터페이스를 익히고, 미션을 하나하나 연습하며 준비하는 과정은 학생에게 단순한 ‘연습’이 아니라 교사와 나란히 함께하는 경험의 시간이었다.

 

처음엔 서툴고 어색했던 디지털 도구와의 관계도 반복 학습과 자연스러운 상호작용 속에서 점점 자신만의 무기처럼 익숙한 도구가 되어갔다.

 

게임 안에서 전략을 세우고, 점수를 계산하고, 결과를 공유하며 그 학생은 자신이 ‘참가자’가 아닌 ‘주인공’이라는 감각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 서울에서 열린 대회에 참여하는 경험을 가지면서 더욱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학생이 되었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아이의 성취감과 심리적 만족감과 함께 그동안 얇은 벽처럼 느껴졌던 교사와의 거리, 그리고 디지털 세계가 이 학생에게는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는 점이었다.

 

 

특수학급을 운영하게 되면서 통합학급 교실에서는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한 장애공감교육이 이뤄졌다.

 

VR과 메타버스 기반의 시뮬레이션, 다양성 존중 콘텐츠, 협동형 미션 등을 통해 모두가 함께 하는 것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제한된 접근이 디지털 도구를 통해 가능한 접근으로 나아가는 모습 등을 통해 ‘배리어프리’를 주제로 통합학급 학생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아닌, ‘함께 해결하는 사람’으로 활동하게 되었고, 해당 과정에서 미래사회에 필요한 디지털 기술과 포용성, 모두를 위한 기술과 환경의 필요성 등을 인식하였다. 조를 나누고 함께 과제를 수행하는 활동 속에서 특수교육대상학 또한 생각 이상으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활동을 함께하고자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누가 더 잘하느냐가 아닌, ‘함께 하는 활동이 더 중요하다’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다름’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과정 자체가 또래 간 상호작용의 문을 열어주었다. 이렇듯 ‘함께’ 웃고, 말하고, 실수하고, 도전하는 시간 속에서 아이들은 마침내 ‘낯설지 않은 관계’ 안에 들어서고 있었다.

 

 

모든 교육이 그러하듯이 특수교육은 교실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교실 밖 세계, 다양한 상황, 새로운 공간을 아이들이 조금 더 안전하게, 조금은 더 차분하게 먼저 경험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야말로 ‘디지털 시대에 특수교육이 지향해야 할 또 하나의 방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VR과 메타버스는 장애 학생들에게 세상을 두려움 없이 미리 걸어보는 기회를 주고 있다. 그 안에서 아이들은 자신을 표현하고, 실수하고, 배우며, 누구보다 먼저 세상을 만나고 있었다.

 


XR메타버스협회소개


XR메타버스교사협회는 XR과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진 전국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비영리 단체다.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에 접목할 수 있는 XR·메타버스의 다양한 가능성을 연구하고 실험해 보고 있다.

 

단순히 이론적 분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교재를 개발하여 수업에 투입하고,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더 많은 동료 교사들에게 노하우를 확산하고 있다. 또한 기업과 협업해 기술적 자문과 지원을 받고, 이를 교실 현장에 검증하는 과정도 거치며, 각종 학회나 박람회 부스를 통해 교육 혁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오고 있다.

 

 

윤필원= 특수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이 디지털 기술을 통해 세상과 조금 더 편하게 연결되고, 낯선 상황 앞에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AI와 메타버스, 코딩 등 다양한 도구들을 수업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려는 시도를 이어가며, 디지털이 아이들에게 ‘익숙하고 안전한 경험’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에듀테크, 교육과정, 특수교육, 통합교육, 기초학력 등의 분야에서 컨설턴트와 연수 강사로 활동하며,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방향을 찾는 일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이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디지털 정보화 분야 교육부장관 표창을 수상했으며, 여전히 배움이 멈추지 않는 교사로서 일상의 수업 속 작은 변화를 꾸준히 실천해가고 있다. 기술보다 사람, 도구보다 관계를 중심에 두는 교육을 오래도록 지향하고 싶은 교사다.

이메일: whatfeel@naver.com

윤필원 충주성남초 특수교사/ XR메타버스교사협회 회원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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