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썹쌤일기] ⑮보결 교사에게 한층 더 어려운 '통합교육'

  • 등록 2025.08.30 09: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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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 (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어, 잠깐! 다시 돌아가. 아직 신호를 안 줬잖아.”

“하지만 선생님, 언제 뛰어요.”

“모두 준비되면 신호 줄 거야.”

“빨리 좀 해줘요. 저 ADHD라서 지금 뛰고 싶은 걸 참고 기다릴 수가 없어요. 그냥 뛰게 해 주면 안 돼요?”

 

옥토중에서 어느 날 체육 수업 중에 있었던 상황이다. ADHD가 있는 지혜가 계속 출발 신호 전에 뛰어나가려고 해서 제지했더니, 에너지를 주체할 수가 없다며 게임을 안 하더라도 그냥 뛰게 해달라고 했다. 결국 뛰게 해줬더니 정말 전력질주로 체육관 양끝을 오갔다. 

 

온타리오주는 통합교육을 지향하고 있어 대부분 학급에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몇 명은 있다. 문제는 보결 교사는 학생이 말하기 전에는 장애 여부를 알고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행히 학년이 높으면 지혜처럼 자기 옹호(self-advocacy)가 가능해서 필요할 때는 말하는 학생도 있지만, 중학생 정도가 돼도 그러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


개별화 교육 계획(IEP)을 준다고 했는데?


자격연수 때 초등 보결 수업을 했던 강사에게 듣기로는 이런 이유로 보결 교사에게 학생들의 장애 특성과 강점, 필요한 지원 등이 적힌 개별화 교육 계획(IEP)을 보여준다고 했는데, 실제로 지금까지 교사 수십 명의 계획을 받아봤지만, 개별화 교육 계획을 본 적은 단 한 번 뿐이다.

 

초등이 아닌 중등만 보결을 해봤기 때문에 장담은 할 수 없겠지만, 속해 있는 온라인 교사 커뮤니티 (주로 미국 교사가 많지만) 이야기를 읽어봐도 개별화 교육 계획을 안 주는 경우도, 받아도 안 읽는 경우도 종종 있는 모양이다.

 

여러 가지 이유는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실습할 때는 심지어 특수교육 대상자가 대부분인 학급에서도 민감한 개인 정보라는 이유로 지도 교사가 진단과 특성만 알려줬지 개별화 교육 계획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심지어 진단명 목록마저도 지도 교사 컴퓨터에서 한 번 보고 숙지만 하도록 하고 뽑아주거나 적어 갈 수도 없게 했다.

 

그러니 사실 무자격 교사도 긴급 보결로 올 수 있는 상황에서 하루 오고 가는 보결 교사에게 개별화 교육 계획을 보여준다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은 든다.


학습보다 안전에 더 신경


사실 단 한 번 개별화 교육 계획을 받은 경우도 자리를 비운 교사의 수업 계획이 아니라 학교 행정실에서 학기 초에 준비해놓는 보결용 서류 묶음에 개별화 교육 계획의 일부만 포함돼 있었던 경우로 약물을 투약하고 있고, 약물의 투약 여부에 따라 행동 특성이 극단적으로 달라져 위험 요소가 있는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그 외에 옥토중 교사 휴게실에는 일부 학생의 개별화 교육 계획이 공유돼 있기는 한데, 알레르기 때문에 에피펜 주사가 필요하거나 (캐나다에서는 의료인이 아니라도 응급처치 자격을 가진 사람이라면 에피펜 주사를 놓을 수 있다) 천식 때문에 흡입기 사용이 필요한 학생 등 건강상 위험 요소가 있는 학생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보결 교사도 계획대로 수업하는 것이 원칙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정서상으로는 보결 교사에게 완전한 수업을 기대하기보다는 학생들을 안전하게 돌보는 것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세심한 교사는 학생 특성 알려줘


물론 교사에 따라 수업 계획과 함께 어떤 학생이 수업 중 도움을 요청하면 되는지, 어떤 학생은 어떤 부분에 특별히 관심이 필요한지 등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럴 때조차도 일부 교사는 꼭 '비밀 유지'라는 단서를 달고 써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장애 진단을 알려주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거기까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간혹 학생이 갖고 있는 어려움을 별도로 자세히 설명하거나 어떤 부분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혹은 어떤 부분을 신경 써야 하는지 알려주기도 한다. 이런 경우 큰 도움이 되기는 한다. 학생이 문제 행동을 해도 그 이유도 훨씬 쉽게 이해가 가고. 그래도 구체적 장애나 특수교육 대상자 여부는 언급하지 않는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진단명이나 특수교육 대상자 여부는 특수교육을 배운 교사에게나 도움이 되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으면 대부분 교사에게 알려주는 건 큰 도움이 안 될 수 있기에 굳이 하지 않고 필요하다면 어떤 부분을 주의하면 되는지 알려준다는 생각도 한다.

 

그래도 특수교육을 배운 입장에서는 가끔 누가 어떤 장애가 있는지 알 수 있다면 학생의 특성에 맞게 수업 활동을 지원해 줄 수도 있는데 하는 아쉬움이 들기는 한다. 그래도 보결 교사가 어떤 자격이 있는 사람이 오는지 모르는 상황인 데다 민감한 학생 정보 문제라서 알려줄 수 없는 정규 교사들의 처지도 이해는 간다. <계속>

정은수 프론트낵고 긴급 보결 교사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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