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

캐나다의 교육 환경은 우리나라와 다른 만큼 조금은 부연 설명도 필요할 것 같다. 우선 보결 교사 혹은 ‘썹쌤’이라는 게 어떤 일인지부터 짚고 넘어가자.
우리나라도 보결 전담이라는 자리가 생긴 지역도 있지만 일정 기간 이상 결원인 경우를 말하기 때문에 매일 연가나 병가를 쓰는 자리를 채우는 이곳과는 좀 다른 의미다. 이곳 보결 교사 제도를 좀 더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교사가 자리 비우면 교육청 보결 교사가 채운다
우리나라와 달리 캐나다에서는 교사가 휴가나 출장 등으로 자리를 비울 때 교내에서 보결을 처리하기보다는 별도의 보결 교사를 부른다. 드물게 마지막까지 보결을 못 구하면 교감이나 교장이 보결을 하기도 한다.
아마도 이곳은 학기 중에도 교사의 휴가가 자유로운 편이고, 아픈데도 출근하면 열심히 일하는 게 아니라 민폐를 끼친다는 시선이라 더 보결 수요가 많은 것도 이유일 테고.
또 순회 교사가 아니면 매일 한 교시씩 보장된 수업 계획 시간을 제외하면 공강 시간이 없어 교내에서 보결을 돌릴 여력이 없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사전에 보고된 보결 수요가 발생하면 교육청에서는 교육청 보결 교사 명단에서 조건에 맞는 교사에게 요청하고 교사가 받아들이면 출근을 한다. 대부분은 전날 연락을 받지만, 갑자기 생기는 보결의 경우 당일 오전 일찍 연락을 하기도 한다.
조건이 맞는다는 것은 보결 교사가 교육청에 정보를 등록할 때 보결을 원하는 학교급, 특정 학교, 교과 등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도 특별히 원하는 교사가 있으면 우선 지명할 수도 있다.
이렇게 보결이 확정되면 자리를 비우는 교사가 작성한 당일 수업 계획과 전달 사항, 개별 특수교육 계획 그리고 기타 관리·감독 업무 등의 일과가 전달된다.
정규 보결로 못 채운 자리 맡는 '긴급 보결'의 몫
물론, 이건 정식 자격증도 받고 채용 경쟁을 뚫고 교육청의 정규 보결 강사 명단에 올라가 있는 교사들의 이야기다.
필자처럼 이곳의 느린 행정 처리로 자격증 발급을 몇 개월째 기다려야 되거나, 교육청 채용을 통과 못 한 경우, 일이 필요하면 학교별 긴급 보결 교사 등록을 신청할 수 있다.
긴급 보결은 사전 휴가나 출장 신청 없이 당일 갑자기 발생하는 수요를 채울 때 주로 부른다. 물론 당일에도 교육청에 따라서는 정규 보결 요청부터 하기도 하지만, 일정 시간 이후까지 회신하는 교사가 없으면 그 일은 긴급 보결 교사의 몫이 된다.
주로 아침에 갑자기 아파서 휴가를 냈는데 기피 학교나 교과, 너무 늦었거나, 그것도 아니면 단시간 보결이어서 수락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이다.
그런 경우 당일 아침에 연락이 오는데, 7시 40분에서 8시쯤 연락이 온다. 가끔은 일과 시작 후에도 연락이 오기도 한다. 교사 자녀가 갑자기 사고를 당하거나 아프다든지, 상이 발생하거나, 교직원 개별 면담 진행 지연 등 사유는 다양하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사유일 때는 수업계획도 사전에 받기 어렵다. 심지어 가르칠 교과도 모르고 출근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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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긴급 보결 교사는 달린다
그런데 필자가 근무하는 회암시교육청의 중등 수업 시작 시간은 보통 8시 15분이다. 7시 40분에 전화를 받으면 아이들 등교시키는 데 15분, 출근에 15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서 당일 수업 계획 패키지와 지시 사항을 전달받고 교실에 도착하면 시작종이 친다.
그마저도 아이 셋 중 하나가 등교할 때 어려움이 있거나 길이 막히면 수업 시간표 볼 시간도 없이 하루를 시작해야 하기도 한다.
좀 형편이 좋은 날은 비는 자리가 둘 이상이고 그 중 선택을 하면서 교과도 미리 알 수 있게 되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사전에 교과를 알 수 있기는커녕 수업 시작 시간이 지나서 수업계획을 받기도 한다.
그럴 땐 알아서 수업 계획이 올 때까지 학생들에게 뭐라도 시키고, 이후 차례대로 시간마다 임박해서 수업 계획을 받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준비해야 한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긴급 보결 교사에게는 연락이 매일 오는 게 아니라서, 연락이 오면 아픈 아이나 병원 예약이 없는 한 받는다. 어떤 주는 연락이 하나도 없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형편이다 보니 긴급 수요가 여러 명일 때 빼곤 과목 불문하고 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활동 수업이거나 이미 기존에 시작했던 학생 활동을 이어가는 경우는 교과 지식이 많이 필요 없기도 하니까 할 수 있지만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다.
‘썹썜’이라고 부르게 된 이유
정규든 긴급이든 온타리오주에서는 이런 보결 교사의 공식 명칭으로 비정기 교사(occasional teacher)를 쓴다. 비정기적인 수업을 하는 교사 정도로 보면 되겠다. 간략하게는 오티(OT)라고 한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대화할 때는 이 말을 잘 쓰지 않는다. 정식 서류에나 쓰는 말이다. 공식적이고 중립적인 데다 약자인 오티를 현장에서 잘 쓰지 않는 이유는 학교 내 다른 인력인 작업 치료사 역시 오티(Occupational Therapist, OT)다 보니 혼동이 생길 수 있어서다.
대신 흔히 쓰는 표현은 보결 교사(supply teacher)로 부재중인 인력을 채워준다는 의미다. 다만, 중등 교사끼리는 대체 교사(substitute teacher)라는 영국식 표현도 종종 쓴다. 특정 교과목을 담당하기 때문에 그냥 한 교사의 빈 자리가 아닌 바로 그 담당 교사를 대체한다는 의미가 더 강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중고생 아이들도 줄여서 부를 때는 ‘썹(sub 또는 sup)’이라고 줄여서 말한다. 예를 들어, 아침에 가면 "Yay, we have a sup!" "Are you Ms. H's sub?" 이런 식이다. 그래서 오늘도 학교 종 치기 전까지 부지런히 달려가는 긴급 보결 교사의 이야기를 ‘썹쌤일기’로 풀어보려고 한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