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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썹쌤일기] ⑨"수업 계획이 없다고?"...유연한 대처가 필요한 날

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 (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실장님, 포워딩해 주신 파워포인트가 안 뜨는데 열어보셨나요?”

“아뇨. 그냥 포워딩했죠. 한 번 볼게요.”

“네, 확인 부탁드려요.”

“어라, 저도 안 되네요.”

“지금 서단아 선생님은 연수 이미 시작해서 연락 못 받겠죠?”

“아무래도 그렇죠. 학습지 보니까 기본적인 내용이니까 그냥 캐나다 식생활 가이드에서 비슷한 내용 찾아서 하면 되지 않을까요?

“네네, 그럼 제가 다른 소스 찾아서 해볼게요.”

“은수 쌤, 유연하게 대처해줘서 고마워요.”

 

이날은 순회 보건 교사 대신 수업을 들어가는 날이었는데, 아침에 도착하니 수업 계획이 준비돼 있지 않았다.

 

보결 수업하다 보면 이런 일이 가끔 생기는데, 갑자기 선생님이 너무 아파서 뒤늦게 병결을 요청하고 수업자료도 그제서야 부랴부랴 준비해서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시간표도 모르고 시작한 정신없는 하루 


1교시 시작하고 20분 만에 1교시 수업 계획을 받고 차례대로, 각 교시 계획을 받은 적도 있다. 그래도 그날의 수업 시간표라도 알고 시작하는 게 보통인데.

 

이날은 순회 교사의 수업이기 때문인지, 수업 시간표조차 모르고 첫 시간 출석 체크 담당 학급만 아는 상태로 하루를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병결도 아닌데 이런 일이 생긴 건 서 선생님이 전날 교육청에 등록했다고 생각한 보결 교사용 수업 계획이 등록되지 않아서다.

 

행정실장님이 급히 전화와 이메일로 연락해 연수 전에 수업 자료와 수업 시간표를 메일로 요청해 놓았고 포워딩해 준다는 얘길 듣고 교실에 들어갔다.

 

출석 체크 후 조회 방송이 나오는 동안 메일을 확인했지만, 안 들어왔다. 파워포인트 자료인데 설상가상으로 늘 갖고 다니던 맥북과 HDMI를 연결하는 커넥터도 없었다.

 

다행히 행정실 바로 옆 교실이어서 출석부를 전달한다는 이유로 행정실에 들러 물어봤다.

 

“메일 혹시 어디로 포워딩하셨어요?”

“회암교육청 메일로요.”

“저 교육청 메일이 이용 정지 상태여서, 여왕대 메일로 다시 한번만 보내주세요. 그리고 학습지도 있다던데 행정실 프린터로 출력도 부탁드려요.”

“네, 그럴게요.”

“참, 제가 오늘 맥북 어댑터를 안 가져와서 그런데 혹시 크롬북 하나 빌려도 될까요.”

“네, 여기 하나 있네요.”

 

그렇게 다시 교실로 돌아왔는데, 다행히 수업 계획과 시간표는 전달돼 있었지만, 이번에 빌려온 크롬북이 아예 영상 출력용 단자가 없는 게 아닌가. 

 

“실장님, 이거 출력 단자가 없네요.”

“아, 은수 쌤 미안해요, 도서관에 아마 단자 있는 게 하나 있을 거예요.”


결국 도서관 크롬북을 빌려서 이제야 수업을 하나 보다 했는데, 이게 웬걸, 파워포인트 파일이라는 링크는 필자의 구글 드라이브로 연결되는 게 아닌가.

 

혹시나 교육청 계정이 정지돼 있어서 그런가 하고 서두에 쓴 대화를 행정실장님과 나눴지만, 링크 자체가 잘못된 거였나 보다.

 

결국 자료 없이 수업을 진행하게 됐다. 우리나라 같으면 교과서라도 있겠지만, 이곳에서는 교사들이 수업 계획을 교과서로 하는 일도 없고 교과서의 특정 단원을 가르치지도 않는다. 특히나 일부 고교 교실에 참고자료로 놔두는 경우 외에는 교과서 자체를 학교에 비치해놓는 경우도 없다. 

 

어쩔 수 없이 보통 식습관은 캐나다 정부 산하의 식생활 가이드 사이트 자료를 이용해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 사이트에 들어가 봤지만, 학습지 내용과 딱 일치하는 자료는 없었다.


어떻게든 가진 자원을 활용해서 수업을 진행


그래도 시간도 많지 않아서 일단 1교시는 그곳 자료로 수업을 진행하고 아이들에게 학습지를 채울 수 있도록 필자가 알고 있는 기존 지식을 활용해 조금 내용을 더해줬다. 

 

다음 시간에는 이대로 될 일이 아니다 싶어서, 열심히 여러 주 정부 자료와 의료 기관 자료를 찾아서 영역마다 충분한 설명이 되는 근거 자료를 준비하고는 토의 형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이 의견을 충분히 말한 다음 참고 자료 사이트를 띄우고 학습지를 채우도록 했다.

 

이렇게 어떻게든 가진 자원으로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날도 가끔 생긴다. 그날만은 아니다. 수업 계획에 학습지를 하게 돼 있었는데, 학습지가 첨부돼 있지 않거나 엉뚱한 학습지가 첨부된 경우도 한 번씩 있다. 뒤늦게라도 오면 다행이지만, 어떤 날은 다시 요청해도 못 받을 때가 있는데 계속 물어보기도 미안하다.

 

비인기 교과가 아니라면 대부분은 본인이나 가족이 아프거나 조사가 생긴 경우기 때문이다. 아침에 겨우 보결 수업 계획을 보내고 다시 약을 먹고 잠이 들거나 정신없이 아이를 돌보고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자꾸 달라고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럴 때도 그냥 유연하게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 필요한 학습지가 없으면 없는 대로 수업 내용에 맞춰서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다. 주전공인 미술이나 부전공인 사회나 수학이면 어떻게든 그게 되지만, 사실 다른 교과는 그렇게 진행하기가 어렵기도 하다. 

 

또 당연히 정규 보결 교사가 올 것으로 생각하고 교육청과 영화협회 계약으로 제공하는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도록 하는 날도 있다. 결국 급한 마음에 어떻게든 다른 경로로 유료 영상을 찾아서 틀기는 했지만, 하필 프랑스어로만 나오고 영어 자막이 없어서 내레이션을 기억에 의존해 영어로 해준 적도 있다. 나중에 알고보니 유튜브에 영어로 나오는 영상도 있는 걸 발견하고 찾질 못한 자신을 한탄하기도 했다. 

 

온라인 학습 모듈이 계획돼 있는데 학교 인터넷이 갑자기 차단되기도 했다. 테더링도 소용이 없어서 결국 자습을 시켜야 했다.

 

그나마 감당할 수 있는 교과면 같은 내용을 다르게라도 가르치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뭐든 학생들을 안전하게 관리·감독하면서 해당 교과와 관련된 학습을 할 수 있는 다른 활동으로 대체하거나 자습을 시키고는 상황을 설명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순회 보건 선생님을 대체한 날에는 그래서인지 행정실장님에게 세 번이나 유연하게 대처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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