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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썹쌤일기] ③수학 강사 흉내

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처음 옥토중학교에 보결을 들어간 날, 첫 수업은 프랑스어가 아닌 7학년 수학이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요즘 알고 보니 악동들이 많기로 유명한 반이었다.

 

그런데도 수업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음수를 활용한 덧셈, 뺄셈을 하면서 음수의 개념을 쌓아가는 수업이고 학습지 문제 풀이 위주여서 그랬던 것 같다.

 

특수교육 보조 길례 쌤이 넌지시 물었다.

 

"혹시 수학 전공이세요?"

 

지금이야 수학 부전공 연수를 받는 중이지만, 당시엔 전혀 아니었다. 그래도 금방 쌓은 학생들의 신뢰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초등학교 담임하면서 매일 가르쳤으니까요" 하고 얼버무렸다.

 

특히나 지난해 학습 지도 강사를 했던 기억을 해보면 최소 대학생이던 강사 중에서도 음수 개념조차 제대로 없는 사람도 있던 것이 여기 현실이니까 수학 전공 같아 보였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국에서 교사자격증이 있는 사람이면 수학 전공이 아니어도 중학교 1학년 수학 문제 풀이를 막힘없이 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과외 경험까지 있다면 설명하면서 문제 푸는 데는 이력이 나 있을 테니.

 

그런데 역시 애들은 애들이다. 막힘없는 문제 풀이로 혼을 빼놨더니 딴짓하는 애들도 적어지는 걸 이후에도 몇 차례 볼 수 있었다. 나에겐 항상 학급 관리가 약점이었는데 의외의 수단을 발견한 셈이다.


수업을 듣는다고 다 배우는 건 아니다 


9학년에서 이차방정식과 그래프를 가르칠 때도 즉석에서 칠판에 그래프 만들어가면서 학원 수학 강사처럼 풀이해줬더니 애들이 어떻게 그렇게 하냐며 궁금해한다.

 

가르쳐봤더니 심화 과목이 있는 11, 12학년 빼고는 수업 전에 용어 몇 개만 찾아놓으면 막힘없이 푸는 게 어렵진 않았다.

 

그런데 사실 학급 관리 수단으로서 문제 풀이가 갖는 효과에 너무 매료되고 싶지는 않다. 수학이 애들 혼을 빼긴 쉽지만, 우리나라에서 너무나도 많이 보고 비판했듯이 혼 빼고 본다고 배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그냥 하나의 쇼를 즐겁게 보는 것일 뿐, 그렇게 안 해도 배울 놈만 그런 상황에서도 배운다.

 

사실 첫날이야 같은 문제를 전체 학급이 같이 풀어나가는 상황이었고 간단한 개념이니까 그래도 됐지만, 위의 9학년 수업만 해도 대부분은 넋만 놓고 풀이 따라 쓰거나 보고 있을 뿐 개념에 대한 이해가 발전하진 못하는 게 보였던 걸 생각하면 더 그렇다.


학생이 하나라도 더 배우는 교실


한 번은 애들이 별로 학습지를 풀지 않는 것 같아서 옥토중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마 선생님께 고민을 이야기했더니 “난 배울 의지가 없는 아이들까지는 안 챙겨요. 할 의지가 있는 애들이 했으면 된 거예요. 나도 어떻게 못 하는데, 신경 쓰지 마세요” 이러신다.

 

뭐, 그 말도 이해가 간다. 아이들을 강제할 수단이 없고 여기서는 더더군다나 분위기마저 우리나라보다 더 하기 싫은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키기 어려우니 그 말도 이해가 된다. 근데, 배울 준비가 된 학생만 배울 거면 사실 공립학교 교사가 있을 이유도 딱히 없다는 생각도 들어서 편해지려고 수학 강사 흉내 내기 전에 내가 어떤 교사가 될지 생각해 보게 된다.

 

생각해 보면 제일 만족스러웠던 수학 수업은 중증 장애인과 취업 과정 학생들의 통합 학급 수업이었다. 물론 담당 수학 교사가 진행하고 보조만 하는 상황이어서 더 잘 되기도 했겠지만, 이해가 부족한 학생들을 챙겨서 조금이라도 나아가게 하는 보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원하는 교실은 작은 발걸음이나 매일 내디딜 수 있는 그런 곳일지도 모른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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