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

우리나라에서 기간제를 아직 임용되지 못한 젊은 교사나 퇴직 교사가 많이 하듯이 이곳에서도 보결 교사는 아직 정규 채용이 되지 못한 교사나 퇴직 교사가 주로 맡는다. 기간제 교사에 해당하는 자리도 장기 보결(Long Term Occasional) 교사라고 부르고 보결 교사의 범주로 보니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보결 경험을 채용에서 중시하는 문화
다만, 이곳에서는 기간제의 임용 우선권을 법적으로 금지한 우리나라와 달리 수급이 어려운 프랑스어 등 특수한 지역을 제외하고는 보통 교육청 소속 정규 보결 교사에게 장기 보결과 정규 채용 기회를 주는 내부 채용을 한다.
학교 관리자가 마음에 들었던 보결 교사에게 채용 기회를 먼저 제안하고 뽑아주기도 한다. 그만큼 보결 교사의 경험을 인정하는 셈이다.
지금은 고용 형평성 논란과 능력주의 강조로 폐지됐지만, 온타리오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채용에 연공서열제까지 공식적으로 존재했다.
보결 교사 경력 5년 이상 교사에게 정규 채용 우선권을 주는 제도였다. 말하자면 보결 교사 뛰면서 5년 정도 교실 경험도 쌓고 선배 교사들의 수업을 따라 해보고 나야 인정해 주겠다는 셈이었다.
그러다 보니 일반적인 정규 채용 경로는 일일 보결을 거쳐 장기 보결 경험을 쌓고 나서 채용하는 식으로 이뤄져 있다. 물론 자격 수요에 따라 장기 보결까진 하지 않고 바로 채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는 그렇다. 특히 졸업하고 시험만 봐서 바로 정규 채용이 되는 일은 공립에선 거의 없다.
그래서 정규로 입직하기 전에 보결 교사를 하는 일은 교과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한두 명의 교생 지도 교사 외에도 다양한 경력 교사들의 수업 계획을 접하고 배울 기회이기도 하다.
자리를 비우는 교사의 수업 계획과 자료를 바탕으로 수업하다 보면, 선배 교사의 수업 계획과 자료를 고스란히 받고 이를 실행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수학 부전공 자격 연수를 받을 때도 이렇게 얻은 자료와 경험을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보결 수업만 해봤지, 한 번도 수학 교사로서 수업해 본 적이 없지만, 보결 교사로서는 실제로 수업해 본 수업계획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화에서 계속 보결을 다니다 보면 자료도 많이 얻지만, 롤모델로 삼고 싶은 교사도 만나게 된다.
그래도 최고의 롤모델은 교생 지도 선생님
물론 아직은 교생 지도 교사 두 분을 뛰어넘는 매력적인 수업을 만나보진 못했지만, 아마도 직접 수업 장면을 보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보결을 맡길 때 자신이 하는 수업보다 학생도 보결 교사도 부담 없는 계획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니 더 그렇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본인의 수업 계획을 그대로 남들이 따라 할 수 있도록 새로 정리만 해서 전해주는 경우도 있으니 꼭 그래서만은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가장 이상적이고 모범적인, 교사 교육을 받을 때 배운 모습 그대로라고 할 수 있는 수업은 당시 지도교사이자 사회부장이었던 허찬희 선생님이 세계 근대사 시간에 했기 때문일 것이다.
12학년, 그러니까 고3 진학반 수업임에도 정말 다양한 활동 수업을 하면서 수업의 짜임새도 교과 내용의 깊이도 놓치지 않았었다.
지금도 지향하고픈 이상향이지만 실력으로도 성격을 생각해도 쉽지는 않다. 카리스마를 발휘하면서 빡빡하게 시간 관리를 하고 약간은 코치 같이 행동해야 운영할 수 있는 수업이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지도교사였던 손미선 선생님의 캐나다사 수업은 성격과 잘 맞고 따라하기도 쉬워서 실습 내내 그 반 수업으로 채워야 하는 수업시수를 채우고 모자라는 시수만 찬희 선생님 반에서 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학급이 학습 장애, 자폐 스펙트럼 장애, ADHD 학생 등을 모아놓은, 준 특수학급이라 작은 학급의 장점이 컸던 것 같다. 그런 학급을 맡을 기회는 한동안 잘 없지 싶기에 모범으로 지향하기가 어렵다.
그 선생님의 교실에서 그 선생님의 수업을 하다 보면

썹쌤으로 다니면서 발견한 수업은 이틀 정도 수업을 대신 들어간 마담(프랑스어 몰입학교라 쓰는 호칭) 국의 수업이 현실적으로 마음에도 들고 지향할 수도 있는 목표가 된다고 생각한다.
매번 가보면 내 성향에 잘 맞는 학급 운영을 바탕으로 깔끔하고 잘 계획된 수업을 하게 된다. 교실도 충분한 내용이 있으면서도 과하게 산만하지 않아서 마음에 든다.
교생 때를 생각하거나 마음속에 지향하는 수업을 생각하면 좀 더 다양한 활동의 수업을 하고 싶기는 하지만, 수업 준비가 힘드니까 현실적인 생활인으로서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까지는 이 정도가 좋다는 생각이 든다.
아쉽게도 국 선생님은 옥토중에서 좀 더 먼 학교로 전근을 가셔서 더 이상 수업을 경험해 볼 기회가 없다. 옥토중에선 나소희 선생님 반도 괜찮았다. 나 선생님 교실은 좀 어수선하지만 수업은 적당히 다양한 활동을 적당한 시간으로 나눠 수업에 배치해서 중학교 수업으로는 딱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해 보면 해 볼수록 고교가 더 맞는다는 생각도 들어서 너무 교실 환경에는 신경을 덜 써도 되겠다 싶은 생각도 하게 된다.

요즘은 옥토중 병설학교인 상지고를 주로 가는데 주 전공인 미술에서 모범이 될 수업은 찾지 못했다. 수업이 잘 된 수업은 있지만, 모두 너무 식상한 미술 수업이란 생각이 들거나 잘 맞지는 않았던 것 같다.
부전공을 하고 있는 수학은 퀸즈대 동기였던 신비야 선생님의 수업 계획이 재미있었지만, 상지고에서 그런 수업은 보지 못했다.
전통적인 수업에 가깝기는 해도 개별화의 여지도 있고, 수업의 단계가 잘 짜여 있는 고진희 선생님 수업이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부전공 연수에서도 자주 써먹었지만, 수업은 성공적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보결 교사를 하면서 경험한 가장 까다로운 학급을 맡고 있기 때문이었다. 초등에서 담임했을 때보다 통제가 어렵다고 느껴질 정도였으니. 하긴 그래서 맡겠다는 정규 보결 교사가 없어서 자주 보결을 갈 기회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여전히 보결 수업을 다니는 과정이 배움의 기회라는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 교과가 달라도 활용할 수 있는 교수학습 방법이나 가끔 학급 관리 노하우를 배울 기회도 생기고 어떤 수업이 자신에게 맞는지 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