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초중등학교 행정실 법제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발의 이후 교육청공무원단체와 교원단체의 찬반이 격화하고 있다. 서로의 입장에 따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이때, <더에듀>는 송미나 한국교육정책연구소장(수석교사)가 바라보는 행정실 법제화의 법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살피며, 독자들의 판단 근거를 넓히는 데 도움되고자 한다. |

법리적 충돌 1: 법적으로 적합하지 않은 대체 체제의 초중등 학교 이식
현행 ‘초·중등교육법 제20조’에서는 교원은 ‘학생을 교육하는 일’을 법적 직무로 수행하는 존재이며, 이는 곧 학교 전체가 ‘교원의 법적 직무’에 기반한 운영 체계, 즉 ‘직무 중심 운영 원리’를 기본 철학으로 삼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고등교육기관의 운영 원리를 규정하고 있는 ‘고등교육법 제15조’는 대학 교직원의 조직적 소속과 직급 중심의 역할 분담을 명문화하고 있다.
학장은 단과대학의 학사 및 행정을 총괄하며, 총장의 지휘를 받는 구조이고, 교수-부교수-조교수의 교수 직급 구조, 연구처·교무처·기획처 등 행정 중심의 위계적 조직 체계를 법적으로 갖추고 있으며, 기능별 업무가 세분화된 조직적 구조가 제도적 전제가 된다.
교원은 학문 연구와 학생 지도를 중심으로 하되, 조직 내 직급에 따른 위계적 구조 안에서 기능한다. 즉 고등교육법 체계는 ‘조직 구조에 교원이 편입되어 기능별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에 가깝고, 초·중등교육법 체계는 ‘교원의 직무를 중심으로 학교가 설계되는 구조’에 가깝다.
그러나 이번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이러한 교육 단계의 철학적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대학의 행정조직 모델을 초·중등학교에 이식하려는 시도이다.
행정실을 법적 조직으로 격상하는 것은 단순한 운영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관점을 구조로 고정하는 문제이다. 이는 마치 스포츠 필드에서 포지션별로 직무 수행을 하는 실전 전문가들이 팀을 구성하고 협력하는 방식의 ‘직무 중심 코칭 체계’에, 경기장 밖에서 연구와 기획을 담당하는 스포츠 행정조직을 그대로 경기장에 설치하려는 것과 같은 모순이다.
이식된 조직은 실전을 지원하기보다는 실전 자체를 지휘하려 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경기장의 중심은 ‘선수’가 아니라 ‘행정 체계’가 된다.
필드의 효율성과 협업은 개별 선수들의 직무 수행 역량과 유기적인 연계에서 나오는 것이지, 연구 조직의 행정 구조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
학교 역시 마찬가지이다. 학생 교육이라는 실질적 직무 수행이 중심이 되는 초·중등학교에, 고등교육기관의 조직 운영 체계를 그대로 이식하려는 시도는 실무와 구조 간의 기능적 불일치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인식은 이번 개정안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학교를 ‘직무 중심’이 아닌 ‘조직 중심’으로 법제화하려는 이번 시도는, 국회가 오랜 시간 동안 학교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결국 이번 법안 역시, 초·중등학교가 지닌 헌법상 정체성과 운영 철학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을 안고 있다.
초·중등학교는 학생 교육이 법령상 유일한 직무인 교원이 중심이 되는 직무 구조이며, 교원이 수행하지 않는 직무는 교육행정직과 직원 등 별도의 직군이 담당하도록 분화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이 체계를 무시한 채, 행정실이라는 조직을 단독으로 법제화 시도하면서 오히려 교원의 법적 직무와 학교 조직 간의 경계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법리적 충돌 2: 초·중등교육법 Vs. 고등교육법 – 교직원 자격·직급 체계의 구조적 불일치
학교의 조직화를 법제화하려면,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할 것은 학교 구성 주체에 대한 법적 정의다. 그러나 이번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이러한 검토 없이, 조직법이라는 상위 구조만을 성급히 도입하고 있다. 이는 기존 법령 체계와의 조문 단위 충돌 그리고 법리적 정합성 훼손이라는 문제를 일으킨다.
우선, ‘고등교육법 제14조’는 교직원의 자격과 구조에 대해 총장·학장은 ‘둔다’라고 명시하고, 교수·부교수·조교수·강사는 ‘구분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각 직급 간 수직적 위계와 조직 운영의 중심 원리를 명확히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대학의 조직 체계가 조직 중심 법리에 기반한다는 명백한 증거다.
총장과 학장은 학교 조직의 법적 대표로서 학교의 장이며, 교수진은 위계와 역할에 따라 기능별 분화된 행정·학술 직무를 수행한다.
반면, 「초·중등교육법」 제19조는 교장의 자격을 포함한 모든 교원 자격을 ‘둔다’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들의 공통된 직무는 ‘학생을 교육하는 일’로 규정하고 있다.
교장·교감·수석교사·교사 간에는 위계적 직급 구분이 존재하지 않으며, 이는 단지 전문성과 역할의 차이에 따른 자격 구분일 뿐이다. 이 조항에서 교장은 ‘고등교육법’상의 총장·학장처럼 독립된 조직 단위의 대표자로서의 법적 지위를 갖지 않는다.
교장은 어디까지나 ‘교원’의 한 자격에 속하며, ‘학교의 장’이라는 별도의 조직 대표 개념으로는 법률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는 단순한 표현의 차원을 넘어, 교육 단계별 법철학의 구조적 분기점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고등교육기관이 행정조직의 위계 안에서 각 직급이 기능적으로 분화된 구조를 갖지만, 초·중등학교는 교원의 ‘교육 직무 수행을 중심으로 한 수평적 운영 체계’를 지향한다.
‘교장이 곧 학교장’이라는 등식은 고등교육기관에서는 법적으로 성립되지만, 초·중등교육기관에서는 법률상 명시된 적이 없으며, 다만 관행과 행정 편의에 따라 학교의 대표자로 간주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만약 학교 조직을 법으로 제도화하려 한다면, 우선 교장을 법적으로 ‘학교장’으로 명시하는 조항이 신설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교장이 학교 조직의 법적 대표로서 행정실 등 법정 조직과의 관계를 총괄할 법적 근거가 성립한다. 그러나 초중등교육법 체계는 교장을 교육활동을 총괄하는 교육 전문가인 ‘교원’으로만 정의하고 있으며, 조직적 위상이나 법적 대표성에 대한 정의는 없다.
이 상태에서 ‘행정실 설치 및 학교 조직을 법제화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가?’ 대표 주체가 법적으로 부재한 조직도를 법으로 고정하게 되며, 조직 내 기능과 책임의 귀속이 불명확해진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기술이나 절차상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법인의 설립이나 공공기관의 법인격 정의와 같은 법률 체계 전반의 정합성을 해치는 문제이다.
더욱이, 초·중등학교의 교원 체계는 헌법상 교육공무원의 지위를 갖는 수평적 교육 전문가 집단이므로, 이 체계를 대학의 조직 위계 구조처럼 전환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행정실 설치 조항만이 아니라, 교장에 대한 조직 대표성 부여, 교원 직무의 수직 분화, 교무 행정 총괄자 명시 등 전반적인 법률 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법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그와 같은 필수적 정합적 확보 과정 없이, 고등교육의 조직 원리를 초·중등교육에 이식하려 했다. 법령 간의 문언(文言) 비교에서도 확인되듯이, 이는 ‘조직 중심 체계’와 ‘직무 중심 체계’라는 법리 구조 간의 충돌이며, 입법 기술 측면에서도 구조적 오류를 포함한 채 제출된 법안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본질은 더욱 심각하다.<계속>
# 3편은 ‘현실 왜곡’을 주제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