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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더하기-송미나] 학생인권조례① "인권 개념 축소 왜곡에 교육현장 대결의 장으로 변질"

 

[더에듀] 2010년 제정된 학생인권조례가 또다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다행히 21대 국회에서 폐기되긴 했지만 국회 마감을 앞두고 특정정당의 의원이 학생인권특별법을 발의하며 학생인권을 법률로 제정하자고까지 나갔다. 시도 교육감이 제정한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이어지자 국회의원이 나선 것이다. 조례만으로는 모든 지역, 모든 학생들의 인권이 동등하게 보장되기 어려우므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학생인권을 법률로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6년 17대 국회(최순영 의원 대표발의), 2008년 18대 국회(권영길 의원 대표발의), 2021년 21대 국회(박주민 의원 대표발의)에 이어 총 4번째 발의된 법안이었다. 입법 취지와 목적은 4법 모두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학생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며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생인권을 법률로 제정해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입법 취지는 좋은 말로 구성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학생인권조례나 지금까지 발의된 인권법 또한 마찬가지다. 입법 목적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학생에게 해를 끼치는 나쁜 말이 하나도 없는 법률이다. 굳이 학생이 아니더라도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인권 보장 법률이라는 점에서 반대나 폐지 목소리를 내야 할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찬성할 수 없는 데는 몇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인권의 의미 왜곡, 인권의 지위 하락, 법 질서 해체 등이다.


천부인권, 국가나 제도가 아닌 자연적으로 주어진 권리


인권(Human Rights)이란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 권리’를 줄인 말이다. 누구나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누려야 하는 기본적 권리로, 권리(Rights)와는 다른 개념이다.

 

우리나라 고등학생이 배우는 통합사회 교과를 중심으로 인권의 의미를 요약해 보면 5가지 주요 특성이 있다. 천부성, 불가침성, 보편성, 항구성, 자연권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인권은 인간이 태어나면서 갖게 되는 (천부인권)의 당연한 권리(천부성)로 남에게 양도할 수 없고 남의 인권을 침해해서도 안 되며(불가침성), 인종,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 등의 조건에 상관없이 인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권리(보편성)를 말한다.

 

또한 인권은 일정 기간에만 한정한 것이 아니라 영구히 보장되는 권리(항구성)며 무엇보다도 국가에서 법이나 제도로 보장하기 이전부터 자연적으로 주어진 권리(자연권)다.

 

우리 헌법은 국민의 인권을 기본권이라는 이름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를 보장하기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다. 국민 주권의 원리, 권력 분립의 원리, 법치주의, 입헌주의 등이 대표적이다.

 


법률이 아닌 ‘유엔아동권리협약, 세계인권선언문’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가 가장 많이 비준한 국제인권법인 유엔아동권리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 CRC)과 세계인권선언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의 타이틀을 살펴보자. 그리고 이를 우리나라의 학생인권조례나 학생인권법의 타이틀과 비교해 보자.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인권법이다. 그러나 인권법의 타이틀은 ‘아동인권’이 아니라 ‘아동권리’라는 용어로 바꿔 표현하고 있다. 또한 ‘인권조례’나 ‘인권법’이라는 법률형식도 취하지 않을뿐더러 단지 ‘협약(Conven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뿐이다.

 

 

‘세계인권선언문’도 살펴보자. 아동권리협약과는 다르게 ‘인권’이라는 용어를 인권법 타이틀에 직접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한 대상의 인권을 지칭하는 ‘아동’이나 ‘학생’이라는 용어는 없다. 대신 ‘세계(Universal)’라는 용어를 사용해 ‘세계인권’으로 표현하고 있다. 형식은 아동권리협약과 마찬가지로 법이나 조례가 아니다. 선언문(Declaration) 형식을 취하고 있을 뿐이다.

 

인권 보장의 근거가 되는 우리의 헌법과 국제인권법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몇 가지 사실이 있다.

 

인권은 모든 사람이 이미 가지고 태어난 것으로 법과 제도라는 인위적 방법을 통해 보장 받는 권리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므로 인권 보장과 관련된 법률명이나 제도명을 만들 때는 ‘학생인권’이라는 용어처럼 특정 대상의 인권이 직접적으로 드러난 법률명을 사용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또한 법이나 제도로도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아동’과 ‘학생’이라는 용어처럼 특정한 대상의 인권을 보장하는 인권법을 제정하려면 ‘아동권리협약’처럼 ‘권리’라는 용어로 바꿔 사용해야 하고, 인권이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하고 싶을 때는 특정한 인간을 지칭하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통점이 하나 있다. 어떤 용어를 사용해 인권법을 제정하든 형식은 법률이나 제도로 제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인권선언문’과 ‘아동권리협약’의 형식이 법률이나 조례가 아닌 선언문과 협약의 형식으로 제정된 것 또한 그와 같은 맥락이다.

 

시도교육감들이 제정한 학생인권조례와 지금까지 발의된 학생인권법은 모두 유엔아동권리협약을 근거로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근거가 된 유엔아동권리협약 타이틀에는 인권이라는 용어가 없다. 학생인권조례 모델이 된 뉴욕시의 학생권리장전 타이틀에도 학생인권이라는 용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학생권리장전(Student Bill of Rights)이지 학생인권장전(Student Bill of Humen Rights)이 아니며 이 장전은 오히려 교육의 목적안에서 학생의 권리를 제한하고 학생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법률 형식을 취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두 공통이다.

 

 


학생인권조례, 인권 개념 축소·왜곡..."대결의 장으로 변질시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학생인권’이라는 용어를 창조하며 껍데기만 차용한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학생인권조례다. 어떤 문서를 근거로 인용할 때는 근거다운 근거를 논리적 모순 없이 근거답게 인용해야 한다. 단순히 용어 몇 개 일치한 것을 두고 그 문서에 근거한다는 인용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학생인권법이나 학생인권조례라는 후진적 용어 사용의 문제는 천부인권으로서 갖는 인권의 지위를 왜곡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교수학습생태계 질서 파괴는 물론 더 나아가 법 질서까지도 해체 시키고 있다는 데 더 큰 심각성이 있다.

 

구체적으로 인권의 의미를 특정 권력으로부터 부여받는 시혜적 복지차원으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인간이 태어나면서 이미 갖고 태어난 인권임에도 불구하고 교육감이나 국회의원 등에 의한 인권법 발의는 절대적 자연권으로서의 인권이 아니라 마치 특정 권력을 지닌 교육감이나 국회의원 등에 의해 학생 자신의 인권이 시혜적 차원에서 보장된다는 듯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인권이라는 용어의 등장은 인권의 의미를 세분화가 가능한 특수한 개념의 인권으로 축소 왜곡시킨 출발점이 됐다.

 

학생이라는 특정 대상을 콕 짚어 그들을 위한 인권법과 조례 제정이 가능하다면 교육기본법이 규정하고 있는 교육당사자 6주체 모두의 인권을 위한, 각각의 인권법 제정 또한 불가능할 이유가 없다. ‘교사인권조례’와 법은 물론이고 ‘학부모인권법’, ‘교육감인권법’, ‘교원단체인권법’ 등이 모두 제정 가능해질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의료계나 법조계 노동계로 시선을 옮기면 ‘환자인권법’, ‘의사인권법’, ‘간호사인권법’ 등은 물론이고 ‘가해자 또는 피해자인권법’, ‘판검사인권법’을 비롯해 ‘피고용자와 고용주인권법’ 제정 등도 모두 가능해진다. 하물며 입법권력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인권법’도 제정 불가능할 이유가 없다.

 

학생인권조례나 학생인권법은 이처럼 인권이 다양한 주체의 인권으로 분화되어 법이나 제도로 세분화가 가능한 듯한 착각을 심어준 계기가 됐다.

 

또한 학생인권조례는 교사, 학부모와 함께 교육의 3주제로서인 학생을 지속해서 약자화함으로써, 약자로서의 학생은 강자인 교사보다 더 특별하게 보장받아야 할 인권을 가지고 있다는 왜곡된 환상도 심어주었다.

 

학생의 인권을 천부인권의 렌즈로 접근하지 못하다 보니 인권의 의미를 갈라치기가 가능한 강자와 약자 프레임으로 접근한 것이다.

 

특정 국회의원과 시도교육감들이 학생의 인권을 약자적 인권으로 조작적 정의를 해가며 ‘학생인권’이라는 창의적 용어를 만들어 법과 조례 등으로 제정해 본들, 퍼포먼스만 그럴듯해 보일 뿐이다.

 

학생 인권은 특정 국회의원이나 교육감은 물론이고 법이나 제도를 통해 보장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므로 법률행위 자체는 어떠한 효력도 발생할 수 없는 무의미한 행위일 뿐이기 때문이다.

 

 

 


교사와 학생의 수평적 관계를 깨는 학생인권조례


교사의 교육활동 관점에서 학생인권조례가 갖는 문제점을 짚어보자.

 

학생인권에 대한 특별한 방어권 보장을 의미하는 학생인권조례 제정 행위는 학생으로 하여금 무의식중에 자신의 인권을 교사의 인권에 비해 우월적 지위를 가진 인권으로 여기게 한다.

 

미래의 사회인 학교는 현재의 사회와는 구별되는 공간이다. 학교 교육활동의 질을 좌우하는 교수학습생태계는 학생과 교사의 수평적 관계로 작동된다.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는 법적 방어권 확보는 교사인권조례를 제정하지 못한 교사 입장에서 보면 방어권 보장 부재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교육활동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평 관계로 작동하는 교수학습생태계에서 어느 한 쪽의 방어권 보장은 그것 자체로도 교육활동을 위축시키는 치명적 요인이 된다.

 

깃털 하나만 얹어도 깨지는 균형이 교사와 학생의 수평관계다. 법적으로 보장 받는 학생의 방어권이 깃털보다 가벼울 수 없다는 점에서 교수학습생태계 안정을 위한 실질적 처방이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교육을 위한 법과 제도의 지원 역할은 교육주체들의 수평적 균형을 맞춰주는 일이다. 어느 한쪽의 인권만을 대변하는 기울어진 인권법 제정은 교육활동 보호도 학생인권 보장도 될 수 없다. 교단의 질서와 교수학습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일 뿐이다.

 

지난 5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학교교권보호위원회 심의 건수를 기준으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학생에 의한 교사 상해‧폭행 건수는 1089건에 달한다”며 “대부분의 폭행 사례는 참고 넘어간다는 점에서 실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강조한 점도 공교육 붕괴를 상징하는 학생에 의한 교사의 교육활동 침해 건수 증가의 심각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교사의 법적 방어권 보장을 추가하든지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든지 교단의 수평을 맞추는 처방이 시급하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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