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 최근 학교 내 안전 강화를 위해 학교전담경찰관(SPO) 배치 확대가 논의되면서 교육 공간에 사법권을 가진 경찰공무원의 상주가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SPO 배치가 교육기관의 본질을 훼손한다는 주장은 본질적으로 학교를 사법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금융기관, 행정기관, 입법기관에도 경찰이 배치되어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해당 기관의 고유 기능이 약화하거나 사법화되었다는 주장은 제기된 적이 없다. 만약 은행과 병원에 경찰이 배치된다고 해서 해당 기관의 정체성이 흔들린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정책 운영상의 문제이지 경찰 배치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므로 교육공간인 학교에 사법권을 가진 경찰공무원이 상주하면 적절하지 못할 것이라는 논란이나 학교 내 SPO배치가 교육적 역할을 약화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경찰이 배치된다고 해서 기관의 고유 기능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학교가 사법화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경찰 배치가 아니라, 학교가 폭력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강요받는 현재의 정책 방향성에 있다. 즉, 학교폭력 문제를 교육적 접근이 아닌 사법적 접근으로 해결하려는 구조적 오류가 핵심 문제다.
학교폭력 관련 법이 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정책이 교육적 해결이 아니라 가·피해자를 구분한 사법적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교사와 학교 관리자에게 사법적 절차와 행정 업무를 맡기는 구조 또한 문제를 악화하고 있다. 교사들은 본연의 교육활동보다 폭력 사건을 접수하고 조사하며 행정 업무를 수행하는 비전문적 구조에 놓여 있다. 학교장은 판결권이 없음에도 사건을 종결하는 책임을 진다.
이 문제는 단순히 학교폭력 업무를 교육청으로 이관하는 것으로는 해결될 수 없으며, 교육기관과 교육행정기관이 지속해서 사법적 업무를 수행하는 방향으로 고착화하고 있다는 것이 본질적 문제다.
학교는 학생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며, 폭력 문제의 처리는 본래 사법기관이 담당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정책은 교육기관으로서 학생들에게 문제 해결을 학습할 기회를 제공하기보다는, 학교 내에서 학생을 가해자와 피해자로 구분하고 보호와 처벌의 관점에서 사건을 종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사건을 종결하는 것이 곧 문제 해결을 의미하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문제 해결 방법을 배우고 익힐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채, 가해자는 처벌하고 피해자는 보호하는 사법적 원칙만을 적용하는 것은 결국 학교 사법화를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학교는 교육적 공간이 아닌 사법적 판단과 행정적 조치가 이루어지는 기관으로 변질되고 있으며, 교사는 교육자가 아니라 조사자·판단자·행정 처리자로 역할이 제한되고 있다. 학생들 역시 문제 해결 능력을 배울 기회 없이 가해자 또는 피해자로 규정되는 경험만 하게 된다.
이러한 현실에서 학교폭력 문제 해결의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현재의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다면, 학교와 교사는 정부 정책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특히, 교사의 역할이 본질적으로 교육 활동에 집중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비전문적인 행정 및 사법적 업무 수행이 지속해서 요구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지금처럼 교사가 사건을 접수하고 조사하는 행정적·사법적 역량을 키운다고 해서 학생들의 갈등 조정과 문제 해결 능력이 길러지는 것은 아니다. 교사의 사법적 역할 수행을 위한 전문성은 강화될 수 있지만, 이는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교육적 개입의 전문성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이러한 정책은 교사 본연의 교육적 역할을 약화하고 있다.
결국, 교사들에게 법적·행정적 절차 수행을 맡김으로써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학생들이다. 비전문적 업무 수행으로 인해 교사는 소진되고, 본연의 교육적 역할과 생활지도에 집중할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따라서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패러다임은 단순한 폭력 업무 경감이나,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해 가해자는 처벌하고 피해자는 보호하는 사법적 원칙에 따른 사건 종결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신, 교육적 접근을 통해 학생들의 문제 해결 역량을 기르는 것이 정책의 핵심 목적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사법적 개입을 전담하는 기구와 교육적 개입을 전담하는 기구를 별도로 운영하는 투트랙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정책은 가해자와 피해자에 초점을 맞춘 사법적 성격의 위원회는 다수 운영되고 있지만,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 활동 중심의 전문 위원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학교폭력 사건 발생 시, 교육적 개입이 필요한 부분과 사법적 개입이 필요한 부분을 명확히 분리해야 한다. 사법적 처리는 사건 접수부터 경찰이 담당하도록 하고, 학교는 학생을 중심으로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교육적 개입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지금처럼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는 사법적 접근은 교정기관이 담당해야 할 영역이지, 교육기관이 수행해야 할 역할이 아니다.
학교폭력이 학생과 관련된 문제라는 이유로 교사에게 폭력 관련 행정·사법적 업무를 떠넘기는 정책 구조는, 마치 의사에게 환자 보호와 안전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환자의 모든 행정적·사법적 업무까지 맡기려는 것과 같다. 이는 병원과 의사가 환자의 안전과 돌봄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환자의 간병인 역할을 수행하고, 환자의 귀가 안전을 직접 관리하며, 환자 간 폭력이 발생하면 사건을 접수하고 심지어 병원장이 종결 판결까지 내리도록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는 비합리적인 정책이다.
따라서, 학교폭력 문제를 교육기관에서 다루어야 한다면, 단순히 학교장 종결제나 학폭위를 통한 사법적 절차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문제 해결을 학습하는 과정이 중심이 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행정 및 사법적 절차 중심으로 운영되는 위원회가 아니라, 문제 해결 중심의 교육을 전담하는 위원회를 신설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학생들이 갈등을 성숙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으로 정책이 전환되어야 한다.
이 위원회는 심리 전문가, 상담 전문가, 갈등 조정 전문가, 생활지도 교사 등으로 구성되어야 하며, 단순한 사건 종결이 아닌, 학생들이 다양한 교육적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문제 해결 능력을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학교는 단순히 폭력 사건을 조사하고 처리하는 기관이 아니라, 학생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교육적 장으로 기능하도록 전환되어야 한다.

최근 현장체험학습과 관련된 문제 또한 동일한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교사가 자신의 교육 활동에 대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본연의 역할이 아닌 비전문적 업무를 익히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 교사의 역할이 교육자가 아닌 단순한 안전관리자로 제한될 경우, 체험학습이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학습 경험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교육 전문가로서 교사가 법적 면책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적극적 교육이나 안전 관련 법 적용의 부담을 떠안게 된다면, 체험학습에서 소극적인 교육활동만 수행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교육의 질적 저하로 이어진다.
안전 기준이 명확하게 마련되지 않는 한, 체험학습의 본래 목적을 실현하기 어렵다. 학교폭력 관련 정책과 마찬가지로, 교사의 역할이 본질적으로 교육에 집중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안전장치가 반드시 구축되어야 한다. 의료인이 법적 면책권을 보장받듯이, 학생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 또한 지침이나 법에서 정한 안전 관리 기준을 준수했다면 법적 면책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삶과 연계된 깊이 있는 학습을 강조하며, 학생들이 배운 지식을 실생활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학생과 교사가 실제 삶과 관련된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할 때, 이들의 안전과 교육 활동이 적극적으로 보호되지 않는다면, 교육과정의 목표는 실현되기 어렵다. 정책적 지원 없이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면, 구호만 요란할 뿐, 교육과정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인간상은 단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학습에 필요한 안전 기준은 학생들의 학습 활동 수준과 범위를 고려해 정교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교사의 적극적 교육과 학생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체험학습은 교실 수업 수준의 소극적인 활동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체험학습이 의미 있는 학습 경험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교사가 안전관리 업무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는 체험학습의 본래 목적이 사라지고, 형식적 운영만 남게 된다. 학습이 삶 속에서 전이되는 깊이 있는 경험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현장체험학습 정책은 근본적인 방향 수정이 필요하다.
결국, 학교 교육의 붕괴는 교사와 학생의 노력 부족이 아니라, 정부 정책이 교육 전문가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
학교폭력 대응, 교원의 행정 업무, 현장체험학습 등 모든 교육 정책은 교사의 전문성을 중심으로 재설계되어야 하며, 행정적·사법적 접근이 아닌 교육적 접근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교원의 비전문성을 강화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되는 교원 행정 업무를 비롯해, 교사에게 본연의 업무와 무관한 사법적·행정적 기능을 부과하는 정책이 지속된다면, 교육의 본질적 목적은 더욱 훼손될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한 피해는 결국 미래 사회의 구성원인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학교는 곧 미래 사회다. 현재 학교 교육의 전문성이 미래 사회의 품격과 수준을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교사와 학교의 비전문성을 조장하는 정책의 폐해는 결국 사회적 위험 요소로 작용하여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올 것이다. 업무의 양이 아니라, 업무 성격과 전문성에 기반한 교육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