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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더하기-송미나] 고교 무상교육 예산 삭감 논란 "고교 의무교육 촉매제가 되길"

 

더에듀 | 고교 무상교육 교부금 일몰 문제가 다가오면서 그 파장이 커지고 있다. 언론은 이번 예산 삭감을 두고 정부의 무책임을 비판하며 중앙정부의 예산 편성 실패를 문제 삼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국회, 지방정부, 교육감 등 여러 주체들이 얽혀 있는 복잡한 구조 속에서 일어난 일이다. 따라서 예산 삭감의 책임을 한쪽에만 돌리고 있는 언론 보도는 지나치게 단편적인 시각이다.

 

편향적 시각에서 벗어나 펙트가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 고교 무상교육 예산 삭감의 주된 원인이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가, 다양한 주체들이 역할과 책임을 어떻게 분담해야 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협치와 연대가 사라진 정부와 국회에게 그들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최우선적으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정쟁이 일상화된 ‘정글국회’, 민생을 입으로만 위하는 ‘선동국회’에서 벗어나, 교육과 민생을 실질적 입법으로 증명하는 ‘성찰국회’로서의 ‘입법국회’의 방향성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국정 운영에 무한 책임이 있는 정부에 대해서도 현 정부의 국정 운영 비전과도 직접적 관련이 있는 고교 무상교육 지원 문제에 무한 책임이 있는 주체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고교 무상교육 예산 문제, 왜 발생했을까


고교 무상교육 예산 문제는 2019년에 제정된 한시적인 특례법의 일몰에 기인하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국가는 고등학교 등의 무상교육에 필요한 비용 중 1,000분의 475에 해당하는 금액을 교부금 외에 따로 증액 교부하도록 하고 있으나, 2024년 12월 31일을 기한으로 일몰이 예정되어 있다. 이 특례법은 5년간 한정적으로 고등학교 무상교육 예산의 일부를 중앙정부가 부담하게 하는 중요한 법적 근거였다. 그러나 2024년 올해 말로 해당 법의 유효기간이 만료되면서 더 이상 중앙정부가 예산을 편성할 법적 근거가 사라지게 되었다.

 

모든 정책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돼야 정부도 증액교부금 반영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정부의 예산편성 문제는 현재로서는 어려운 일이다. 문제는 정부와 국회가 일몰 기한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전국민 25만원 지급 OR 고교 무상교육"...선택한다면?


최근 정치권에서는 무상지원과 관련되어 폐기된 정책이 하나 있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이다. 이 법은 야당 주도로 단독 처리되어 본회의를 통과 했지만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지난 9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 결과 부결되어 최종적으로 폐기됐다. 폐기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과 고교 무상교육 관련법 두 정책을 무상지원 관점에서 단순 비교해 보자.

 

이 둘의 공통점은 모두 무상이다. 그러나 그 규모와 목적에서는 차이가 크다. 전 국민 25만원 지급은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지급되는 일회성 지원금으로 약 13조 원의 예산이 소요되는법이었다. 이 법의 목적은 단기적인 경기 부양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한 일회성 정책으로 지급 이후 장기적인 재정 소모는 발생하지 않는 정책이었다.

 

반면, 고교 무상교육은 매년 약 2조 원이 소요되며, 교육의 평등성을 높이고 경제적 이유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장기적 정책이다. 지속성 측면에서 볼 때도 고교 무상교육은 사회적 자본 강화를 통한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한 번의 단발성 지원금보다도 훨씬 더 큰 사회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무상정책이다.

 

정책 제언이 교육자 관점이라는 개인적인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두 개의 무상 지원 정책을 동일선상에서 놓고 볼 때, 고교 무상교육은 단기적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춘 전 국민 25만원 지급보다, 교육의 장기적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국가의 우선 정책으로 분류해도 큰 무리는 없다는 시각이다.

 

무상교육 교부금이 삭제되면 그동안 무상으로 제공되던 교육 혜택들이 모두 유상으로 전환된다.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비 등 필수적인 교육 비용 등이 다시 학생들과 가정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되고 이는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초래하게 된다.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가정은 이로 인한 부담을 안게 되면서 사회적 불평등까지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무상교육의 중단은 학생들의 교육 기회의 평등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국회는 이 문제를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


국회와 중앙 정부,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국회의 상황을 보자

 

현재 국회는 무상 정책에는 상당히 너그러운 진보 성향의 정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교부금 일몰 문제가 터진 현재 시점으로 볼 때 고교 무상교육에는 그동안 소극적 태도를 보여 준 결과를 낳았다. 이는 국회의 단순한 무관심이나 무능력 때문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정치적 계산이 선순위로 작동하면서 재원 배분에서 교육정책이 후순위로 밀리게 된 결과는 아니었는지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교육계 관점에서 이 문제를 해석해 보면 재정 건전성을 고려하지 않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은 추진하면서 고교 무상교육은 소홀하게 대했다는 점을 볼 때 진보 정당 정책의 일관성이 크게 부족해 보인다는 평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고교 무상교육의 안정적인 시행을 위해 문정복, 진선미, 서영교 의원 등이 특례기간을 연장하거나 영구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법안들을 발의 논의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중앙정부 역시 이번 사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예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 문제는 과거 누리과정 사태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누리과정도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청 간의 재정 부담 문제로 갈등을 겪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재정을 확대하면서 해결됐다.

 

고교 무상교육 문제도 현재로서는 지금처럼 재정 부담을 나누는 방식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회의 다수 의석수가 무상 지원 정책에서만큼은 관대한 성향을 가지고 있기에 이번 사태 해결에도 적극적 입법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리라 본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전 국민 25만원 지급과 같은 일회성 사업보다는 고교 무상교육에 재정을 우선 투입하는 것이 더 지속 가능한 투자라는 사회적 담론이 형성되기를 바라 본다. 이는 교육의 미래 가치와 국가적 지속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한 번의 현금 지급보다 장기적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사회적 합의는 물론 진보 성향의 정당과 정부도 충분히 협력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무상교육은 교육 기회의 평등, 공정성, 미래 인재 양성,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윤석열 정부의 비전과도 부합되는 정책이다. 이는 국가 경쟁력 강화와 지역 균형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고교 의무교육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한 당위성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 기회 평등 실현이라는 국정 운영 방향과도 직접적 관련이 있음을 볼 때 정부 또한 문제 해결에 적극적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다.

 

지방정부의 역할과 책임도 중요하다.

 

지방정부에 해당하는 교육감은 중앙정부와 국회간의 법적 공백이 일어날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비하지 못했고, 그동안 예산 부담을 완화할 대안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 채 중앙정부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 자치의 취지를 살려 도입된 교육감 직선제가 무늬만 직선제 교육감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재의 구조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교육청간의 책임이 분산되어 있어, 문제가 발생 할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다.

 

해외 사례를 보면 대부분의 국가는 일반 행정과 교육 행정이 분리되지 않은 채 통합적으로 운영된다. 이러한 통합적 구조는 교육정책의 조율과 재정적 효율성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처럼 교육감 직선제가 있는 경우는 상당히 독특한 경우에 해당한다. 재정 자립이 어려운 상황에서 직선제의 꽃이라 불리는 지방교육자치는 현재 상황을 반영해 볼 때 선거판 교육정치라는 오명과 함께 그림의 떡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교육감 직선제 하나만 가지고는 충분한 교육 자치를 구현할 자율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 자치 취지를 살리고 재정 자립을 강화하려면 지방정부인 시도지사와의 협력은 필수다. 교육감 직선제 보완 문제가 교육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핵심 요인 중 하나에는 선거편향 교육과 함께 재정 자립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국회와 중앙정부, 지방정부, 교육감 모두는 이번 사태를 통해 자신들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해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이 있다. 공동체의 협력과 지지를 통해 아이를 키우는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한 학생의 성장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한 학생을 키우려면 온 국가가 필요하다.

 

중앙정부는 교육의 방향 설정과 재정적 기반을 마련하고, 지방정부는 지역 특성에 맞춘 교육 환경을 조성하며, 교육감은 교육 정책을 주도하고, 국회는 법적 지원을 통해 그 모든 것을 뒷받침해야 한다. 미래세대인 학생에 투자하는 현재의 무상교육은 한 나라가 국가의 미래에 투자할 수 있는 최고의 유상교육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고교 무상교육이 일몰되는 현시점에서 가능한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폐기된 전 국민 25만원 지급과 같은 일회성 지원보다는 그 재원을 고교 무상교육에 우선 투입할 필요가 있다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교육은 느리지만 사회 변혁을 위한 가장 빠른 수단이다. 미래 가치를 고려해 볼 때 교육에 대한 투자는 일회성 차원의 단기적인 현금 지원보다, 체계적인 지원체제 구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안정적 장기적 재원으로 지원될 때 더 많은 사회적, 경제적 혜택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교육 정책의 정설이다.

 

국민의 민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적 제도적 기반이 최우선으로 필요하다. 국민의 삶을 개선하겠다고 외치는 것이 서사와 말 뿐에 그치고, 실질적인 입법 조치가 뒷전으로 밀려서는 안 된다.


고교 의무교육 도입 촉매가 되길


정부와 국회는 이번 고교 무상교육 교부금 문제 해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K-교육의 선진화와 교육의 질 보장을 위한 고교 의무교육 도입을 위한 정책 담론을 시작해야 한다. OECD 국가중 프랑스와 독일은 이미 고교 의무교육을 제공하고 있고 핀란드와 같은 국가들도 거의 모든 학생이 고등학교까지 진학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고등학교 진학률은 약 93%다. 이전에 비해 소폭 감소한 수치이긴 하나 최근 몇 년간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 높은 진학률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등학교 교육을 필요로 하거나 받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를 법적으로 의무화 하여 모든 학생들이 고등학교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미래사회의 핵심자본은 지식정보다. 고등학교 교육이 현대사회에서 필수적인 기초 지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고등학교 의무교육을 통한 보편교육의 확장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 되고 있다. 국가는 고등학교 무상교육이라는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 모든 아동이 교육 기회의 평등을 보장받으며 질 높은 적절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고등학교 의무교육을 법적으로 보장해 주어야 한다.

 

고교 의무교육 담론이 시작되어야 할 판에 고교 무상교육 교부금 일몰 문제가 터졌다는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교육정책 후퇴로 인식될 수 있다. 교육계에서는 입에 올리기도 민망스러운 방탄과 탄핵 등의 용어를 남발해 가며 국회와 정부가 함께 기르고 있는 역량이, 정쟁과 이전투구 전문성은 아닌지 성찰이 필요하다.

 

국회와 정부는 ‘불통’과 ‘동물국회’ 라는 비판에서 벗어나 협력과 연대를 통한 ‘소통’과 ‘입법 국회’ 로 거듭나야 한다. 국민의 삶은 정치권의 선동이나, 화려한 문체의 레토릭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입법과 정책을 통해 국민의 삶을 지켜야 하는 것이 국회와 정부의 존재 이유다. 국회와 정부가 자신의 역할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지금이야말로 국회와 정부가 성찰하고 서로 협력하며, 적극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모든 학생들의 교육 기회를 동등하게 보장하기 위해 정치적 책무를 우선 수행하면서 고교 무상교육 정책이 법적 공백 상태를 맞지 않도록 각 주체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현재의 사태가 K-선진 교육인 고교 의무교육으로 진화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후퇴된 교육정책으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교육적 가치가 반영된 연대와 협력을 통해 이 번 사태가 빠르게 해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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