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시론] AI시대, 교사의 하루 '쉼'의 의미를 다시 묻다

  • 등록 2026.05.01 10:20:14
  • 댓글 0
크게보기

 

더에듀 | 5월 1일, 근로자의 날. 그동안 학교마다 풍경은 조금씩 달랐다. 어떤 학교는 평소처럼 수업이 이어졌고, 또 어떤 학교는 학생들의 체험학습, 민간 영역인 조리실의 휴무로 인한 급식차질 등 학교 운영의 실무적 사정들이 겹치면서 재량휴업일로 그날 문을 닫았다.

 

그 하루는 그렇게 학교마다 다른 모양으로 흘러왔다. 그러나 올해 5월 1일부터, 그 풍경이 달라진다. 1963년 근로자의 날이 제정된 이래 63년 만에 처음으로, 교사도 그 휴일을 법적 공휴일로 맞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변화는 그동안 학교 현장이 안고 있던 어색한 풍경 하나를 바로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학교가 재량휴업일로 문을 닫는 날에도, 교사는 ‘원칙적으로는 출근해야 하는’ 신분이었다. 학생도 없고, 학교 건물은 비어 있는데, 그 안의 교사만 ‘원칙적으로는 그 자리를 지켜야 하는’ 묘한 풍경. 실제로 몇몇 학교에서는 재량휴업일에도 필수 근무를 해야 하는 교사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며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물론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에 따른 ‘근무 장소 외에서의 연수’ 제도를 활용하여 자리를 비울 수는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신청과 승인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가능한 우회로였다. 올해부터는 이 우회로가 사라진다. 우회하지 않고, 정당한 이름으로 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변화는 단순한 휴일 하나의 추가가 아니다. 그동안 ‘교직은 성직이냐, 전문직이냐, 노동이냐’를 둘러싸고 길게 이어져 온 사회적 머뭇거림 속에서, 어느 방향이든, 혹은 어떤 부분이든 그 답을 준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꺼내야 할 질문은, ‘교사의 일이 노동이냐 아니냐’를 다투는 말이 아니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을 빠르게 가져가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 앞에 놓인 질문은 훨씬 더 근본적이다.

 

“사람의 일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일을 우리는 어떻게 지킬 것인가.”

 

AI는 문서를 다듬고, 데이터를 정리하고, 반복되는 판단들을 점점 더 능숙하게 수행해 간다. 그 사이, 역설적으로 또렷해지는 영역이 있다.

 

학생들의 눈빛 속에서 그들의 느낌과 기분을 읽어내는 일, 보호자와 나누는 말 한마디 속에서 보호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맥락을 밝은 눈으로, 혹은 흐린 눈으로 헤아리는 일, 서로 다른 수십 명의 아이들 사이에서 매 순간 생활지도를 하고 교육하는 일.

 

이 일들은 효율로 환산되지 않고, 결과물로 측정되지 않으며, 누군가가 대신 클릭해 줄 수도 없다. AI가 가장 늦게까지 닿지 못하는, 어쩌면 끝내 닿지 못할,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자리다.

 

그리고 바로 그런 일 이기에, 교사는 ‘쉼’이 필요하다. 사람을 향해 자신을 끊임없이 쏟아붓는 업무이기에, 쏟아부은 만큼 쉼으로 자신을 채워야 내일 또 한 번 아이의 눈을 마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사의 쉼은 단순한 하루의 휴식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가르치고 교육하는 것. 그리고 그 업무가 내일도 이어질 수 있도록 사회가 마련해주는 최소한의 받침대이다.

 

5월 1일이 법적 공휴일로 지정된다는 것은, 교사 개인에게 하루를 돌려주는 일을 넘어, 이 일이 사회 전체가 함께 지켜야 할 ‘인간의 일’임을 우리가 기억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올해 5월 1일, 달력 위에 처음으로 찍히는 그 빨간 숫자가 우리에게 묻고 있다.

 

AI가 많은 것을 대신해 주는 시대에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할 일은 무엇이며, 그 변화의 한복판에서 미래는 우리에게 어떤 자리를 내어줄 것인가.

 

교사의 첫 공휴일은, 그 질문에 대한 사회의 작은 첫 응답일 것이다. 이 한 번의 응답이 단지 달력 한 칸을 채우는 일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사람이 사람을 돌보는 시간이, 사회가 가장 늦게까지 지켜야 할 시간이라는 것. 그것을 잊지 않는 한, 우리는 AI 시대에도 사람으로서의 자리를 잃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영규 충북교사노조 교권국장 te@te.co.kr
Copyright Ⓒ 2024 (주)더미디어그룹(The Media Group). All rights reserved.

좋아요 싫어요
좋아요
1명
100%
싫어요
0명
0%

총 1명 참여









대표전화 : 02-850-3300 | 팩스 : 0504-360-3000 | 이메일 : te@te.co.kr CopyrightⒸ 2024-25 (주)더미디어그룹(The Media Grou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