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가짜 뉴스 때문에 시위 참여?...영국 아동위원보고서 "그 자체가 가짜 뉴스"

  • 등록 2025.02.05 11:3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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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아동위원 '2024년 폭동 중 아동 참여' 보고서 공개

경찰에 대한 불신이 근간
호기심과 충동으로 가담
기회 없는 사회에 불만도  

 

더에듀 정은수 객원기자 | 젊은 층의 과격 시위 참여 동기가 극우 이데올로기나 SNS 가짜 뉴스에 선동된 것이 아니라 공권력에 대한 불신, 호기심과 충동, 기회 박탈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영국에서 나왔다.

 

영국 아동위원(Children’s Commissioner)은 지난달 28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4년 폭동 중 아동 참여’ 보고서를 공개했다. 영국 아동위원은 한 명의 위원을 중심으로 한 독립 기관으로 아동의 권리를 옹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사우스포트에서 발생한 칼부림 난동 사건 이후 이어진 폭력 시위에서 검거돼 기소된 아동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11~12월 진행된 질적 인터뷰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9월 4일 기준으로 147명의 아동이 체포됐으며, 10월 31일 기준으로 84명이 기소됐고, 73명이 최종 처분을 받았다.

 

최종 처분 아동 중 93%는 남성이었고, 7%는 여성이었다. 92%는 14~17세였고, 8% 10~13세였다. 공식 용어로는 아동이지만 대부분 우리의 개념으로는 ‘청소년’에 해당하는 나이이다.

 

78%는 북잉글랜드 지역에서 기소됐고, 인종은 백인 81%, 아시아인 8%, 혼혈 1%, 기타 1%, 불명 8%였다.

 

인터뷰 결과 온라인 가짜 뉴스, 인종주의, 또는 극우세력의 주장이 아동들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인터뷰 아동 중 극우 논리나 무슬림과 관련된 가짜 뉴스를 언급한 아동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여러 명은 이런 관점을 싫어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레이철 드 수자(Rachel de Souza) 아동위원은 극우 SNS에 선동됐다는 주장에 대해 “아동들과 인터뷰는 폭동 이후에 등장하기 시작해 결국 받아들여진 이 지배적인 서사를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폭동 이후에 언론 헤드라인과 논평은 아동의 폭동 가담 이유를 자신 있게 단정하며 성급하게 일반화한 결론을 내리고 비난의 대상을 만들었다”면서 “어른들은 자주 아동에 대한 서사를 지어내지만, 정작 아동을 외면하고 그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동 중 한 명은 “언론은 우리를 극우 폭도로 불렀지만, 그건 좀 심했다. 솔직히 그 자리에 있던 젊은 사람 중 극우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절반은 넘었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그만큼 (배울 기회조차) 박탈당한 동네”라고 했다.

 

기소 아동들이 SNS를 주로 사용하는 용도는 친구들과 연락하기 위해서였고, 그 외에 낚시나 축구 등 관심사에 관련 포스팅을 주로 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시위와 관련돼 SNS를 본 내용은 평화 시위 알림으로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호기심으로 현장에 갔다가 충동적으로 폭력 사태에 휘말리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평화 시위로 묘사됐는데 실제로는 아니었다”면서 어른들의 진실되지 못한 SNS 사용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극우 SNS 선동보다는 경찰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호기심과 충동 외의 또 다른 동기였다. 폭력 행위에 가담한 많은 아동이 경찰에 대한 적의를 드러냈다. 그들에게 시위의 명분보다 경찰에 대한 저항의 기회라는 것이 중요했다.

 

한 아동은 “우리 지역에서는 주민 대 경찰이라는 전통이 있다”면서 “우리에게 이것은 기회였다”고 했다.

 

다른 아동은 지역 경찰이 부패하고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 동네에서 단 한 번도 안전하다고 느낀 적이 없다. 사람들은 매일 칼에 찔리는데 경찰이 하는 일은 하나도 없다”며 “심지어 집에서 마약을 재배하고 파는 사람들이 있는데 오히려 경찰이 그들에게 돈을 받고 무마해 주는 장면도 봤다”고 했다.

 

또 한 아동은 “지역 경찰이 한 짓을 모두 보면 X까라는 생각만 든다”면서 “그 자리에 무슬림도 있었고 다른 나라 출신도 있었는데 그들도 모두 영국 사람”이라면서 인종이 이유가 아니라 경찰에 대한 불신이 이유라고 설명했다.  

 

많은 아동은 경찰이 무례하고, 거만하고, 신체적으로 공격적이라고 설명했다. 한 아동은 경찰이 “체포할 때 뺨을 몇 대 때린다”고 말했다.

 

시위 참여의 직접적 이유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기소된 아동들은 경찰에 대한 불신과 함께 불공정한 사회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이들은 아동의 삶을 개선할 방법에 대한 질문에 취업과 청소년 활동을 위한 접근성 등 기회의 확대를 요구했다. 교육 개선에 대해서도 세금 납부, 부동산 담보 대출, 빚 관리 등 실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가르쳐주기를 바랐다.

 

다만, 아동 중에는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 관점을 가진 경우도 있었는데, 지역사회의 영향이었다. 이민이 지역사회의 이슈였다고 설명하고, 증가하는 범죄율과 난민 등 이민자를 연관시키는 인식을 피력했다.  

 

 

드 수자 위원은 이날 보고서 공개와 함께 '경찰에 대한 깊은 불신과 기회의 부재가 지난여름 폭동에 참여한 아동의 주요 동기로 작용했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한편, 이번 보고서의 대상이 된 폭동은 지난해 7월 29일 영국 사우스포트의 어린이 댄스 교실에서 르완다 이민 2세 출신의 청년이 칼부림 난동으로 3명의 어린아이를 죽이고 다수의 부상자를 일으키면서 촉발됐다.

 

이후 가해자의 신원에 대해 난민 신청 중인 불법 이민자 무슬림이라는 허위 정보가 퍼지면서 피해자를 추도하는 집회의 성격이 과격화, 정치화하고 전국으로 퍼졌다.

정은수 객원기자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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