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의 경계를 넘나드는 교실] 청주와 충주 아이들의 '서로 이음' 성공 비결은?

  • 등록 2025.02.13 15: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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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ㅣ출산율 하락으로 줄어드는 학생 수는 배움의 장인 학교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교육활동에 큰 장애물로 등장했다. 관계를 통한 상호작용 등 사회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본격적 시기이지만 제반 환경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 반대로 기술은 큰 발전을 이루고 있어 전세계 어디에서든 직관적 소통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와 함께 현실을 완벽하게 구현해 주는 가상현실은 분리된 공간을 초월하게 해주어 직접적 관계 경험 환경이 축소된 현실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에 <더에듀>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교육활동에 도전장을 내민 ‘XR메타버스교실협회’ 소속 교사들의 교육 활동 사례 소개를 통해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살펴보고자 한다.

 

 

더에듀 기자 | 교육의 본질은 학생들의 ‘경험’을 확장해 주는 데에 있다고 믿는다. 교실 안에서 주어지는 교과서 지식이나 교사의 가르침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학생들 각자에게 주어진 환경이 다르고, 이들이 각기 다른 가능성을 지니고 성장할 수 있으려면, 교실에서 제공되는 단편적 경험을 넘어 더욱 넓고 깊은 세계를 접할 수 있어야 한다.

 

점차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사회에서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역량이란, 지식 자체를 외우는 능력이 아니라 어디에서 어떻게 협력하고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할지 아는 ‘확장된 경험’을 기반으로 형성된 사고력과 실천력일 것이다.

 

이러한 교육적 가치 실현을 위해 주목받는 기술이 XR(확장현실)과 메타버스이다.

 

XR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을 포괄하는 용어로, 물리적 한계를 넘어 새로운 학습 환경을 조성할 수 있게 한다. 이를테면 역사 속 장소로 직접 ‘가상 현장학습’을 떠나거나, 지구 반대편 교실에서 진행되는 수업에 가상현실 헤드셋을 착용하여 실시간으로 참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실감나게’ 학생들의 감각과 인식을 확장해 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교실이든, 메타버스 공간이든, 그 경험이 학생들에게 정말 ‘내가 이 상황 속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면 그 교실은 이미 경계를 뛰어넘는 확장된 학습의 장이 된다.

 

한편, XR과 메타버스 분야는 최근 몇 해 동안 경제적 가치나 투자적 관점에 치중돼 한 차례 열풍이 부는 듯하다가 잠잠해진 것이 사실이다. 이른바 ‘거품’이 꺼지고 나니, 그저 과도하게 부풀려졌다 사그라든 기술쯤으로 여기며, 많은 사람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것 아니냐는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 자체가 사장된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교육자로서 체감하기에는 이 기술의 잠재력은 여전히 매우 크며, 아직 제대로 된 교육적 활용 방안이 속속들이 발굴되지 못했을 뿐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XR과 메타버스 기술이 지금 이 순간의 교실에서도 학생 경험을 충분히 확장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우리는 좀 더 신중하고 구체적인 답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청주와 충주의 작은학교, ‘메타이음학교 프로젝트’로 만나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전교생이 70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규모의 초등학교다. 6학급뿐인 소규모 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면 분명한 장점이 있다. 학생 개개인 맞춤형 지도가 수월하기도 하고, 학년별·학급별 특성을 고려한 세심한 학급 운영이 가능하다.

 

문제는, 학생들이 학교 생활을 하며 만날 수 있는 또래 친구들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1학년에 입학하여 6학년이 될 때까지 사실상 같은 멤버, 비슷한 환경 속에서만 지내기 때문에 학생들의 경험 확장에는 제한점이 생길 수 있다.

 

다양한 의견과 가치를 가진 친구를 만나고, 조금 더 넓은 사회적 네트워크를 경험하는 일은 청소년기 사회성 발달에 꼭 필요한 과정인데 말이다.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헤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소규모 학교 학생들과 우리 학생들을 연결해 주기로 결심했다. 그저 형식적인 교류를 넘어, 서로가 함께 학교를 다니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그 결과 기획된 것이 이른바 ‘메타이음학교 프로젝트’였다. 충북 청주에 있는 한 소규모 학교의 6학년 학생들이나, 충북 충주에 있는 또 다른 소규모 학교의 5~6학년 학생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교사 4명이 자발적으로 협업하여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가장 쉽고 간단하며 접근하기 좋은 것은 학생들이 일상 속에서 이미 익숙해진 메타버스 플랫폼이었다. 학생들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아바타를 꾸미고 가상의 공간에 모여서 놀거나 소통하는 데에 재미와 편안함을 느꼈다. 자연스레 이를 아이스브레이킹 단계로 활용했다. 학생들이 각자 좋아하는 캐릭터나 아바타를 설정하고, 자기소개를 하는 등 메타버스 공간에서 서로를 처음으로 마주하게 하였다. 처음에는 이름도 낯설고 얼굴도 실제로 보지 못한 사이였지만, 온라인 세계에선 오히려 마음의 장벽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온라인 만남을 지속해서 운영하며, 학생들은 독서토론 활동도 함께했다. 예를 들어 같은 책을 읽고, 메타버스 공간 안에서 그룹별로 의견을 나눈 뒤, 마지막엔 다 함께 문답을 주고받는 식이다.

 

아바타로 만남을 시작했지만 중요한 토론의 순간에서는 실제 모습을 카메라와 마이크에 담은 채 발언을 주고받는 그 독특한 경험이 학생들의 흥미를 훨씬 높여 주었다. 동시에 서로의 아바타에 익숙해지고 자연스럽게 채팅창을 활용하여 활발한 이야기들이 오가면서 오히려 대면했을 때의 서먹함과 긴장감보다 학생들에게는 더 좋은 대화의 장이 마련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타버스 교류를 통해 충분히 래포(Rapport)를 형성한 뒤 오프라인 활동으로 연계하여 ‘공유 소풍’에 도전했다. 1학기에는 충주 학교 학생들이 청주 학교로 찾아가서 하루를 보내고, 2학기에는 반대로 청주 학교 학생들이 충주 학교로 방문하도록 계획을 세운 것이다.

 

교사들과 학생들은 함께 각 지역의 마을을 탐방하고, 함께 밥을 먹으며, 방탈출카페 등 일상에서 좀처럼 가지 못했던 문화 체험도 즐겼다. 또, 체육관이나 강당을 활용해 단체로 놀이나 체육활동을 하며 몸을 부딪쳐 소통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처음 만나서 어색해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무색하게, 이미 학생들이 서로의 이름을 익히고 있었기에 어색하지 않게 부르며 자연스레 섞여서 뛰노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는 단순히 “오늘부터 이웃 학교와 교류하겠습니다”라고 선언하고 하루짜리 행사를 치르는 것만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장면이다. 사전에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한 학기 동안 같은 소통의 ‘장’을 가꾸고, 서로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어느 정도의 관계 형성이 이뤄져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서로 이음’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한 점이 프로젝트 성공의 핵심이었다고 생각한다.

 

 

졸업 시즌이 되었을 때 학생들은 서로에게 깜짝 영상 편지를 전하거나, 작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지난 1년간 특별한 새로운 친구들을 둔 것 같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교사가 의도했던 바대로 두 지역의 소규모 학교 학생들은 실제로 1년간 학교 생활의 일부를 '공유’해 본 셈이다. 그리고 이 모든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대단히 복잡하거나 고가의 기술이 아니라 학생들이 쉽게 누릴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있었을 뿐이었다. 다시 말해, 메타버스라고 해서 반드시 미래지향적이고 고사양의 장비나 기술 요소가 필수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확인하게 되었다.

 

 

물론 이에 더해, 더 진화된 기술들을 적용한다면 훨씬 ‘실감 나는’ 교류도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어 VR 기기를 활용한다면, 같은 공간에 없더라도 체육활동을 가상 현실에서 함께 체험할 수 있는 VR 체육대회도 이미 추진된 바가 있었다. 이런 시도가 더욱 확산한다면 물리적인 거리를 완전히 뛰어넘은 진정한 학교 간 융합 프로젝트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고, 그 가능성은 굉장히 유의미하다.

 

이렇게 교실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고, 아이들 스스로 교류의 주체가 되었다는 점이 바로 필자가 강조하는 ‘미래 교육’의 방향성이자, 아직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한 XR메타버스 기술의 참된 가치라고 할 수 있겠다.


XR메타버스협회소개 = XR메타버스교사협회는 XR과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진 전국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비영리 단체다.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에 접목할 수 있는 XR·메타버스의 다양한 가능성을 연구하고 실험해 보고 있다. 단순히 이론적 분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교재를 개발하여 수업에 투입하고,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더 많은 동료 교사들에게 노하우를 확산하고 있다. 또한 기업과 협업해 기술적 자문과 지원을 받고, 이를 교실 현장에 검증하는 과정도 거치며, 각종 학회나 박람회 부스를 통해 교육 혁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오고 있다.

김수현 XR메타버스교사협회 회장/ 충북 청주 동화초 교사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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