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지성배 기자 | 학교에서 교과서 선정 시 학부모 의견 수렴 절차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실천교육교사모임(실천교사)은 이해관계자들의 압력 행사와 교육적 효과 감소 등을 우려하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교육위원회)은 지난 6일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DT) 등을 포함, 학교가 교과서를 선정할 때 학부모 의견 수렴 절차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에서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는 예산과 교육과정, 교과용도서 선정 등을 심의할 수 있으며, 학부모 의견 수렴 항목은 ▲학교 헌장과 학칙 제정 ▲학부모 경비 부담사항 ▲방학 중 교육활동 등 ▲학교운영지원비의 조성 등 ▲학교급식 등 5가지만 해당한다.
즉, 교과용 도서 선정은 학부모 의견 수렴 필수 항목이 아니다.
정 의원은 지난 3월 시범도입된 AIDT에 대해 학부모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이유로 해당 법안을 발의했다. 그가 공개한 ‘AIDT에 관한 학부모 정책 모니터단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7명이 자녀의 디지털 과의존을 우려했으며, AIDT 도입 관련 질문 9개 중 8개에서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정을호 의원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여전히 AIDT를 반대하고 있다”면서 “교육당국은 학부모 의견 수렴 절차를 배제한 채 AIDT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과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정책일수록 교육공동체의 의견 수렴 반영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원단체는 AIDT뿐만 아니라 교과서 전체를 대상으로 삼은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실천교사는 “AIDT는 채택 여부 자체가 논란이 되어 학부모 의견을 수렴하라는 것은 이해된다”면서도 “이 때문에 모든 교과서 선정 과정에서 학부모 의견을 수렴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학부모 의견 수렴이 의무화되면 출판사나 사교육업체들이 학부모에 대한 로비 등을 통해 압력이 가능해진다”며 “현재 교사의 전문성과 공정성, 객관성을 확보하고 기준표 등을 작성해 학운위 심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할 수 없도록 엄격하게 절차를 다루고 있는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과서 선정은 실제 수업을 운영하는 교사가 전문성을 발휘하는 영역”이라며 “학부모들의 의견을 통해 교사가 원치 않는 교과서로 수업하게 된다면 교육적 효과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