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남의 진짜교육] 서울시의회, 언제까지 학생인권의 벽으로 남을 것인가

  • 등록 2026.01.25 17: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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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의 날 행사 장소 변경 압력에 대한 한 마디

더에듀 | 교육자로 24년의 세월을 보내며 학생, 동료 교사와 많은 일을 함께 했다. 과학 교사, 교장, 장학관, 연구자로 현장에 뿌리내리고 실천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였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짧은 몇 년의 모습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장기적 과제이다. 교육의 지향과 목적,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가 교육을 위해 해야 할 일, 그 결과로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성취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과 고민을 나누며 같이 길을 찾고자 ‘홍제남의 진짜교육’을 시작한다.

 

 

1월 26일 내일은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의 날’이다. 청소년들이 한 명의 존엄한 인간이자 시민으로 존중받아야 함을 선언한 상징적인 날이다.

 

그러나 이 축제의 날을 앞두고 들려온 소식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서울시의회 몇몇 국민의힘 의원들이 행사 장소인 서소문별관 사용을 두고 서울교육청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소식이다. 이유를, 의회 옆이라 ‘불편하고’ ‘협치를 무시하는 것’이라 했다니 삼척동자도 웃을 일이다.

 

교육자로서 묻는다.

 

정치인의 정치적 불편함이 학생들의 권리를 축하하는 자리보다 우선인가?

 

이번 사태는 단순히 장소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교육 자치와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또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원칙이 얼마나 ‘이현령비현령’인지 투명하게 보여준다.

 

학생인권조례는 당시 8만명이 넘는 서울시민들이 직접 서명에 참여해 ‘주민발안’이라는 민주적 방식으로 조례 제정을 이끌어낸 성과이다.1) 이후 2012년 1월 26일 공식 공포되면서 이날은 학생 인권의 새 시대를 연 상징적인 날로 자리 잡았다.

 

이 소중한 날 행사를, 시의회는 ‘장소가 가깝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를 내세워 흔들고 있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 문제점과 이후 대책을 짚어본다.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퇴행, 시대착오적 결정을 즉각 철회해야


무엇보다 개탄스러운 것은 서울시의회가 시민들이 일궈낸 이 소중한 조례를 일방적으로 폐지하려 한다는 점이다.

 

학생 인권과 교권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다. 인권은 누구의 권리를 뺏어 다른 이에게 주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의회는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조례 폐지를 강행하며 교육의 시계를 과거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조례 폐지는 단순히 문구 몇 줄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보호받아야 할 최소한의 법적 울타리를 허무는 행위이다. 이는 명백한 교육적 퇴행이며,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정신을 부정하는 처사이다. 서울시의회는 시대착오적인 조례 폐지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인권이 꽃피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본연의 책무에 집중해야 한다.


협치를 빙자한 ‘행정 갑질’과 월권행위


시의회는 이번 압력을 ‘협치’ 운운하며 포장했다. 그러나 진정한 협치는 상호 존중과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법이다.

 

「서울특별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와 상위법인 「지방교육자치법」에 따르면, 행사의 기획과 장소 선정은 교육청의 고유한 행정 집행 권한이다.

 

시설 관리 권한도 없는 시의회가 교육청의 특정 행사의 장소 변경을 종용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다. 이는 대의기관의 감시권을 넘어선 ‘행정 갑질’이자, 교육의 독립성을 뿌리째 흔드는 처사이다.

 

당국은 이번 외압 과정에서 위법하거나 부당한 지시가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시의회 역시 이번 사태로 상처받은 학생과 교육 가족 앞에 즉각 공개 사과해야 마땅하다.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정치적 공세


현재 학생인권조례는 대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그 효력이 엄연히 유지되고 있으며, 학생인권의 날 기념식은 서울교육청의 공식 업무이다.

 

조례를 만드는 시의원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육청 행사를 방해하는 것은 자기부정적 행위이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해서 시민들이 일궈낸 인권의 역사를 부정하고 축제 자체를 가로막는 행위는 미래 세대에게 매우 나쁜 교육적 본보기일 뿐이다.


학생 인권을 지키는 단단한 보호막 필요


우리 교육의 미래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정쟁의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학생 인권을 위한 사회적 보호막’이 절실하다.

 

평생을 교실에서 아이들과 호흡해 온 현장 교육자로서, 우리 사회가 학생 인권을 지키기 위해 어떤 교육적 의제들을 시급히 공론화해야 하는지 제안한다.

 

첫째, 어떠한 정치적 풍랑이나 조례 존폐 논란에도 인권 교육의 맥이 끊기지 않도록 ‘학생 인권 보장 헌장’을 제정해 그 지속성을 근본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인권은 정권에 따라 변하는 가변적 가치가 아니라, 교육이 지켜야 할 기본적 약속이기 때문이다.

 

둘째, 외부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교육 현장을 보호할 수 있는 독립적인 학생인권 보호 체계와 교육 행정의 독립성을 수호할 ‘안정적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행정의 문제를 넘어, 교육 자치의 본질을 지켜내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셋째, 학생들을 교육의 실제적 주체로 세우기 위해 청소년 참여 예산과 자치권을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고민하고 행사를 기획하는 경험이야말로 살아있는 민주주의 교육이자 학생인권을 보장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넷째, 학교 담장을 넘어 학교와 마을이 함께 학생들의 존엄을 지켜내는 ‘인권 친화적 마을 교육 공동체’를 실현해야 한다. 인권은 교과서 속에 갇힌 지식이 아니라, 아이들의 삶의 터전인 마을 전체가 함께 숨 쉬며 실천하는 삶의 양식이 되어야 한다.

 

학생인권을 보장해야 할 정치가 학생인권의 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아이들이 어디에 서 있든 그 자리가 바로 인권의 현장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 모두가 교육의 동반자로서 함께해야 한다.

 

1)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성공…8만5천명 서명 https://www.khan.co.kr/article/201105121054541(2011.5.12.)

 

 

홍제남 = 강원도의 농부 집안에서 7녀 1남 중 3녀로 태어났다. 춘천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에 진학했으나 광주학살을 접하고 교육에 배신감을 느꼈고 학생운동에 뛰어 들었다. 이후 서울 구로공단에서 노동운동을 했으며 2000년 마침내 과학교사로 임용된다.

 

2011년 서울 오류중학교에서 혁신부장을 맡아 혁신학교 시스템과 문화를 구축했으며, 2019년에는 오류중학교 공모교장이 된다. 2024년 2월 서울남부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으로 명퇴하며 그는 “정치적 천민에서 탈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후 같은 해 8월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 민주진보진영 단일 후보 최종 경선까지 치렀으나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현재 '다같이배움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교육혁신을 주제로 한국교원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교육정책전문대학원에서 박사를 받았으며, 저서로는 과학 톡톡 카페(공저, 2009),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학교혁명(공저, 2018), 교장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2024) 등이 있다.

 

홍제남 소장은 <더에듀> 연재를 결심하며 “교육자로서 24년의 시간을 보내며 학생, 동료교사와 많은 일들을 함께 했다"며 ”이 중 ‘교육다운 교육’, ‘진짜 교육’을 만드는 일을 학교 차원에서 집단지성으로 실천한 혁신학교 실천은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학생, 교사, 보호자, 지역사회가 온전한 교육 주체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실천했다"고 평했다.

 

또 “과학교사, 교장, 장학관, 연구자로 현장에 뿌리내리고 실천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며 “이 과정에서 교육자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은 교육이 교육의 논리가 아닌 신자유주의적 정치적 이해집단의 논리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짧은 몇 년의 모습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장기적 과제”라며 “교육의 지향과 목적,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가 교육을 위해 해야 할 일, 그 결과로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성취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과 고민을 나누며 같이 길을 찾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홍제남 다같이배움연구소 소장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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