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교육자로 24년의 시간을 보내며 학생, 동료교사와 많은 일을 함께 했다. 과학교사, 교장, 장학관, 연구자로 현장에 뿌리내리고 실천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였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짧은 몇 년의 모습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장기적 과제이다. 교육의 지향과 목적,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가 교육을 위해 해야 할 일, 그 결과로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성취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과 고민을 나누며 같이 길을 찾고자 ‘홍제남의 진짜교육’을 시작한다. |

꿈 많은 어린 학생 하늘이가 학교에서 교사에 의해 살해되었다. 내내 가슴이 먹먹하다.
책을 주겠다는 교사의 말을 믿고 따라갔을 하늘이를 생각하면 이 사회에 살고있는 어른으로서, 또 교육자로서 어떤 말로도 용서를 구할 수가 없다.
하늘이와 같은 참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늘이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한 부모님의 심정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교육자로서 깊이 사과드리며 부모님의 절실한 바람대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하늘이의 죽음은 어쩌면 미리 막았어야 할 ‘예견된 참극’이 현실로 나타난 것일지 모른다. 소위 ‘폭탄’ 교사의 ‘폭탄 돌리기’는 학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고질적 문제이다. ‘폭탄 돌리기’는 자신이 있는 곳에서 폭탄이 터지지 않기를 바랄 뿐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다.1) 이러한 ‘문제교사’가 만들어진 원인과 양상은 개인적 요인부터 사회적 요인까지 다양할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원인분석보다는 이로 인한 학교실태 및 대응방안을 위주로 기술하고자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꽤 많은 학교에 ‘문제교사’가 있다. 이들로 인해 학교구성원 모두는 괴로운 시간을 감내하고 있다. 문제교사가 배정된 학교는 말 그대로 폭탄이 떨어진 것 같은 상황들이 1년 내내 벌어지기 때문이다.
연초 업무배정 시에 문제교사에게는 담임은 물론이고 교무행정업무도 맡기가 어려운 상황이라 다른 교사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떠맡게 된다. 규모가 작은 학교의 경우에는 이로 인한 다른 교사들의 업무과중 정도는 더 심각해진다. 초등학교의 경우엔 교과전담을 맡기는데 해당 수업 활동 또한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렵다. 결국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고 이로 인한 학부모의 민원 또한 심각하다.
학교는 교육청과 교육당국에 이런 문제교사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계속해서 요구해 왔다. 부적격교사 문제를 해결하고 교원능력을 개발한다며 도입한 교원평가나 성과급제도는 학교현장에서 교사 간 갈등을 부추기고 교권을 추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오히려 학교를 더 황폐화시켰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교사로 인한 어려움은 여전히 학교의 구성원들이 감당하며 모든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현실적 해결책은 최대한 빠르게 다른 학교로 ‘폭탄 돌리기’를 하는 것이다.
학교구성원과 교육청 모두 알고 있는 심각한 문제인데 해결되지 않은 이유와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근본적이며 가장 중요한 문제는 예비교사양성과 교사임용제도이다.
교사라는 직업은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특별한 일을 하는 사람이다. 교사는 어린 학생이 성장할 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다. 그만큼 교사임용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교사임용제도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데 필요한 역량보다는 지적능력인 교과지식이 주된 평가요인이다. 예비교사 때 받는 1개월의 짧은 교생실습만으로는 현장에 필요한 교사역량을 기르기는 어렵다.
최근 인근 학교에서 1년 전에 채용된 한 신규교사 때문에 학교구성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해당 학교구성원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우리나라 교사임용제도의 실상을 보는 듯하여 답답하고 씁쓸했다. 신규교사임용 전에 당연히 제대로 양성하고 평가했어야 할 문제 아닌가?
일본이나 독일, 미국 등 다른 나라는 1년 이상의 임상 실습이 가능한 인턴 기간을 거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채용하는 날로부터 1년간 교사의 직무수행에 필요한 사항에 관한 실천적인 연수(초임자연수)를 실시해야 하는데 초임자 연수 제도는 교사에 대한 조건부 채용 내지는 교사 인턴제도라 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더욱 엄격한데 3년 이상 현장적응능력을 중시한 1, 2차 시험을 거쳐 교사로 임용되며 이후에는 철저하게 공무원으로서 신분보장을 받고 있다. 독일의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은 교사의 질을 향상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고, 독일이 교육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제도를 가질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미국 또한 주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1년 정도의 인턴십 과정을 거쳐 정식교사로 인정되며 인턴과정은 경력으로 인정받고 있다.2)
우리도 지금과 같은 교과지식 위주의 경쟁적 임용시험에서 벗어나 교사양성과 선발과정에서 현장교사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갖춘 후 정식교사가 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현실적 대응에서 가장 큰 문제는 교육청과 교육부의 안이한 탁상공론적 대응 태도이다.
교사는 어린 학생들을 교육하는 사람이므로 더 신속하고 단호하며 실효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그러나 ‘내 손에 피 묻히기’ 싫은 심정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담당자의 담당업무 근무 기간이 대부분 1년 내외로 짧은 점은 이런 현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더해 대응 과정에서 형식과 절차를 지나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료적 풍토는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번에 대전 하늘이의 죽음이 더욱 안타까운 이유이다.
어떤 교사가 ‘심각한’ 문제교사인지 여부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들은 학교에서 같이 생활하는 학교구성원들이다. 교육청은 학교구성원의 문제의식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절차적 형식주의에서 벗어나 실제적인 대응이 이루어지도록 조치해야 한다.

정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추진 중인 ‘하늘이법’은 더 이상 문제교사를 ‘폭탄 돌리기’ 하지 않도록 필요한 경우 즉시 분리 및 직권면직 등의 조항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시급한 경우 담당자의 신속한 판단과 실행이 용이하도록 사후 결재 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교육청과 교육당국은 주기적으로 교사들의 심신의 건강상태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이에 맞는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정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형식적인 설치에 그친 각 시도교육청의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실질적으로 운영하여 ‘폭탄 돌리기’식의 임시방편이 아닌 해당 교사와 학교구성원의 고통을 실제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단체의 조사에 의하면 서이초 사건 이후에도 교사들은 여전히 업무요구 스트레스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여러 심리적 어려움에 처한 교사들의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3)4)
교사들이 이런 어려움에서 벗어나 교사 본연의 소임인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근본적인 대책과 해결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1) 학교에서 여러 어려움을 발생시키는 교사를 일반적으로 통칭하는 ‘문제교사’로 기술함. 2) 교육문화연구소 https://www.edulabkorea.com/ 3) 우울증으로 병원 진료 초교 교직원 3년새 2배. https://www.chosun.com/national/education/2025/02/12/G726IOL5X5BM5KUN5CCSEMRUEM/ 4) 교사마음건강 여전히 ‘적신호’ https://news.eduhope.net/26375 |

홍제남 = 강원도의 농부 집안에서 7녀 1남 중 3녀로 태어났다. 춘천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에 진학했으나 광주학살을 접하고 교육에 배신감을 느꼈고 학생운동에 뛰어 들었다. 이후 서울 구로공단에서 노동운동을 했으며 2000년 마침내 과학교사로 임용된다.
2011년 서울 오류중학교에서 혁신부장을 맡아 혁신학교 시스템과 문화를 구축했으며, 2019년에는 오류중학교 공모교장이 된다. 2024년 2월 서울남부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으로 명퇴하며 그는 "정치적 천민에서 탈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후 같은 해 8월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 민주진보진영 단일 후보 최종 경선까지 치렀으나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현재 '다같이배움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교육혁신을 주제로 한국교원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교육정책전문대학원에서 박사를 받았으며, 저서로는 과학 톡톡 카페(공저, 2009),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학교혁명(공저, 2018), 교장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2024) 등이 있다.
홍제남 소장은 <더에듀> 연재를 결심하며 "교육자로서 24년의 시간을 보내며 학생, 동료교사와 많은 일들을 함께 했다"며 "이 중 ‘교육다운 교육’, ‘진짜 교육’을 만드는 일을 학교 차원에서 집단지성으로 실천한 혁신학교 실천은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학생, 교사, 보호자, 지역사회가 온전한 교육 주체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실천했다"고 평했다.
또 "과학교사, 교장, 장학관, 연구자로 현장에 뿌리내리고 실천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며 "이 과정에서 교육자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은 교육이 교육의 논리가 아닌 신자유주의적 정치적 이해집단의 논리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짧은 몇 년의 모습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장기적 과제"라며 "교육의 지향과 목적,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가 교육을 위해 해야 할 일, 그 결과로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성취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과 고민을 나누며 같이 길을 찾고자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