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더하기-송미나] 인권을 외치지만, 인권이 보호되지 않는 사회 – 대전 초등교사 사건이 던지는 질문

  • 등록 2025.02.12 15: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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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최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사건은 교육과 인권의 본질에 대한 심각한 질문을 던졌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교사가 학생을 살해한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시스템의 구조적 허점과 인권 개념의 적용 방식 그리고 국가의 책임 회피가 낳은 비극이라고 볼 수 있다.

 

인권이 강조되지만, 정작 보호받아야 할 이들이 소외되는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인권은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인권은 보편적 가치로서 존중받기보다는 추상적인 구호에 머물거나, 현실 속에서 왜곡되고 충돌하는 개념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다.

 

인권이 단순한 윤리적 이상을 넘어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균형과 조정의 원칙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실에서는 특정 권리가 과도하게 강조될 때 다른 권리가 희생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인권의 본질과 현실적 충돌이다.

 

이 사건에서도 ‘교사의 인권’과 ‘학생의 생명권’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교사가 직업을 유지할 권리, 교직을 계속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인권. 그러나 그 결과, 학생의 생명권은 철저히 보호받지 못했다.

 

학생에게도 교육받을 권리와 안전하게 보호받을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교사의 직업 안정성이 우선시되면서 학생의 생명과 안전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채 정책이 운영됐다.

 

더 큰 문제는 인권 개념이 특정 집단의 이익 보호 수단으로 변질될 경우, 오히려 인권의 본래 목적이 훼손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인권이 ‘이권(利權)’이나 특정 집단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도구로 작동할 때,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고 실질적인 보호 체계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인권의 본질이 훼손되는 일부 사례가 있다고 해서, 인권 자체가 불필요한 개념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인권을 모든 구성원의 권리를 균형 있게 보호하는 방향으로 적용하는 것이며, 특정 집단에만 절대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한 방식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별 교사의 문제가 아니라, 교원의 정신 건강 관리 시스템의 부재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이다


교원의 정신 건강 문제는 학교의 안전과 교원의 복지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관리되어야 하지만, 교육 활동에 영향을 미칠 경우 일정 수준의 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신 건강 문제를 이유로 교권이 불필요하게 약화되어서는 안 되지만, 교육 현장의 안전과 학습권을 고려하여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러므로 정신 건강 문제가 교육 활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 이는 단순히 개별 교사의 문제나 학교 차원의 폭탄돌리기로서의 관리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정책적 대응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다만, 이러한 조치가 교사의 정당한 교육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되며, 보호 중심으로 예방적 지원과 치료적 개입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정신 건강 문제는 교원의 복지 및 안전 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으로 해결하고, 교사의 교육권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조정해야 한다.

 

이러한 균형 잡힌 접근이 이루어져야 교육 현장의 혼란을 방지하고 교육 주체간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학생과 교사의 권리를 함께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 공동체 구성원들의 정신 건강을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왜곡된 인권 개념과 구조적 문제를 동시에 성찰해야 한다.


교사 정신건강 관리, 해외와 우리의 차이는?


해외에서는 교사의 정신 건강 문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다양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교사가 정신 건강 문제로 인해 학생들에게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의료 전문가의 평가를 반드시 받아야 하며, 복귀 여부도 재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학생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한 복귀가 허용되지 않는다.

 

일본은 정기적인 정신 건강 검진을 통해 교사의 상태를 지속해서 점검하며, 이상이 발견되면 학교와 교육청이 즉각 대응 조치를 시행한다.

 

독일에서도 정신 건강 문제가 확인된 교사는 업무 조정 또는 휴직 조치를 받으며, 복귀 전까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이루어진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가공무원법 제71조에 따라 정신질환으로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교사는 직권면직이 가능하나, 교사가 스스로 사직하지 않는 이상, 실제로 강제 조치가 이루어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정신 질환 교사라도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대체 인력 부족으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는 사실상 방치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정신 건강 문제로 휴직하거나 업무에서 배제된 교사가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 또한 마련되어 있지 않다.

 

결론적으로, 교사의 정신 건강 문제는 사전에 예방하거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시스템이 미비하여, 문제 발생 전은 물론, 과정과 후까지 모든 단계에서 방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육과 인권, 이제는 조정과 균형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교사의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체계적 관리 및 지원 강화이다.

 

교사의 정신 건강 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예방하고,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 채용 과정에서 정신 건강 진단을 강화하고,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교사에 대한 조기 개입과 지원을 체계화해야 한다.

 

또한, 문제가 확인된 교사가 적절한 치료와 회복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하고, 필요할 경우 업무 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교육 현장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설정해야 한다.

 

학생의 생명권과 교육의 본질을 보호하기 위해, 교원의 면직 및 업무 배제 기준을 더 명확하고 합리적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신 건강 문제로 인해 직무 수행이 어려운 교사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 절차를 마련하여, 교육 현장이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업무 공백으로 인한 교육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대체 교원 투입과 같은 실질적인 지원책은 국가가 책임지고 마련해야 한다.

 

셋째, 지속 가능한 안전한 학교 환경 조성이다.

 

학교는 학생과 교사 모두가 안전하게 교육받고 가르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 내 정신 건강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조정·개입·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예방적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학교 구성원 모두의 정신 건강 문제가 교육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고, 교육 공동체 차원의 지속적인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제는 균형 잡힌 인권 보호가 필요하다


이번 사건은 교육계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에 중대한 질문을 던진다.

 

- 우리는 그동안 인권을 강조해 오면서 학생의 생명권과 교사의 교육권을 균형 있게 보호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왔는가?

 

- 아니면 특정 집단이 끊임없이 생산해 내는 인권 프레임에 갇혀 교사의 교육권과 학생의 생명권이 끊임없이 충돌하고 분열을 반복하며, 결국 인권이 서로를 희생시키는 구조로 변질되어 있지는 않은가?

 

이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한다.

 

교육과 인권 문제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학생과 교사가 함께 보호받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인식개선은 물론 국가 차원의 구조적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며,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또다시 제로섬 인권 프레임에 갇혀 정작 보호받아야 할 이들의 권리를 외면하는 모순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이번 비극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깊은 충격을 받은 학교 구성원 모두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교육계와 우리 사회가 함께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송미나 광주 하남중앙초 수석교사/ 한국교육정책연구소장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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