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지성배 기자 | 정부와 국회가 대전 초등생 피살 사건 대응책으로 유명무실하던 질환교원심의위원회의 법제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현행 규칙 수준에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전북교사노동조합(전북교사노조)은 20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6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은 지난 18일 전북교육청 소속 교사 265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설문 결과, 95.8%에 이르는 254명이 질환교원심의위원회의 법제화에 반대했다.
현재 국회에는 관련 법이 10개 발의돼 있으며, 교육부도 법제화를 통해 질환교원 지원과 관리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그러나 설문 응답자들은 현재 질병휴직 상태이거나 어떠한 사유로든 질병휴직을 사용하게 되는 모든 교원이 잠재적 질환교원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또 질환교원에 대한 사안이 민원, 감사 및 기관장의 요청 등으로 접수되거나 자체적으로 그 사실을 인지하게 된 경우 즉시 사실을 조사해야 한다는 조항에 따라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이 밖에 ▲무분별한 의료 정보 노출로 인해 교사의 인권이 침해되는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위원회 구성에 있어 교직단체가 배제되거나 위원의 전문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등의 의견도 함께 나왔다.
설문에 참여한 전북의 한 교사는 “현재 교원들은 학부모 민원이나 교권 침해와 같은 일들로 정신질환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며 “질환교원심의위원회가 법제화되어 직권휴직, 직권면직을 당할 수 있게 된다면 교원들은 정신질환을 숨기려 하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학생들의 피해로 이어지게 될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말했다.
또 전북교사노조는 “모든 정신질환 교원을 폭력성이 잠재된 고위험군 교원으로 바라보게 할 여지가 있어 매우 부적절하다”며 “교육부는 일반적인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교원과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고위험군을 구분하면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대전 초등생 피살 사건의 진상조사나 원인 규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임을 강조하며 “법제화가 이뤄지기 전에 현재 규칙 수준의 위원회 활성화 및 기능 강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수준의 정신질환 고위험군을 사전에 차단하는 교육청 차원의 제도 개선과 위원회 기능 강화를 요구한다”며 “이미 구성된 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여론에 의해 충분한 논의 없이 성급하게 진행되는 법제화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질환교원심의위는 정신적·신체적 질환으로 장기적·정상적 근무가 어려운 교원을 판별하고 관련 조치를 취하기 위한 제도이다. 그러나 지난 12일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개별 시도교육청이 규칙으로 운영하는 상태로 지난해 심의는 5개 교육청에서 총 13건에 불과했다. 사건이 발생한 대전의 경우 지난 2021년 이후 단 한 차례도 개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