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6~21세 학령인구가 2015년 892만명에서 2024년 714만명으로 크게 줄면서 작은학교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서울 등 대도시 역시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은 작은학교에 대한 이해를 높일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에 <더에듀>는 ‘띵동! 작은학교입니다’의 저자 장홍영 교사(경북교육청 소속 6학급 학교 근무)를 통해 작은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탐구해 보고자 한다. 장 교사는 “경험은 적지만 신규의 마음은 신규가 가장 잘 알기에 혼자 힘들어하고 계실 신규 선생님을 응원하며 글을 썼다”며 “선생님들을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어떤 선생님들께 누가 되지 않으면서, 어떤 선생님들껜 감히 조그마한 위로가 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

우리 지역은 ‘학생 생성 교육과정’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래서 학생들과 함께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저경력 교사인 나는 학생들과 거창한 성취기준을 세세하게 만드는 것이 버거웠다. 그래서 우선 어떤 주제로 생성 교육과정을 만들어 나갈지 논의했다.
알록달록(반 이름) 4학년 학생들이 1학년이던 2020년에는 코로나 탓에 개학이 연기돼 입학식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학생들은 그것을 무척 아쉬워했다. 그래서 우리는 뒤늦은 입학식을 꾸려보기로 했다.
학생들은 몇 차시의 교육과정을 계획했고, 모둠별로 필요한 물건을 직접 골라 인터넷 장바구니에 담았다. 택배가 도착한 후 물건을 뜯을 때마다 “선생님 저희 잘 골랐죠?”, “이거 제가 시켰어요!”라고 말하며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냈다. 반대로 생각과 다른 물건이 도착했더라도 자신이 주문했기에 불만을 표하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책임감이 길러지는 것을 느꼈다.
입학식 전날에는 상장 받는 연습도 했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주최할 게임 등의 이벤트 시뮬레이션도 해 보았다.
마침내 7월 7일 럭키데이 입학식이 다가왔다. 당일에는 학생들이 구매한 파티용품으로 강당을 예쁘게 꾸몄다. 학부모님께서도 몇 분 와주셨는데 감사하게도 인원수대로 꽃다발까지 준비해 주셨다.
꽃다발을 전해주신 학부모님은 “아이들의 말을 지나치지 않으시고 입학식을 해주셔서 감사드려요”라고 말씀하셨는데, 울컥하시는 모습에 나도 눈물이 나려 했다. 강당에서 우리만의 입학식을 하는 것을 허락해 주신 교장 선생님께도 감사했다.
보통의 입학식처럼 우리는 애국가 제창과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며 행사를 시작했다. 그 후 한 명씩 단상에 올라오면 입학증서와 상장을 수여했다. 한 학생이 입학증서와 상장을 받으면 바로 뒷번호 친구가 올라와서 사진을 찍어주었다. 그리고 상을 받은 학생들이 소감을 한마디씩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몇몇 학생은 부끄러워서 우물쭈물 소감을 말했으나, 들뜨고 상기된 학생들의 표정이 느껴졌다.
그런데 입학증서에는 학생들의 학년을 1학년으로 기록하고 상장에는 4학년으로 기록했더니, 참관해 주시던 운전기사님께서 “상장에 4학년으로 잘못 나와 있어요~”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나는 “입학증서는 1학년으로 적었지만, 상장은 4학년 담임으로서 주고 싶어서 그렇게 만들었어요~”라고 답했다.
상장의 이름은 학생들의 특성을 살려 만들었다.
▲모자가 잘 어울리는 두상 ▲시계였던 관상 ▲신체 능력 최상 ▲널 생각해 항상 ▲마법 천자문 상 ▲널 보면 비상 ▲아침 일찍 기상 학교 오면 밥상 ▲에너지 상상 그 이상 ▲양파 손씨 상 ▲너의 애교에 치명상 ▲기발한 발상’ 등이다.
한동안 학생들은 상 이름이 마음에 들었는지 다양하게 상 이름을 활용했다. 띵커벨이나 카훗 퀴즈를 풀 때 상 이름을 닉네임으로 사용하는 학생도 있었다.
상은 2부를 코팅해서 하나는 학생들에게 배부하고 하나는 한 학기 동안 복도 창문에 붙여두었다. 잃어버리는 학생도 있을 것 같아서 학급문집에도 상장 사진을 실었다. 그랬더니 학급문집에 실린 상장을 본 학생은 “선생님! 저희 상장 엄청 많아요~”라고 말하며 기뻐했다.

우리만의 입학식이 끝난 후엔 전교생을 초대해서 장사존, 그림존, 게임존, 미로존을 운영했다. 초대받은 학생들이 초대장을 들고 입장하면 나는 우리 반 화폐인 컬러를 나누어주었다.
게임존에서는 다양한 놀이를 진행했고, 그림존에서는 상황에 알맞은 그림을 그려야 했다. 미로존에서는 방탈출처럼 학생들이 출구를 찾아 나가야 했고, 장사존에서는 말 그대로 물건을 판매했다. 장사존에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옷, 액세서리, 문구류 등과 함께, 내가 사 온 포켓몬 카드나 간식거리가 있었다. 현금으로는 절대 구입할 수 없고, 입장할 때와 4개의 존을 이동하며 받은 우리 반 화폐(컬러)로만 장사존의 물건을 구입할 수 있었다.
‘알록달록 4학년’은 4모둠으로 나뉘어 맡은 바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학생들은 지쳐갔지만, 그때의 추억은 모두에게 행복한 기억으로 남은 것 같다.
4학년이 끝나갈 즈음 입학식 단체 사진을 본 한 학생는 “선생님, 저 이때 선생님께 너무 감사했어요”라며 큰 소리로 말했다. 나처럼 덜렁대서 자주 다치던 학생이었기에, 칭찬보다 조심하라는 충고를 많이 했던 아이였다. 더 칭찬해 주지 못해 미안했던 아이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또한 일 년이 지난 후 한 학생은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내주었다.
“선생님. 7월 7일 럭키데이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잘 보내고 있어요. 작년 오늘 있었던 입학식은 잊지 못할 기억인 것 같아요! 작년 그 입학식이 벌써 1년이나 지났다는 게 잘 안 믿겨 지기도 해요. 작년에 선생님과 함께 했던 그 많은 순간이 그립기도 하고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보고 싶어요!”
나도 7월 7일 럭키데이가 다가오자 ‘알록달록 4학년’이 떠올랐는데, 이 아이의 문자 덕에 아이들과 함께 했던 추억들이 더 소중히 느껴졌다.
코로나 때문에 하지 못했던 입학식을 늦게나마 할 수 있었던 건 작은 학교라는 환경 덕분이었다. 물론 큰 학교에서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큰 학교에서는 작은 학교와는 또 다른 행복들이 가득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행사는 우리이기에 할 수 있었다는 생각에 무척이나 뜻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