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6~21세 학령인구가 2015년 892만명에서 2024년 714만명으로 크게 줄면서 작은학교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서울 등 대도시 역시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은 작은학교에 대한 이해를 높일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에 <더에듀>는 ‘띵동! 작은학교입니다’의 저자 장홍영 교사(경북교육청 소속 6학급 학교 근무)를 통해 작은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탐구해 보고자 한다. 장 교사는 “경험은 적지만 신규의 마음은 신규가 가장 잘 알기에 혼자 힘들어하고 계실 신규 선생님을 응원하며 글을 썼다”며 “선생님들을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어떤 선생님들께 누가 되지 않으면서, 어떤 선생님들껜 감히 조그마한 위로가 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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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발령을 받은 3월만 해도 추위가 매서웠는데, 학교에 적응하려 아등바등 애쓰다 보니 어느새 여름이 되었다. 그와 동시에 학교는 나에게 ‘생존수영 인솔’이라는 임무를 부여했다. 매일 새롭게 주어지는 퀘스트를 깨느라 바쁜 Lv1. 교사에게 색다른 미션이 주어진 것이다. 날만 해도 내가, 민소매 수영복 차림으로 아이들과 수영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생존수영 수업은 보통 5일간 이루어진다. 요즘은 3~5학년만 수업에 참여하지만, 이땐 6학년도 수업에 참여했다.(지역별로 학교별로 지침이 다를 수 있다.) 그래서 6학년 담임인 나도 아이들과 수영장으로 향했다.
인생 첫 생존수영 인솔일, 나는 아이들이 교육받는 모습을 물 밖에서 지켜보며 임장 지도를 했다.1)
1) 임장 지도란 부동산을 살펴볼 때 많이 들어본 용어일 텐데, 학교에서는 교사가 현장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선배님들이 첫날부터 물속으로 들어가시는 게 아닌가. 다년간 경험으로 습기 탓에 수영장 밖이 더 덥다는 것을 아셨던 것이다. 선배님들의 설득 덕분에 둘째 날부터는 나도 수영복을 입고 물속에서 아이들을 지도했다. 부끄러움이 많은 내가 어떻게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 시골이라 강사가 잘 구해지지 않아 단 한 분뿐이던 수영 강사님께서도 물속에서 아이들의 지도를 돕는 나를 반겨주셨다.
사실 나는 발이 닿지 않는 높이의 물을 무서워한다. 바닥에 물이 닿더라도 힘을 빼고 오래 누워있는 동작을 하다가 가라앉으면 무서워서 벌떡 일어난다. 수영장 바닥에 발이 닿더라도 내가 물과 잘 맞지 않는 건지 겁이 많은 건지, 수영만 하면 폐쇄공포증처럼 과할 정도로 숨이 찬다. 그래서 당연히 25m 편도를 수영하는 것은 너무나 힘이 든다. 하지만 내가 겁 먹은 티를 내면 아이들도 겁이 날 수 있기에, 힘든 걸 참고 25m 수영장을 활보했다. 우리 아이들에게만은 최고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선생님, 수영하시는 거 멋있어요”, “캡틴 마블 같아요”라는 말을 들었다. 사실 ‘아이들에게 우상으로 느껴지면 말을 더 잘 듣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었다.
민소매 수영복을 7년 만에 입어서 많이 민망했지만 오랜만에 자유형, 배영, 평형을 해 보니 생각보다 재밌었다. 물속에서 아이들과 가위바위보 게임도 하고 수영 강사님과 함께 아이들을 직접 지도할 수 있는 것도 행복했다. 또한 수영장 밖에 있으면 물속에 있는 학생과 서로의 목소리를 잘 듣지 못했는데, 물속에서 대화하며 지도할 수 있는 것도 참 좋았다. 하지만 함께 물속에서 임장 지도를 한 것은 첫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대부분 아이는 전생에 물고기였나 싶을 정도로 물을 너무 좋아한다. 물에 들어간 아이들을 보면 모두가 세상 그 어떤 어둠도 묻지 않은 듯한 무해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 나도 잠깐이나마 근심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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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생존수영 수업은 노는 시간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수영을 배우는 엄연한 수업 시간이다. 생존수영은 학교에 안전교육이 강조되며 도입되었다. 따라서 교사는 안전에 유의하며 교육과정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조금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나는 아이들이 수영복을 입고 씻는 것을 도와주어야 했기에 수업이 시작할 땐 아이들보다 늦게 들어가고, 수업이 끝나기 직전엔 아이들보다 조금 빨리 나와야 했다. 북적북적한 탈의실 안에서 수영 수업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을 챙기고, 머리를 묶지 못해 수영 모자를 쓰지 못하는 학생을 돕고, 아이들이 잃어버린 소지품을 찾아주고, 머리 말리는 것까지 도우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게다가 수영장을 이용하시는 분 중에서는 아이들이 너무 시끄럽다며 지적하시거나, 제대로 씻지 않았다며 혼을 내시는 분들도 계신다. 더구나 사고의 책임을 교사에게 지우는 일련의 현실을 마주하면, 생존수영 수업 기간은 여러모로 교사들에게 힘든 시간이다.
아이들은 3월부터 “생존수영 언제 가요?”, “왜 7월에 가요? 더 빨리 가고 싶어요”, “가서 자유시간 많이 달라고 해주시면 안 돼요?”라고 말하며 이 시간을 기대한다. 하지만 나는 매년 하는 생존수영 인솔이 도통 적응되지 않는다. 찜질방 같은 열기를 견디기 위해 그저 부채와 반바지를 챙길 뿐이다.
시원한 물속에서 습기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은 “선생님, 물 밖에 더워요? 왜요?”라고 질문하곤 한다. 학교마다 수업 기간을 다르게 배정해야 하기에 추운 계절에 생존수영 수업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교사가 힘들어도, 학생들에겐 여름에 수업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탈의실 드라이기를 학생들만 오래 쓸 수가 없어서 머리를 덜 말리고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감기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 같은 해외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생존수영은 어릴수록 학습 효과가 좋다. 그래서 미취학 아동 때부터 가정에서 가르칠 수 있다면 더욱 효과가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사정도 있을 것이기에, 학교에서의 짧은 수업이 자그마한 보탬이라도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혹시나 위기 상황을 마주했을 때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침착하게 대처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진실로 바라는 것은 생존수영에서 배운 내용을 활용해야 하는 일이 우리에게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