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작은학교입니다] 내 인생 첫 '학급문집 출판 기념회'

  • 등록 2025.01.13 10:5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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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6~21세 학령인구가 2015년 892만명에서 2024년 714만명으로 크게 줄면서 작은학교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서울 등 대도시 역시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은 작은학교에 대한 이해를 높일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에 <더에듀>는 ‘띵동! 작은학교입니다’의 저자 장홍영 교사(경북교육청 소속 6학급 학교 근무)를 통해 작은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탐구해 보고자 한다. 장 교사는 “경험은 적지만 신규의 마음은 신규가 가장 잘 알기에 혼자 힘들어하고 계실 신규 선생님을 응원하며 글을 썼다”며 “선생님들을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어떤 선생님들께 누가 되지 않으면서, 어떤 선생님들껜 감히 조그마한 위로가 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복식학급인 1·3학년을 맡은 2년 차부터 우리를 추억할 수 있는 실물 자료가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인터넷 드라이브에 사진이 한가득 있지만 아이들에게도 우리의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다. 그래서 3년 차부터 학급문집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리가 만든 학급문집엔 글도 있지만 사진도 많이 들어있어서 언뜻 보면 앨범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쓴 글도 들어있기에 학급문집이라고 말하고 싶다.

 

3년 차엔 ‘하하호호 5학년’을 맡았다. 학급 이름도 3년 차부터 짓기 시작했다. ‘하하호호’는 말 그대로 아이들이 하하호호 웃으며 학교를 다니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이름이고, 초성마다 의미도 부여했다.

 

‘하’나뿐인 ‘하’루를 ‘호’기롭고(씩씩하고) 즐겁게(好: 즐거울 ‘호’)

 

학급문집에는 아이들의 활동 및 작품 사진과 나의 편지, 아이들의 일기, 이름 삼행시, 자기소개 10문 10답, 설문 조사(질문 예시; 연예인이 될 것 같은 친구는? 가장 먼저 결혼을 할 것 같은 친구는?), 우리 반 반창회 상상하기 등의 내용을 담았다.

 

첫 학급문집이 완성된 후, 우리 반은 학급문집 출판 기념회를 열었다. 그런데 우리의 출판 기념회를 기특하게 여기신 선생님들이 보도자료를 제출하라며 조언해 주셨다. 우리의 추억은 곧 다양한 신문사에 실리게 되었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다른 학교 선생님들께 “신문 잘 봤어요~”라는 연락을 많이 받으셨다고 했다.

 

그런데 재밌었던 건 신문 기사에 내가 아닌 다른 반 선생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왔다는 것이다. 내가 다른 반 선생님들과 아이들 사진을 찍어주었는데 기자는 그 선생님이 나인 줄 알았던 모양이다.

 

학급문집 출판 기념회 초대장은 전교생과 전 교직원을 대상으로 만들었다. 우선 내가 아이들 활동사진을 인쇄한 뒤 코팅해 나눠주면 아이들은 사진 뒷면에 날짜, 장소, 초대 문구 등의 내용을 손글씨로 적었다. 그리고 선생님과 전교생에게 아이들이 초대장을 나누어주었다. 당일 아침엔 복도에 안내판을 설치하고 ‘WELCOME 5’ 풍선을 불어 칠판을 꾸몄다. 나중에 이곳은 포토존으로 쓰였다.

 

나는 초대장을 우리 사진으로 만들었다는 점을 이용해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를 냈다.

 

‘초대장 사진에 있는 학생에게 초대장을 내면 마이쮸를 드립니다.’

 

학급문집 출판 기념회 당일 행사 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들은 급식을 빨리 먹고 교실로 모였다. 일찍 와서 줄을 서 있는 언니와 동생들을 보며 아이들은 상기된 얼굴로 “선생님! 벌써 줄 서 있어요!”라고 외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예정된 시간이 되어 출판 기념회가 시작되었다. 출판 기념회 행사에 참여하려면 우리 반 학생들이 내는 퀴즈를 맞혀야 했다. 다행히 학생들은 학년에 맞춰 퀴즈 난이도를 조절하며 재치 있게 진행하고 있었다.

 

교실에 입장한 후 가져 온 초대장 사진은 교실 창문에 미리 붙여둔 커다란 종이에 붙이게 했다. 그 후 교실에서 진행하는 두 가지 게임 중 하나를 한 뒤 빈자리를 찾아가도록 안내했다.

 

‘하하호호 5학년’이 6명이라 2명은 입장을 맡았고, 2명은 ‘게임1’, 2명은 ‘게임2’를 진행했다. 게임은 유치원생이나 1학년들도 쉽게 할 수 있도록 ‘주사위 홀짝’과 ‘디비디비딥’으로 했는데, 성공하면 마이쮸를 주었다. 우리는 초대한 분들에게 어떻게든 간식을 대접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했다.

 

나도 나름대로 바빴다. 미러볼이 돌아가고 있는 교실 포토존에서 전교생과 선생님들의 사진도 찍어주고, 학급문집 방명록을 써달라며 홍보도 하고, 미션을 완료해서 미션지에 O표시를 마쳤다면 미션함에 넣어 달라는 안내도 했다. 또한 추첨을 통해 당첨된 분들께는 컵라면 같은 작은 선물을 전달했다.

 

‘제1회 하하호호 학급문집 출판 기념회’를 시작하기 전까지 아이들은 ‘사람들이 안 오면 어떻게 하지’ 하며 무척이나 걱정했다. 하지만 행사가 끝나자 “선생님들이랑 전교생 진짜 다 왔어요! 결석한 애 빼고 다 와서 너무 좋았어요”라고 말하며 신나게 몸을 흔들었다.

 

책상도 옮기고 풍선도 불고 사전 연습까지 하느라 피곤했을 텐데도 너무너무 재밌었다고 소리치는 아이들을 보니 무척이나 뿌듯했다.

 

하지만 전교생을 초대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큰 학교에 근무했다면 시도도 못 했을 것이다. 다행히 전교생이 질서 있게 행동해 준 덕에 안전하게 학급 행사를 마칠 수 있었다.

 

다음은 학급문집 출판 기념회에 참석하신 분들이 써주신 방명록 내용 중 일부이다.

 

- ‘하하호호 5학년 학급문집을 보니까 너희가 어떻게 생활하고 재밌게 노는지 알 수 있었어. 아주 뜻깊은 시간이었던 거 같아. 아이디어가 아기자기하고 후배들이 하니 더 귀엽네^^ 마이쮸 3개 잘 받아 간다^^ 5학년 생활 파이팅!’

 

- ‘사랑하는 하하호호 5학년 친구들! 학급문집 출판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초대해 주어서 고맙고, 여러분들 행복해하는 모습 보니 선생님도 무척 흐뭇하답니다. 좋은 추억 오래 간직할게요.’

 

- ‘이 게임 엄청 재미있었어. 고마워. 우리도 나중에 되면 이거 만들어 줄게. 꼭 와! 안녕.’

 

- ‘언니 오빠들, 이거 만들어줘서 고마워. 우리 학교에서 단체로 모여서 재미있었어. 땡큐.’

 

다음은 하하호호 학생들의 학급문집 출판 기념회 후기 중 일부이다.

 

- ‘좋았던 점이 아쉬웠던 점보다 100배 정도 더 많았지만, 우리가 완벽하진 않으니 보완할 점이나 아쉬웠던 점도 있었다. 그래서 아쉬웠던 점을 말해야겠다. 우선 반이 너무 작았다. 30명 정도가 모이니 반이 꽉 끼는 것 같았다. 또 우리를 위한 파티였지만 축하하려고 온 사람들에게 작은 초콜릿 같은 간식을 더 준비해서 줬어야 했다. 그리고 그것들이 남으면 우리도 먹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제일 좋았던 점은 우리가 직접 이런 것(파티)을 했다는 것과 공부를 안 한 것이다.’

 

이 아이의 글을 보고 나는 ‘이런 경험도 공부야~’라고 생각했다.

 

“5학년이 교장 선생님, 담임 선생님과 전교생을 초대해 파티를 주최하다니, 이 얼마나 멋진 공부인가!”

 

장홍영 교사 = 경북의 6학급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작은학교에서의 경험을 담은 책 '띵동! 작은학교입니다'를 펴냈다. 그는 스스로를 "매일 아이들과 선생님께 배우며 반성하고 사소한 것에 행복해하는 평범한 초등교사"라고 소개했다.
장홍영 '띵동! 작은학교입니다' 저자/ 경북교육청 소속 초등교사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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