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디지털리터러시 교육은 이제 모든 교육 현장에서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를 실제 수업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많은 교육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디지털리터러시협회>는 지난 9년간의 교육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디지털리터러시 교육을 위한 실질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한다. ▲디지털 교육 편견 극복 사례 ▲교과 및 다양한 활동과의 융합 속에서 디지털 도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학생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는 노하우 등을 담을 예정이다. 또 교육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천 가이드와 문제 해결 방안을 제공해 현장 교육자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 |

편지에서 이메일, 문자 메시지로 이어지는 소통 수단의 변화는 우리의 일상을 빠르고 편리하게 만들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보급으로 누구나 손쉽게 메시지 앱을 활용해 소통한다. 특히 단체 채팅방(단톡방)은 개인 간 문자 소통의 장점을 집단으로 확대하며 정보 공유나 빠른 의사소통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러한 편리함 속에서 소통의 본질인 ‘상대에 대한 존중’은 점차 사라지고 ‘자기중심적 태도’만 남는다. 이유는 분명하다. 편리함에 취해 타인의 편의는 무시하고 자신의 편의만을 보기 때문이다.
이런 자기중심적인 태도가 소통의 기본예절을 잊게 만든다. 자신의 편의에 따라 늦은 시간에 메시지를 보내거나 대화의 맥락과 상관없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알림이 시끄럽다고 꺼두고, 상대방이 기다리든 말든 답을 늦게 하거나, 읽고 싶은 메시지만 골라 읽다가 정작 중요한 메시지를 놓치고 뒷북 치는 사람도 있다. 이름하여 단톡방 빌런이다. 이러한 빌런이 늘어날수록 대화는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고 단절될 수밖에 없다. 결국 상호 신뢰가 떨어지고 효율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워진다.
이러한 현상은 단지 개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디지털 환경이 갖는 구조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문자로 대화할 때는 얼굴을 볼 수 없기 때문에 타인의 감정과 반응을 알기 힘들다. 얼굴 없이 대화하니 교감이 힘들고, 존중의 감각도 무뎌질 수밖에 없다. 사소한 오해로 갈등도 발생하기 쉽다. 심리적 거리가 늘어나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도 점차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각자 할 말만 하고 다른 사람의 글은 잘 읽지 않게 된다.
소통의 수단은 시대에 따라 바뀌었지만, 소통의 본질은 달라진 적이 없다.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존중하는 것. 소통의 핵심은 언제나 ‘상대를 향한 존중’이었고, 이것은 ‘듣는’ 것에서 시작된다.
오프라인 대화의 시작이 ‘듣기’라면, 메시지 대화의 시작은 ‘읽기’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읽기’를 잘할 수 있을까? 얼굴을 볼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음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오히려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시도하여 행동을 바꾸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에 따르면,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불일치할 때 행동을 바꾸면 태도와 신념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한다. 따라서 도덕적 당위를 강조하며 무조건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요구하는 것보다는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행동부터 제안하여 ‘경청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자, ‘읽기’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첫째, 메시지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중요한 채팅방은 알림을 활성화하고, 덜 중요한 채팅방의 알림을 줄여 집중할 수 있도록 조절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를 통해 중요한 메시지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알림을 꺼두는 기능은 양날의 검과 같다. 잘 사용하면 집중력을 높일 수 있지만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오히려 문자를 놓치거나 응답에 소홀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둘째, 메시지의 맥락을 정확히 파악하며 읽어야 한다.
단톡방의 특성상 여러 주제가 동시에 오가기 때문에 앞뒤 대화를 확인하지 않으면 흐름을 놓치거나 이해력이 떨어질 수 있다. 궁금한 게 있을 때도 질문하기 전에 이미 나눈 대화가 아닌지 찾아보는 것이 바른 매너이다. 이미 이야기한 내용을 반복해서 묻는 일은 듣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니 결례일 뿐 아니라 불필요한 메시지를 늘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맥락 파악은 문자 읽기의 기본이고 효율적인 소통을 만드는 예의이다.
셋째, 읽었다는 사실을 간단하게라도 표현해야 한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상대가 내용을 확인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단톡방의 경우, 전체 공지나 중요한 안내 사항을 올렸을 때 단순히 ‘읽음’ 표시만으로는 불안감이 남는다. “확인했습니다”, “읽었어요”와 같이 짧게라도 답하면 소통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
문자 내용이 길어 제대로 읽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나중에 확인해 보겠습니다”라는 답변이라도 남겨야 한다. 이렇게 하면 보낸 사람은 다시 한번 체크해야겠다고 판단할 수 있고, 읽는 사람도 중요한 메시지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작은 반응이 신뢰할 수 있는 소통의 시작이다.
넷째, 이모티콘으로 표정과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
의사소통 중 80% 이상이 비언어적 표현에 해당한다. 문자로만 소통하는 단톡방에서는 표정이나 목소리 톤과 같은 비언어적 표현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이모티콘이다.
이모티콘은 메시지에 담긴 감정과 뉘앙스를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문자를 확인했을 때, 글 대신 이모티콘을 잘 활용하면 감사, 지지, 응원과 같은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확인했다는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다섯째, 중요한 메시지는 그때그때 기록해 두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하루에도 수많은 메시지를 주고받기 때문에 ‘나중에 기록해야지’ 하며 미루다 보면, 아무리 기억력이 좋은 사람도 한 번쯤은 잊게 된다. 일정은 확인한 즉시 일정표에 입력하고, 나중에 다시 봐야 하는 내용은 복사하여 메모장에 바로 저장하는 것이 좋다. 기록은 맥락 파악과 더불어 불필요한 질문을 막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논어에 ‘이청득심(以聽得心)’, 즉 ‘귀 기울여 들으면 마음을 얻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논어가 쓰인 기원전부터 소셜미디어로 소통하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유효하다.
진정한 소통은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고 이해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문자로 소통할 때도 먼저 갖추어야 할 능력은 ‘쓰기’가 아니라 ‘읽기’이다. 잘 읽는 습관은 존중의 문화를 만들고 디지털 시대의 성숙한 소통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