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디지털리터러시 교육은 이제 모든 교육 현장에서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를 실제 수업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많은 교육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디지털리터러시협회>는 지난 9년간의 교육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디지털리터러시 교육을 위한 실질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한다. ▲디지털 교육 편견 극복 사례 ▲교과 및 다양한 활동과의 융합 속에서 디지털 도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학생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는 노하우 등을 담을 예정이다. 또 교육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천 가이드와 문제 해결 방안을 제공해 현장 교육자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 |

교실 풍경이 변했다. 칠판에 분필로 쓰고 종이책에 줄을 긋고, 공책에 받아쓰던 모습은 이제 낯설다. 대신 전자칠판에 화면을 띄우고,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로 창작물을 만들며, 온라인 협업 도구를 활용하는 모습이 익숙해졌다. 수업에 디지털을 활용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스마트기기 활용 수업에는 예상치 못한 일이 종종 발생한다. 디지털 공간에서는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걸까? 친구의 결과물을 삭제하거나, 수업과 무관한 연예인 사진을 올리는 학생들이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로 도배한 댓글이나 심지어 부모를 욕하는 패드립 댓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단순 장난으로 가벼이 넘길 수도 있지만, 수업 흐름을 깨뜨리고 분위기를 흐린다. 그냥 두면 장난치는 학생이 늘고 디지털에 대한 안 좋은 경험만 늘려주게 된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스마트기기 활용 수업에 대한 교사들의 반응이 싸늘해진다. ‘스마트기기를 활용해 봤자 말썽만 생긴다’는 회의감이 들고, 디지털에 대한 두려움이 ‘스마트기기보다 차라리 책과 칠판을 쓰는 게 낫다’는 생각을 부추긴다.
스마트기기 활용 수업에 교사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대부분의 스마트기기 관련 연수는 사용법을 가르치는 데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 수업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체계적으로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걱정하는 것은 교사만이 아니다. 많은 학부모가 ‘디지털=게임’ 혹은 ‘디지털=SNS 중독’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디지털은 공부에 방해만 된다는 생각에 수업에서도 사용하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들이 많다. 그러나 ‘아이들이 디지털을 모르고 미래에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함께 든다.
분명 아이들에게는 디지털 역량이 필요하다. 문제는 어디에서, 어떻게 배우냐는 것이다. 디지털을 PC방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배우는 것은 위험하다. 어른의 지도 없이 아이들끼리 재미만 추구하면 ‘디지털=게임’이라는 인식만 고착된다. 디지털 세상의 윤리와 예절을 배우기도 어렵다.
디지털은 학교에서 배워야 한다. 교사의 지도 아래 디지털을 수업에 활용해야 ‘스마트기기=학습 도구’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
배움에는 다 때가 있다. 디지털 세상에서 윤리와 예절을 지켜야 하고, 디지털이 유용한 도구라는 것은 어른이 되어서 배우기는 힘들다. 청소년기에 배워야 한다. 학교가 아이들이 디지털을 올바르게 배우고 사용하는 첫 번째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
스마트기기 활용 수업이 실패하는 이유를 디지털 자체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 사용하는 사람의 문제이지 디지털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실패하는 진짜 원인은 학생도, 교사도, 학부모도 스마트기기를 학습에 사용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2024년 ‘찾아가는 학교 컨설팅’이라는 정책 사업을 실시해 학교와 교사를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그럼 어떻게 해야 성공적인 스마트기기 활용 교육을 할 수 있을까? 해답은 ‘규율’에 있다. 온라인 학습 공간도 오프라인 교실과 다르지 않다. 수업 중 교실에서 떠들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온라인 학습 공간에서도 수업과 상관없는 글을 올려서는 안 된다.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친구의 결과물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온라인에서는 맘대로 해도 된다는 착시현상이 있어서 헷갈릴 뿐이다. 온라인에서도 규칙이 있어야 하고, 서로를 배려해야 한다. 학급원으로서 의무와 책임도 따라야 한다. 디지털 예절을 가르치는 곳이 없기 때문에, 스마트기기 활용 규칙을 만들고 이해하는 과정부터 수업에 포함해야 한다.
수업 전, 스마트기기 활용 수업의 규칙을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 만들고 정하도록 한다. 완성된 규칙은 포스터로 만들어 학생들이 서명하고 낭독하도록 하여 주인의식을 갖도록 한다. 함께 만든 약속을 포스터로 시각화하여 수업 중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으면 수업 분위기가 달라진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친구의 결과물을 삭제하거나 댓글로 장난하는 행동은 확실히 줄어들거나 사라진다.
교사가 수업 중 상황에 맞게 후속 조치를 잘하면 이러한 효과는 더욱 커진다. 규칙을 잘 지켰을 때 칭찬하고, 어겼을 때 단호하게 대응하며 합의된 벌을 주면, 억울함 없이 받아들인다.
수업 마무리에 ‘디지털 수업 일지’, ‘오늘 나의 활동 평가’와 같은 자기 성찰 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좋다. ‘오늘 수업에서 타인을 배려했는가?’, ‘규칙을 잘 지켰는가?’, ‘다음에는 무엇을 고치고 싶은가?’를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해 보게 하면, 책임감과 자율성은 자연스럽게 자라난다.
아이들은 디지털을 좋아한다. 학교 수업에 디지털을 활용하면 수업의 효과는 분명히 높아진다. 조는 아이들이 사라지고 수업이 즐거워진다.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창작물을 만들고, 발표까지 이어지면 학습에 대한 몰입도와 기억력은 더욱 향상된다. 무엇보다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수업은 교실이라는 작은 사회 안에서 질서를 배우고, 자율을 실천하는 장이 된다. 규칙을 지키며 책임 있는 태도를 익히고, 더 나아가 디지털 시민으로서의 윤리와 예절을 내면화하는 과정이 된다.
디지털 역량 교육은 더 이상 부모나 학생 개인의 몫으로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디지털을 단순히 ‘잘 쓰는 법’을 넘어, ‘바르게 사용하는 태도’를 익히고, 학습 효과까지 높일 수 있도록 스마트기기 활용 수업은 규율 안에서 자율을 배우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