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THE교육] '회복탄력성'...점수보다 강한, 다시 일어나는 힘

  • 등록 2025.11.13 11:07:42
  • 댓글 0
크게보기

 

더에듀 |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 힘이 곧 성장의 출발점이다.”

 

이 문장은 교육 현장에서 매일 확인되는 부정할 수 없는 진리이다.

 

우리는 흔히 공부를 잘하는 학생의 비결을 선천적으로 타고난 머리나 성실성에서 찾으려 하지만, 실제로 그들의 내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힘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그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어려움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이라 할 수 있다.

 

이에 공부를 잘하고 성숙한 인격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주춧돌의 역할을 하는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점수보다 강한 힘


서울의 한 고등학교 담임교사는 수능을 앞둔 제자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반에서 늘 상위권을 유지하던 A학생은 모의고사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좌절감에 휩싸여 며칠간 공부를 포기했다. 반면 평소 눈에 띄지 않던 B학생은 비슷한 성적을 받고도 “이번엔 실수를 많이 했으니 다음엔 잘할 거예요”라며 담담히 받아들였다.

 

몇 달 뒤, 결과는 역전되었다. A학생은 불안과 압박 속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B학생은 끝까지 꾸준히 노력해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

 

두 학생의 차이는 지능이 아니라, 실패를 대하는 태도, 곧 회복탄력성의 유무였다.


회복탄력성이 성숙을 만든다


미국 심리학자 앤 머스텐은 회복탄력성 연구에서 “어려움을 겪은 아이가 오히려 더 강한 사회적 기술과 학습 동기를 갖는다”고 밝혔다.

 

실제로 가난, 전학, 가족 문제 등 다양한 시련을 경험한 학생들 중에 오히려 더 단단하고 성숙한 인격으로 성장한 사례는 적지 않다. 이는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는 격언과도 같은 맥락이다.

 

중학교 시절 잦은 전학으로 친구 사귀기에 어려움을 겪었던 한 학생은, 그 경험 덕분에 낯선 환경에서도 빠르게 적응하고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키웠다. 대학 진학 후에는 팀 프로젝트에서 조율자의 역할을 맡으며 성숙한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회복탄력성은 단지 심리적 안정의 문제를 넘어, 학업 성취와 인격적 성장의 공통 기반으로 작용한다.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힘


많은 학부모가 ‘우리 아이는 유난히 예민하고 약하다’고 걱정한다. 그러나 심리학 연구는 회복탄력성이 학습 가능한 능력임을 입증하고 있다.

 

캐럴 드웩의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 이론에 따르면, 실패를 ‘무능의 증거’가 아닌 ‘성장의 과정’으로 인식하도록 돕는 교육이 아이의 회복탄력성을 키운다고 강조하고 있다.

 

예컨대, 문제를 틀렸을 때 “왜 이렇게 실수했니?” 대신 “이 경험에서 무엇을 배웠을까?”라고 묻는 부모와 교사의 태도 변화가 아이의 뇌 구조를 바꾼다는 것이다.

 

이런 대화가 쌓일수록 아이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시도를 즐기며 스스로를 발전시킬 가능성이 높다.


실수나 실패를 허용하는 교육


회복탄력성이 높은 아이는 단순히 스트레스에 강한 학생이 아니다.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고력을 갖춘 사람이다. 이를 위해 학교와 가정은 아이들에게 이른바 ‘넘어질 자유’를 맘껏 허용해야 한다.

 

어느 초등학교 교사는 매주 금요일을 ‘실수 자랑 시간’으로 정했다. 아이들은 “발표 때 말을 더듬었어요”, “문제를 두 번이나 틀렸어요” 하며 자신의 실수를 웃으며 공유했다.

 

교실에는 경쟁 대신 격려의 분위기가 자리 잡았고, 아이들의 표정은 점점 밝아졌다. 실패를 허락받은 아이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 인재의 조건


AI 시대의 핵심 역량으로 창의성, 융합적 사고, 자기주도성을 말하지만, 그 모든 밑바탕에는 회복탄력성이 있다. 기술은 변하지만,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배우는 사람만이 진정한 성취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의 장기 연구에서도 직업적 성공과 행복을 이끈 요인 중 하나로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적 태도를 유지한 능력’이 꼽혔다. 이는 곧 회복탄력성의 다른 이름이다.


다시 일어나는 힘


공부 잘하는 법을 묻는 학생들에게 이제는 이렇게 말하자.

 

“문제를 푸는 힘보다, 다시 시작하는 힘을 길러라.”

 

누구나 삶의 길 위에서 넘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 결국 더 멀리 간다. 진정한 성숙은 완벽함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는 과정 속에서 자란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다. 그런 사람이 공부도 잘하고, 더 단단하고 따뜻한 성숙한 인간으로 세상을 이끌어간다고 믿는다.

 

전재학 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te@te.co.kr
Copyright Ⓒ 2024 (주)더미디어그룹(The Media Group). All rights reserved.

좋아요 싫어요
좋아요
2명
100%
싫어요
0명
0%

총 2명 참여




10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대표전화 : 02-850-3300 | 팩스 : 0504-360-3000 | 이메일 : te@te.co.kr CopyrightⒸ 2024-25 (주)더미디어그룹(The Media Grou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