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나의 THE교육] 행정실 법제화① "왜 이 법은 계속 실패하는 가"

  • 등록 2025.07.11 17: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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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지난 1일 국회에서 발의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초·중등학교에 ‘행정실’을 법적으로 설치하고 학교 조직을 체계화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학교 행정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제고하자는 의도 자체는 공감할 만하다. 교육행정의 투명성과 법적 책임성을 확보하고, 학교 현장의 혼선과 과중한 업무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명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교육정책은 명분도 좋지만, 교육의 본질에 얼마나 충실한가로 평가받아야 한다.

 

초·중등학교는 헌법이 보장한 ‘의무교육’ 체계를 구성하는 국가 공교육기관이며, 그 운영의 기본 원리는 ‘직무 중심’에 있다. ‘초·중등교육법 제20조’는 교원을 행정조직의 하위 구성원이 아니라, ‘학생을 교육하는 독립된 전문 주체’로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학교 조직과 운영이 교원의 법적 직무인 학생 교육을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운영 원리는 학문과 연구 중심의 조직 체계를 갖춘 고등교육기관(대학)과는 분명히 구별되는, 초·중등교육 고유의 구조이며 철학이다.

 

이번 법안은 이러한 구조적·철학적 차이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고등교육기관의 ‘조직 중심’ 운영 체계를 초·중등교육에 그대로 이식하려는 시도이다.

 

 

이와 유사한 법안은 2012년 유은혜 의원의 최초 발의를 시작으로, 지난 13년 동안 무려 네 차례나 발의되었고, 교육부 내부에서도 조정안 마련을 시도한 바 있다.

 

같은 취지의 입법이 거듭 제안되었지만, 결과는 한결같았다. 단 한 번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반복되는 입법 시도 속에서, 우리는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이 빠졌기에, 이 법은 매번 실패하는가?’

 

그 해답은 학교를 바라보는 초·중등교육법의 철학과 관점에 있다.

 

국회가 과거의 반복된 실패에서 진정한 교훈을 얻었다면, 이번 법안의 이름은 ‘학교조직법’이 아니라 ‘학교직무법’이 되었을 것이다. 행정실 설치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교원의 법적 직무를 명확히 정립하고, 교육행정의 역할과 책임을 명료하게 분리하는 일이다.

 

이를 외면한 채, 또다시 ‘토씨 하나 바꾸지 않은 복사·붙여넣기 식 법안’이 발의된 데 대해 현장 교원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이제는 학교를 구성하는 법적 틀부터 다시 들여다볼 때다.<계속>

송미나 광주 하남중앙초 수석교사/ 한국교육정책연구소장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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