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교사 이야기] 05년생 교사가 온다: 성과급 그리고 세대별 공정성 담론의 변화

  • 등록 2025.07.08 13: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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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실천교육교사모임은 현장교사들을 주축으로 현장에서 겪는 다양한 교육 문제들을 던져왔다. 이들의 시선에 현재 교육은 어떠한 한계와 가능성을 품고 있을까? 때론 따뜻하게 때론 차갑게 교육현장을 바라보는 실천교육교사모임의 시선을 연재한다.

 


SK 하이닉스 성과급 사태와 교원 성과급


코로나 확진자 수가 자막으로 출렁이던 2021년, SK 하이닉스는 직원들에게 기대 이하의 성과급을 지급하며 논란이 됐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건 바로 2030세대였다. 이들이 문제 삼은 것은 단순히 성과급의 액수가 아니었다. 발단은 성과급이 적다는 것이었지만 사측이 내세운 해명이 부족했다.

 

기준에 따라 지급했다는 내용만 있고 그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회사가 투명하고 명확한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보상하지 않았다는 점이 쟁점이 되었다.

 

그렇다면, ‘교사 사회는 성과급 논의에서 자유로울까?’

 

특히 교내에서 주요 행정 업무를 전담하는 보직교사의 성과급 비율이 축소되더라도, 교사의 역할을 수업과 연구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표면적으로 교사의 본질적 역할을 되찾자는 긍정적인 취지로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보직교사가 교내 업무 대부분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성과급을 축소하는 것은 합리적인 처사로 보기는 어렵다. 

 

학교 현장에는 스스로 ‘업무능력이 부족한 것’을 인정하며 보직교사 제안을 거절하는 선배 교사도 있고, 2급 정교사임에도 체육·문화·정보·예술 부장을 도맡는 후배 교사도 있다. 이들의 급여 차액을 비율로 계상해서 교사라는 딱지를 떼고 보면 SK 하이닉스에서 일어났던 성과급 논란이 일어나지 않는 게 이상해 보인다.

 

이를 두고 “나 때는 더 했으니, 너희들도 감수해라”라는 식의 논의를 펼치려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성과급이 없어져야 교사의 행정업무가 없어진다거나 차등 지급률을 조정해야 교내 갈등이 줄어든다거나 하는 논의도 현실적인 논의로 보기는 어렵다.

 

그 배경에는 2000년대 초 교원 성과급이 도입될 당시 성과급 반대 투쟁 과정이 있다. 반대 측에서는 교직 사회 여론을 모으려고 ‘성과급 재원이 원래 교사 월급에 포함되어야 하는 금액’이라는 논리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교육부나 오늘날 기획재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달랐다. 성과급 재원은 별도의 재원으로 충당되므로 성과급을 폐지하면 기본 봉급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기본 봉급에 성과급을 포함할 경우,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성 문제도 크다. 이 때문에, 성과급 폐지를 공약했던 문재인 정부도 결국 차등 지급률 축소로 결론을 내렸다. 결국 반대논의의 설득력은 차등 지급률을 줄이는 정도에만 도달한다는 것이다. 

 

성과급 폐지 담론의 근거가 사실에 대한 정확한 해석보다 성과급 제도 자체에 대한 가치 논쟁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문제이다. 이것이 매년 일선 학교의 다면평가 관리위원회에서 ‘이런 회의는 없어져야’, ‘성과급이 없어져야’와 같은 공염불로 끝나는 까닭이다.

 

사실근거에 기반한 반대논의가 아니다 보니 논의의 한계가 명확하다. 그래서 논쟁의 초점은 ‘성과급이 과연 교육 현장에 적합한 보상 제도인가’ 하는 가치문제로 엉켜있다.

 

공정 담론에 초점을 두어 업무 분담의 비합리성을 드러내고 논쟁하기보다는 성과급이 교육 성과와는 관련이 없다는 연구를 반복하고 되뇌기만 한다.

 

학교 현장에서는 ‘일을 한 만큼 보상을 받는다’라는 개념이 약하다 보니 초과근무수당을 받는 게 어려운 일처럼 느껴진다. 

 

이런 현실에서 교내 주요 업무를 맡은 교사의 성과급을 낮추어도 된다는 믿음과 가치는 투명성이나 공정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05년생 교사가 온다


새로운 교사 세대가 추상적인 가치보다는 공정성이나 투명성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할 것이라는 점은 어려운 예상이 아니다. 

 

최근 교대 입학 점수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능 점수가 가장 높았던 세대의 교사들이 교대를 선택한 배경에는 직업적 안정성이 크게 자리 잡고 있겠지만 주목할 점은 이들은 수능과 무관한 전 과목 내신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으려는 내적 동기가 큰 집단이었다는 것이다. 

 

이 세대는 성과급 폐지를 통한 교육 본질 업무 회복이라는 교육적 헌신과 가치 중심의 담론에 자연스레 공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출생자, 특히 2005년생 이후 교대 입학생(24학번)들은 이와는 다른 가치관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가 흔히 세대 담론에서 표현하는 담론은 ‘코호트’적인 의미가 크다. ‘코호트’란 사회학 용어로 특정한 시기에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집단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90년대 말, IMF 외환위기가 자주 인용된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소주 전쟁’에서 유해진은 국산 소주 회사에 충성하는 재무 이사 역할로 등장한다. 캐릭터는 회사 자체에 대한 충성과 오너에 대한 충성을 구분하지 못하고 갈등하는 사이, ‘오너의 배임’을 도와야 하는 상황이 되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고, 이후로는 이 둘을 구분하는 변화된 태도와 실리적인 입장을 보인다.

 

이 영화는 특정한 시대를 겪은 인물이 어떻게 가치관 변화를 경험하는지 잘 보여준다. 이와 비슷하게 요즘 교사 세대도 아동학대 신고나 악성 민원 증가 등으로 교사로서의 직업적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는 현실을 경험하고 있다. 또한 장기근속을 유도하고 도덕적 부패를 방지하는 순기능을 했던 연금제도의 보상성이 약화한 상황에서, 과거와 같이 헌신이나 대의를 우선시하는 가치관은 더욱 약해질 수밖에 없다.

 

 


‘가치에 대한 헌신’이 더 이상 교훈이 될 수 없는 ‘불확실성 사회’


올 3월에 있었던 국민연금 개혁안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난다. 이 논란은 단순히 젊은 세대가 미래에 ‘더 내고 덜 받는’ 문제에 민감한 것으로 축약되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더욱 심각하다.

 

국민연금 제도가 처음 등장한 1988년 당시에도 ‘보상성’에 관한 문제 제기는 일부 있었다. 그러나 ‘노인 빈곤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대의와 ‘경제성장과 인구 증가로 연금제도가 오랜 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수학적 전망이 문제 제기를 잠재웠다.

 

시간이 지나 88올림픽 호돌이가 곧 불혹이 되는 2025년이 되었다. 당시에는 예측하지 못했을 저출산 위기 속에 여전히 심각한 노인 빈곤 문제를 지렛대 삼아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이 이루어졌다.

 

‘취약계층의 복지라는 대의를 국민연금 제도는 실현할 수 있을까? ’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 가입자인 교사 독자는 이 구조를 모를 수 있기 때문에 부연 설명을 하면, 국민연금은 사업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로 자격이 나누어진다.

 

사업장 가입자는 흔히 말하는 ‘4대 보험’이 적용되는 직장에 소속된 근로자를 의미한다. 지역 가입자는 프리랜서나, 자영업자 등이 해당한다.

 

사업장 가입자로 분류되어야 할 것 같은 노동자 중에도, 고용 형태에 따라 지역 가입자로 분류되는 경우도 많다. 이들은 회사가 절반을 내는 사업장 가입자와 달리 국민연금 보험료 전액을 모두 납부한다.

 

국민연금 개혁을 통해 이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었다. 그러나 청년들 상당수는 AI 혁명으로 인해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이 향하는 곳은 보통 ‘외식업’이다.

 

부모의 도움을 받아 창업을 할 수 있다면 차라리 다행이다. 일자리를 얻지 못해 구직활동을 멈춘 청년은 50만명에 달한다. 이에 일시적으로 직업을 잃은 이들과 취업 준비생 70만명이 따로 존재한다.

 

정규직이 다수였던, 아니 어느 정도라도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이들이 취업하거나 창업했을 때 보험료 부담금은 높아졌다. 그러나 이들 세대의 비취업 기간은 점점 길어지고 취업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이 세대의 개인들은 보험료를 적게 받는 저연금 수급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4대 보험에 가입된 좋은 직장을 다닌 사람의 노후를 위해 자영업자나 늦게 취업한 새내기 직장인들이 더 많은 국민연금을 납부하게 되었으나, 미래에는 기금 고갈이라든가, 물가상승률 등으로 인해 제대로 된 혜택을 못 받을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연금 개혁이 이번으로 끝난다는 보장도 없다. 이는 새로운 세대가 불공정하고 비합리적인 분배 구조에 대해 밀레니얼과 젠지(MZ)가 이전 세대와는 다른 도덕적 민감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배경이다.

 

결국, 교사 성과급 문제도 차등 지급률 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공정한 대안을 마련해 가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단지 보직교사의 성과급을 줄이거나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업무와 책임의 경중에 따라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고, 후배 교사들에게 비전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하이닉스 성과급 논란과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우리에게 보여준 바는, 사회의 공정성 개념이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추상적인 가치에 대한 헌신이 인구 증가나 경제성장을 통해 뜻밖의 보상으로 이어졌던 낙관적이고  교훈적인 스토리텔링이 먹히지 않는 세대이다.

 

대안학교에 진학한 자녀가 자아 성찰과 가치관 확립을 하였고 이후, 명문대를 가거나 유명 작가가 된 성공담은 리버럴이 주류인 86세대 학부모가 모인 술자리에서 자주 공유되는 내용이다.

 

이들은 낙관적 가치관을 공유한다. 하지만 86세대 이후 학부모들은 학군지, 영어 유치원, 초등 의대 준비반이나 7세 고시 이야기를 더욱 실감 나게 다룬다.

 

이제 05년생 교사가 온다. 교사 사회의 주류적 가치였던 헌신과 낙관적 가치관은 현실적인 도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 이 글은 실천교사 홈페이지에 게재된 것을 일부 재가공했습니다.

김승현 인천선학초 교사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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