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 실천교육교사모임은 현장교사들을 주축으로 현장에서 겪는 다양한 교육 문제들을 던져왔다. 이들의 시선에 현재 교육은 어떠한 한계와 가능성을 품고 있을까? 때론 따뜻하게 때론 차갑게 교육현장을 바라보는 실천교육교사모임의 시선을 연재한다. |
스마트폰을 세상에 내놓아 큰돈과 명예를 얻은 스티브 잡스는 정작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스마트기기 사용을 엄격하게 통제했다고 한다.
14세까지는 아예 사용을 금지했고, 그 이후에도 사용 시간을 철저하게 제한했다고 한다. 아이러니한 일 같지만, 빌 게이츠, 저커버그, 팀 쿡 등 미국 IT업계의 거물들은 모두 스마트기기와 SNS로부터 어린 자녀를 멀리 떨어뜨렸다.
어떤 문제점이 있길래 스마트폰과 SNS로 막대한 돈을 버는 그들이 이러는 것일까? 아마도 단순한 교육철학이 아니라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기 시작한 시대를 가장 먼저 감지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인간은 도구를 만들었고, 도구는 인간을 발전시켰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인간을 대체하고 종속하기 시작했다. 바로 스마트폰이 그 정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아동·청소년에게 생각보다 훨씬 더 큰 폐해를 주고 있다.
그럼 스마트폰(과 SNS)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스마트폰, 중독의 늪
첫째, 중독성 문제이다.
SNS의 숏폼 영상을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어느덧 한두 시간이 흘러있는 경험은 대부분 있다. 사용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알고리즘에 따라 자극적인 영상에 지속해서 노출해 나도 모르게 자기 통제를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
KBS <기사기획 창>에서 했던 실험에 따르면, 스마트폰 중독 뇌와 마약 중독자 뇌는 90% 유사한 활성 패턴을 보였다고 한다. 결국 도파민 회로 과잉 자극으로 중독성이 강화된다.
발달하지 않는 뇌
둘째, 전두엽 기능의 발달을 저해해 집중력과 자기 조절력을 상실하게 한다. 특히 뇌 발달에 중요한 시기인 아동・청소년기에 전두엽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은 시각적 정보를 처리하는 후두엽만 자극하기에 전두엽의 발달을 방해한다.
실제 한 연구에 따르면 숏폼이 등장하기 이전인 2004년 이용자들이 한 화면에 집중하는 평균 시간이 약 2분 30초였는데, 스마트폰 보급 초창기인 2012년에는 집중 시간이 75초까지 낮아졌고, 숏폼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2020년 무렵에는 47초까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장애와 건강
셋째, 수면장애와 호르몬 교란으로 수많은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
수면 부족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멜라토닌의 감소로 면역력도 떨어진다. 특히 아동・청소년의 성장과 발달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친다.
수면장애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취침 전 스마트폰 사용이다, 수면 클리닉의 환자는 2000년대 초 노인층이 대부분이었지만, 스마트폰 보급 이후 이제는 유아부터 노인까지 늘었다고 한다. 스마트폰의 빛은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하여 거의 모든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

우울증의 급격한 증가
넷째, 아동・청소년의 우울과 불안 등 정신건강에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아동 청소년기의 뇌는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발달하는데, 이 시기에 스마트폰처럼 빠르게 전환되고 강한 이미지가 반복되면 뇌는 그 방식에 익숙해져서 감정을 머무르게 하고 깊이 생각하는 능력은 상대적으로 덜 발달한다고 한다.
따라서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다루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일상에서 쉽게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지게 된다.
실제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길어지면서 수면시간이 감소하고 공격성은 높아져 이에 따라 우울 수준이 높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불안 세대’의 저자로 유명한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의 연구 및 분석 결과를 보면, 2010년대 이후 정보기술(IT) 기기 영향으로 십 대의 우울증과 불안 증세, 자해와 자살이 급격하게 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여자 청소년들의 경우에 이 증상이 두드러진다.
만남과 교류의 부재
다섯째. 아동기 경험의 부재로 인한 사회성 결여의 문제가 있다.
에릭슨의 발달 이론에 따르면 청소년기는 자아 정체감을 형성하는 시기로, 현실 속 또래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스마트폰에 몰입한 아동은 실제 또래 친구들과의 대화, 놀이 시간이 줄어들어, ‘대면 소통 능력과 공감 능력’이 감소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조너선 하이트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2010년대 이후 ‘놀이 기반 아동기’가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로 본격적으로 재편되면서 사회성에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한다.
현실 세계에서 친구들과 자유롭게 뛰놀고, 갈등을 해결하고, 스스로 탐험하는 경험이 부족한 이러한 변화는 높은 불안과 낮은 회복탄력성, 자아존중감과 공감 능력의 하락 문제를 불러왔다.
현실보다 유해한 가상 세계
여섯째, 스마트폰으로 접하는 가상 세계의 유해성이다.
보통 부모들은 가상 세계가 현실 세계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요즘은 사회가 위험하다며 초등학교 고학년도 혼자 시내버스를 타고 친구들과 놀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훨씬 더 위험한 것을 너무나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가상 세계에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청소년이 19세 미만 영화를 보는 것이 오프라인에서는 철저히 금지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너무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교실과 스마트폰의 아이러니
이렇게 나쁘다면 술, 담배처럼 ‘엄격한 제한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수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과 SNS는 사용하지 않는 청소년이 없을 정도로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 게다가 현재 학교의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스마트폰 사용을 규제하며 온갖 갈등을 빚지만, 한편으로는 AI 교육을 필두로 학생에게 스마트기기를 지급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 수거 문제는 인권 보장과 학습권 보장 사이에서 날선 공방이 되어왔다.
정말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더 빠른 기기일까? 더 깊은 경험일까? 스마트폰 시대에 우리 교실은 어디로 나가야 하는지 고민해 봐야 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