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교사 이야기] 학교 노트북 관리규정, 현실에 맞게 바꾸자

  • 등록 2025.04.30 10: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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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정보화기기, 보급을 넘어 실질적 개선이 필요하다

더에듀  |  실천교육교사모임은 현장 교사들을 주축으로 현장에서 겪는 다양한 교육 문제들을 던져왔다. 이들의 시선에 현재 교육은 어떠한 한계와 가능성을 품고 있을까? 때론 따뜻하게 때론 차갑게 교육 현장을 바라보는 실천교육교사모임의 시선을 연재한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 노트북과 태블릿 같은 정보화기기를 다루다 보면,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과연 이 장비들이 교육을 위해 제대로 관리되고 있을까?”


과거 기준에 묶여버린 기기 관리


현재 학교에서 사용하는 데스크톱의 내용연한은 5년, 노트북은 6년으로 설정되어 있다.

 

과거에는 노트북이 교무실이나 특별실에 몇 대만 설치돼 행사나 프레젠테이션에 가끔 사용하는 정도였기에, 이 정도 기간도 큰 무리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교실마다 데스크톱을 치우고, 노트북을 고정 설치하는 추세다.

 

이런 변화된 환경에서 6년이라는 기준은, 이제 학교 현장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

 

데스크톱은 하드디스크나 메모리 같은 부품을 비교적 쉽게 교체할 수 있어, 5년 이상 사용하더라도 유지·보수가 가능하다.

 

하지만 노트북은 다르다. 구조상 부품 교체가 어렵고, 업그레이드 역시 거의 불가능하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CPU 세대는 여러 번 바뀌고, 운영체제(OS)도 계속 업그레이드 되지만, 노트북은 그 변화에 맞춰 손볼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 사실상, 6년은 기기의 수명을 넘어선 사용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

 

과거에는 노트북이 학교에 몇 개 안 됐기 때문에, 오래된 기기는 폐기하고 새로 사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교원 1인 1대 지급이 보편화하면서, 앞으로 3~4년 안에 쓸 수 없는 노트북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태블릿 역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비효율적인 관리 체계


문제는 관리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현재 시스템은 소속 교원이 전입·전출할 때 노트북을 기관에 반납하게 되어 있다. 기기가 소수일 때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전 교원이 필수로 노트북을 사용하는 지금, 이 방식은 너무 번거롭고 비효율적이다.

 

교원이 개인적으로 기기를 관리하도록 전환해야 한다. 분실·수리·책임 관리 모두 개인이 맡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다. 담당자가 대여 현황이나 인사이동을 일일이 관리할 필요도 없어진다.

 

장기적으로는 학교가 기기를 자산으로 보유하는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 리스나 임대 방식을 도입해, 학교가 유지·보수를 부담하지 않고도 최신 기기를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획일적 보급 기준, 이제는 바꿔야 한다.


노트북과 태블릿은 사용자의 선호와 숙련도에 따라 편차가 크다. 어떤 교사는 특정 제조사 제품에 익숙하고, 어떤 교사는 운영체제(OS) 자체에 대한 선호가 다르다.

 

이런 다양성을 무시하고 획일적으로 기기를 보급하는 방식은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다. 기본적으로 디지털 교과서가 원활히 구동될 수 있는 최소 사양만 충족한다면, 그 외 기기 선택은 교사에게 맡길 수 있도록 문을 열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싱가포르처럼, 정해진 기기를 나눠주는 대신 일정 수준의 지원금을 지급해 교사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기기를 직접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임시 처방이 아닌, 근본적 개혁이 필요


우선, 수업용과 실습용 기기에 대해서는 별도의 내용연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처럼 데스크톱보다도 수명이 짧은 노트북과 태블릿에 오히려 더 긴 사용 기간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하는 일이다. 기기의 특성을 반영한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보급 방식도 바꿔야 한다.

 

임대기관이나 전문 관리센터와 교육청이 직접 계약을 맺고, 학생과 교사가 일부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자신에게 맞는 기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용이 끝난 기기는 반납하고, 정기적으로 새 기기로 교체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 방식이야말로 지금 불필요한 소모와 혼란을 줄이는 길이다.

 

마지막으로, 관리 체계에도 손질이 필요하다.

 

이제는 기관이 기기를 소유하고 관리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교사 개인이 직접 기기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넘어가야 한다. 개인이 책임지고 사용하는 구조야말로 잦은 인사이동이나 장비 교체 때마다 발생하는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줄일 수 있다.


기기 관리, 교사.학생 수업 몰입의 출발점


코로나19 이후, 학교는 디지털 교과서와 원격 수업을 통해 새로운 수업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교사가 물품 등록, 관리대장 작성, 출납 관리 등 행정업무에 매몰되어 있다.

 

진정한 디지털 교육은 단지 기기를 갖추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교사가 본연의 역할인 ‘가르침’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기 관리와 행정 절차가 효율적으로 운영되어야 비로소 그 가치가 실현된다.

 

학교 현장이 진정한 의미의 정보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제 단순한 기기 보급을 넘어 관리와 운영 체계 전반의 구조적인 혁신이 절실하다.

 

* 이 글은 실천교사 홈페이지에 게재된 것을 일부 재가공했습니다.

김일도 광양 옥룡초 교사/ 실천교육교사모임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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