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환의 교사일기] 교사들이여, 사명감을 버려보자

  • 등록 2025.08.18 1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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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우리나라 최초 교사 대상 수업 콘서트를 시작한 지가 대략 15년,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구호는 ‘교사들이여 사명감을 버려라’이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는 생각이고 더 절실함을 느낀다.

 

‘사명감을 버려라’라는 말은 교사의 정체성에 역행하는 말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이 시대에 교사로서 사명을 온전히 감당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전략과 전술은 같은 듯 다르다. 전략은 궁극적 목적, 전술은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 방법이다. 그래서 전략은 바뀌지 않지만, 전술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어야 한다.

 

학교 교육의 전략 즉, 궁극적 목적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술은 변화하는 세계와 환경에 따라 발맞춰 변해야 한다.

 

아쉽게도 전술을 가장 늦게까지 변화시키지 못하는 곳이 학교이고 바로 그 중심에 교사가 있다. 학교 교육의 목적이자 교사의 사명은 분명 변하지 않지만,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가장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시대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지금 가르치는 제자들의 인간 본성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이 살아가는 환경과 대응 양식은 30년 전과는 너무도 다르다. 그래서 스승과 제자 사이의 사랑과 존경은 본질적으로 같지만, 예전의 태도와 방식만을 고집하고 접근하면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학교 시설과 교육 지원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지만, 그에 비례해 교사의 만족도가 높아지진 않았다. 오히려 명예퇴직하는 교원 수는 늘고, 교직 만족도는 해마다 떨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교직 35년째를 맞이하는 나로서 느끼는 보람과 행복은 35년 전 제자들의 순수함과 사제 간의 정이 오늘의 제자들에게서 더 크게 발현된다고 느낀다.

 

전통적 교육관인 공부 잘하고 예절 바른 모범생을 키우려는 성실한 수업 준비와 진지한 태도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에 더 필요하고 더 효과적인 방법은 학생 개개인의 삶을 존중하는 맞춤형 교육, 곧 ‘행복한 선생님 교육’이라고 믿는다.

 

우등생과 열등생으로 구별하거나 차별하지 않고 모든 학생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각자의 강점을 발견해 키워줄 때, 최고의 교육적 성과가 나온다는 것을 몇 해째 체감하고 있다.

 

여기에 묵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그것은 현시점 교사에 대한 정체성의 자아상이다. ‘스승으로서 존경받아야 한다’, ‘존경받는 스승이 되겠다’라는 사명감은 금물이다.

 

수업과 가르침에 열심인 교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자들 한 명 한 명 따스한 눈빛으로 존중하고, 응원하고, 칭찬하며 진심 어린 사랑을 주는 행복한 선생님이 현시대에 필요하다.

 

교사들이여, “무엇을 어떻게 잘 가르칠 것인가”라는 사명감의 부담에서 잠시 벗어나 먼저 행복한 선생님이 되어 사랑과 존중으로 제자들을 맞이하고 섬길 때, 그 자리에서 비로소 교직의 사명이 자연스레 발현될 것이다.

 

 

고종환 전남광양제철남초 교사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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