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환의 교사일기] 좋은 수업 ‘why’에서 시작해 ‘how’로 이어진다

  • 등록 2025.08.22 17: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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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수업에는 왕도가 없다. 그러나 35년간 좋은 수업을 찾아 연구하고 실천하며 살아온 대한민국 교사로서 깨달은 소신과 가치가 있다. 바로 ‘Why?’, ‘How?’라는 질문, 그리고 ‘서로 협력하여 답을 찾아가는 과정 전체가 곧 수업’이라는 정의다.

 

국가교육과정이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그에 따라 수업의 기술과 방법도 달라진다. 그러나 수업의 바탕을 이루는 원리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 최근 거대한 폭풍처럼 우리 사회를 흔드는 AI가 교실에 들어온다 해도, 이 원칙은 마찬가지이다.

 

1991년 초임 시절, 전국적으로 ‘열린 교육’이 붐을 일으켰다. 90년대 중반부터는 ‘IT 강국의 꿈’ 아래 인터넷 디지털 수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2000년대에는 하브루타 교육을 중심으로 질문·토론식 수업이 강조되었고, 동시에 학교폭력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며 인성교육이 다시 주목받았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은 안전교육 강화를 불러왔다.

 

이처럼 시대는 늘 새로운 교육 방식을 요구해 왔고, 최근에는 AI 기반 수업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결론은 같다.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변치 않는 핵심은 ‘why?’, ‘How?’라는 질문을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또 존중과 공감으로 나와 다른 사람과 함께 해답을 찾아가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지식과 기능을 갖춘 ‘우등 인재’를 양성하는 데 집중했다. 교실은 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입시 중심 경쟁교육’으로 창의와 협력보다 성적과 서열을 우선시했다. 그러나 AI가 등장한 오늘날, 경쟁은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욱 그럴 것이다.

 

Al가 아무리 발전해도 혹은 AI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새로운 문명의 이기가 등장하더라도 우리 수업에서 변함없이 이루어져야 할 것은 스스로 묻고 답하는 수업, ‘Why?’와 ‘How?’이다.

 

하브루타 토론 방식을 사용하든 메타버스 디지털 수업을 하든 AI 활용 수업을 하든 껍데기만 남는다면 그 수업의 본질적 교육 경험은 일어나지 않는다. 잠시 유행하다 사라지는 물거품처럼 될 뿐이다.

 

35년 교직 생활 동안, 시대마다 등장했던 ‘수업 붐’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교육사례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여전히 ‘가르침의 본질’을 설명하는 오래된 지혜는 살아 있다.

 

그동안 수업을 진행하면서 ‘물고기를 던져 주지 말고 스스로 물고기 잡는 방법을 경험하게 하라’라는 이스라엘 속담을 자주 인용해 왔다.

 

앞으로의 시대를 살아갈 미래세대, 우리 제자들에게 반드시 전해주어야 할 수업은 ‘나라면 어떻게 내 삶에 적용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경험이다. 이것이야말로 35년 교직에서 내가 얻은 결론이며, 변치 않는 교육의 본질이라고 믿는다.

 

 

고종환 전남광양제철남초 교사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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