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경상디지털교육자연합(G-DEAL)이 디지털 전환교육의 활성화를 통한 지역사회 교육경쟁력의 제고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교육자들 간의 연합체로 지난 7월 창립했다. G-DEAL은 어떤 교육적 가치를 추구할까. 또 디지털 전환 교육 시대를 맞아 고민하는 올바른 방향성은 무엇일까. <더에듀>는 미래사회를 슬기롭고 분별력 있게 살아가는 데 디지털이 여러 도구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G-DEAL 회원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
“제 홈페이지 콘셉트는 블루베리에요. 나중에 블루베리 농장을 운영하는 것이 제 꿈이거든요. 여기는 저의 인생 영화 ‘지브리’ 포스터구요. 제가 힘들 때 자주 듣는 노래도 들어있고, 제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힘내시라고 관련된 명언들도 모아두었어요.”
자신의 이야기를 부끄러워하면서도 기쁘게 나누는 학생들의 상기된 얼굴을 보면 너무도 사랑스럽다. 평소 수업 시간에는 알지 못했던 학생들의 개인적인 이야기, 좋아하는 영화나 연예인, 그리고 미래의 꿈까지도 이 시간만큼은 마음껏 털어놓는다. 이 순간은 학생들과 더 깊은 유대감을 쌓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바로, 나의 진로 수업 시간이다.
15년간 고등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며 애니메이션 더빙, 반전 동화 제작, 영어 노래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학생들에게 영어는 중요한 입시 과목이었지만 동시에 지루하고 부담스러운 과목이기도 했다. 교사로서도 영어라는 외국어의 한계로 인해 자유로운 활동을 펼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학생들과 더 자유롭고 재미있는 것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진로 교사가 되었다.
올해 진로 수업의 목표는 학생 개별의 디지털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3년 간의 진로학업설계를 누적 관리할 수 있는 진로 로드맵을 온라인에 구축하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구글 사이트는 최고의 도구가 되었다.
구글 사이트는 10분 정도만 설명해도 학생들이 스스로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사용이 쉽다. 구글 계정만 있으면 무료로 웹사이트를 제작할 수 있고, 자신의 개별 웹 주소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어 학생들에게도 흥미로운 도구가 된다. 구글 도구를 활용한 자료나 유튜브 영상, 구글 맵, 구글 캘린더도 손쉽게 삽입할 수 있어 다양한 자료를 한곳에 모을 수 있고 학습 플래너로 활용하며 스케줄 관리를 하는 학생들도 있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는 온라인 교무실로 많은 교사들에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도구이기도 하다.
처음 출발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모든 학생이 1인 1웹사이트를 만들게 하겠다는 기대에 부풀어 3월 첫 수업을 시작했지만, 시작과 동시에 대혼란이 시작되었다.
와이파이 접속 문제, 로그인 문제, 부모 동의서, 비밀번호 분실, 기기 방전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참을성 없는 아이들은 연신 선생님을 불러댔다.
나 역시 애플과 안드로이드 기기의 차이를 미처 고려하지 못했고, 태블릿에서는 데스크톱 모드로 전환해야만 편집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인식하지 못했다. 결국 수업 시작 후 40분이 지나서야 겨우 상황이 진전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 취미생활 등 여러 목적으로 나만의 웹사이트를 능숙하게 제작하고 있다. 학생들은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의존하지 않고 진로 정보를 스스로 찾아내고, 관심 있는 대학과 학과의 정보를 자신의 웹사이트에 정리해가며 지식 정보 처리 능력을 자연스럽게 키우고 있다. 개성 있는 웹사이트 디자인은 창의성과 심미적 감수성을 키우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또한, 탐구 보고서 양식을 구글 독스 사본으로 제공해주면, 학생들은 관심 분야를 조사하고 분석한 내용을 보고서에 작성하여 웹사이트에 다시 삽입하면서 체계적으로 진로를 확장하고 구체화한다.
이전에는 “선생님, 서울대학교에는 법학과가 없더라고요”라고 하던 학생들이 이제는 “로스쿨에 가려면 리트(LEET) 점수가 필요하다는 거 아세요?”라며 적극적으로 정보를 나눈다.
내가 모르는 척 “정말? 그건 몰랐네!”라고 말하면, 학생들은 스스로 찾아낸 정보에 뿌듯해하고, 자신만의 웹사이트가 점차 완성되는 것을 보며 자아 효능감을 느낀다.
학생들은 스스로 홈페이지의 메뉴를 홈, 진로, 진학, 취미, 자기 이해 등으로 카테고리를 나누어 관리한다. 진로 검사 결과와 MBTI, 에니어그램 같은 자료를 정리하고, ‘마이크로바이옴’이나 ‘GABA에 의한 억제성 시냅스의 흥분 조절 메커니즘’ 같은 최신 연구를 담은 탐구 보고서도 꾸준히 업로드한다.
또한, 우울할 때 듣는 음악이나 힘이 나는 명언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리하며 스스로 위로하고 동기부여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이렇게 자기 관리 역량을 기르고 있는 것이다.
교사의 웹사이트는 학생들의 웹사이트를 통합하는 포털 사이트 역할을 한다. 학생들의 웹사이트 홈에는 ‘선생님 웹사이트’ 버튼이 필수로 존재한다. 버튼을 클릭하면 학생들은 교사의 웹사이트에 접속하여 오늘의 활동 목표나 공지사항, 필요한 자료를 확인하고, 친구들의 웹사이트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학생들은 언제든 누군가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홈페이지 대문 이미지를 깔끔하게 꾸미고, 작은 이벤트도 준비한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교사로서의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 발표를 좋아하는 학생들은 교실 앞에서 신나게 말하고, 수줍음 많은 학생들은 내 옆에 앉아 조용히 속삭인다.
“저는 체스를 정말 좋아해요. 후배들을 위해 비법을 정리해 두었고, 내년에 체스 동아리를 만들어 이 홈페이지를 물려줄 거예요.”
“저는 아직 꿈이 없어요. 하지만 NGO나 국경 없는 의사회에서 일하고 싶어요. 부모님은 의사가 되길 바라시지만, 저는 잘 모르겠어요.”
경남의 구글 교육자 그룹(Google Educator Group, GEG)인 ‘경남 GEG’는 구글을 활용하여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 경험을 제공하고 교육적 혁신과 업무 경감을 위해 연구하고자 모인 교사들의 커뮤니티이다. 구글이 제공하는 다양한 교육 도구와 플랫폼을 통해 경남 GEG는 서로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나누며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학생들의 학습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주도적으로 모임을 조직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큰 활동 중의 하나는 구글 인증자 교육 프로그램인 구글 부트 캠프이며, 캠프를 통해 구글 교육 전문가를 양성하고 이를 위해 때로는 일대일 교사 코칭을 진행한다. 또한 구글 도구를 활용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수업 방법을 연구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나라의 교육자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구글 자체의 기회도 누릴 수 있다. 이렇게 경남의 교육 혁신에 열정을 가진 경남 GEG 소속 교사 공동체는 서로의 성장을 도모하며 교육 혁신을 함께 이뤄가는 중요한 커뮤니티로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