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경상디지털교육자연합(G-DEAL)이 디지털 전환교육의 활성화를 통한 지역사회 교육경쟁력의 제고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교육자들 간의 연합체로 지난 7월 창립했다. G-DEAL은 어떤 교육적 가치를 추구할까. 또 디지털 전환 교육 시대를 맞아 고민하는 올바른 방향성은 무엇일까. <더에듀>는 미래사회를 슬기롭고 분별력 있게 살아가는 데 디지털이 여러 도구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G-DEAL 회원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수업한다고? 그것도 국어 시간에?’
‘안 그래도 하루 종일 SNS나 들여다보는 이 아이들이랑 무얼 한다고?’
얼마 전까지의 나의 모습이다. 수업 시간에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는 것은 PPT 슬라이드를 보여주거나 영상을 틀어주는 것으로 충분했다. 구글 교육자 모임(GEG)의 캡틴으로, 경상 디지털 교육자 모임(G-DEAL)의 일원이었음에도 불안과 의심이 많은 나는 선뜻 디지털 도구를 수업에 적용할 용기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회의적인 태도로 디지털 도구를 수업에 적용하는 것에 비판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교육자 모임 소속이라는 나름의 부담감만 가득한 채, 디지털 세상 속으로 더 들어가지도 물러나지도 못한 상태로 늘 제자리걸음인 것만 같았다. 디지털 도구 활용 수업과 업무 관련 연수에 열심히 참석했지만, 연수를 듣는 내내 ‘이게 과연 내 수업에도 통할까?’라는 생각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으며, 디지털 도구의 효용성을 믿지 못해 실행에 옮기지 못하였다.
초임 교사 시절에 일과 업무를 맡아 9개 학급의 시간표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짰다. 전임자로부터 아무런 인수인계를 받지 못한 채, 마치 주판을 놓듯 수기로 시간표를 작성하고 몇 번이고 고치고 또 고쳤다. 나름 할 만했다. 디지털 도구를 이용하지 않아도 9개 학급 정도 시간표는 어느 정도 해볼 만했다.
교육과정부장으로 고교학점제를 담당하며 3개년 교육과정을 작성할 때는 상황이 달라졌다.
교육과정 편제표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기초적인 엑셀 수식을 통해 어느 정도 작업이 가능했지만, 학생들의 선택 과목 수요 조사를 분석할 때는 원시적인 가내수공업 방식으로는 불가능했다. 지금이야 수강신청 혹은 시간표 작성 프로그램이 나이스와 연계되어 학생들의 과목 선택 수요 조사부터 통계 작업이 용이한 상황이지만, 처음 업무를 맡았을 당시만 해도 학생들에게 종이 가정통신문을 나눠준 후 결과지를 받아 일일이 바를 정(正)자를 써가며 학생들이 선택한 과목을 하나하나 세어야만 했다.
‘이게 최선인가?’라는 자조적 물음이 들다가도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으니 아무 생각 없이 펜을 들어 허리를 숙여 꾸역꾸역 작대기를 그어가며 숫자 세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구글 설문지와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활용하시는 지인 선생님의 조언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최신식 에어 드레서를 옆에 두고도 수동으로 옷을 손질하는 원시인의 모습으로 살고 있었으리라.
구글 설문과 스프레드시트는 나의 구세주였다. 설문 문항 작성의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스프레드시트 결과지를 보며 이렇게 간단히 통계를 낼 수 있다는 사실에 그동안의 고생이 주마등같이 스쳐 지나갔다. 퇴근 시간이 빨라졌다. 발걸음도 가벼워졌다.
이렇게 업무에서 구글 도구를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수업에도 자연스럽게 도입할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한문 수업 시간에도 구글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아이들의 학습 참여도가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을 매일 목격하고 있다. 한자 음과 뜻을 가르치는 단순한 암기 수업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정보를 검색하고 조사하며 토론까지 이어지는 역동적인 수업으로 변모한 것이다.
요즘 아이들의 문해력을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심심한 사과는 맛없는 사과’, ‘우천시는 어디에요?’ 등은 넌센스 퀴즈가 아니라 실제 교육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우리말 뜻을 몰라 수업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던 중, 우리 학생들의 문해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졌다. 그렇게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신문 기사를 읽고 해당 기사에 쓰인 한자어의 의미를 찾아보는 수업이 시작되었다. 찾아낸 한자어의 의미는 구글 문서로 정리하여 공유하고 친구들과 서로 댓글을 주고 받는 방식 협업활동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사본 만들기를 못해, 배부된 공통 양식에 자신의 과제를 작성해 원본 파일이 훼손되거나 자신의 과제가 전체 공개되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들은 것은 잊어버리고, 본 것은 기억하고, 직접 해본 것은 이해한다’(공자)고 하였던가.
지루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아이들의 표정이 ‘선생님, 갑자기 왜 이러세요?’ 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뀌더니 이내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한자의 유래를 설명하며 학생들은 앞다투어 자신이 알고 있는 답을 내놓는다.
구글 설문으로 만든 한자 퀴즈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한 학생은 “선생님, 저 퀴즈왕이에요!”라며 환하게 웃고, 구글 지도를 활용해 사자성어의 유래를 탐구하던 학생은 “이거 실제로 중국에 있대요!”라며 자신이 찾아낸 정보를 자랑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제미나이를 활용해 노래 가사를 제작하고 이미지를 차용해 포스터를 만들기도 한다.
물론 디지털 도구가 모든 수업의 정답은 아닐 것이다. 다만 내가 간과했던 것은 너무 아날로그스러운, 책을 읽고 밑줄 긋고 칠판에 무언가를 적고 아이들의 머릿속에 억지 주입하는 행위가 현재 미디어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맞는 수업 방식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변화를 싫어하는 나의 성격상 이러한 수업 방식을 준비하고, 계획하고, 실현할 때에 생길 여러 변수들에 대한 걱정으로 학생보다는 교사 중심의 수업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는 것이다.
조금의 난관만 극복하면 그 이상의 보람과 가치가 따르는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 디지털 수업을 실행한 현재의 내가 내린 나름의 결론이다.
구글 드라이브에 파일 하나 올리는 것조차 서툴렀지만, 하나씩 하나씩 시작하여 구글 트레이너가 되기까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수업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다. 처음엔 휘청거리고 넘어질까 겁이 나지만, 페달을 밟기 시작하면 곧 속도가 붙는다. 그리고 그 속도는 한 번 붙으면 계속 가속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선생님, 이거 구글 사이트에 올릴까요? 선생님께 링크를 공유할까요?”라며 먼저 손을 내민다.
그래서 말인데, 지극히 아날로그스러운 나도 해냈다! 그러니 이 글을 끝까지 읽은 우리 모두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국어든 한문이든 어떤 과목이라도 상관없다. 디지털 도구는 단순히 '최신 기술'이 아니라, 우리 수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창이다.
마지막으로 꼭 기억해 두자.
“구글? 해보니까 별거 아니네.”
이 한 마디가 우리의 수업을 새롭게 열어줄지도 모른다.
경남의 구글 교육자 그룹(Google Educator Group, GEG)인 ‘경남 GEG’는 구글을 활용하여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 경험을 제공하고 교육적 혁신과 업무 경감을 위해 연구하고자 모인 교사들의 커뮤니티이다. 구글이 제공하는 다양한 교육 도구와 플랫폼을 통해 경남 GEG는 서로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나누며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학생들의 학습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주도적으로 모임을 조직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큰 활동 중의 하나는 구글 인증자 교육 프로그램인 구글 부트 캠프이며, 캠프를 통해 구글 교육 전문가를 양성하고 이를 위해 때로는 일대일 교사 코칭을 진행한다. 또한 구글 도구를 활용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수업 방법을 연구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나라의 교육자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구글 자체의 기회도 누릴 수 있다. 이렇게 경남의 교육 혁신에 열정을 가진 경남 GEG 소속 교사 공동체는 서로의 성장을 도모하며 교육 혁신을 함께 이뤄가는 중요한 커뮤니티로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