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 (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오늘은 서대원 선생님 대체예요.” “‘학교에서 사회로’ 과정이네요?” “맞아요. 수업 계획은 아직 없지만, 합반 수업도 많고... 그냥 ‘학교에서 사회로’ 과정 선생님들 수업 계획 시간 맡아주는 거예요. 특수 교육 보조 선생님들이 일과를 아니까 별로 할 거 없이 편할 거예요.” “네, 아마 그렇겠죠?” “‘학교에서 사회로’ 교실 위치는 아시죠?” “그럼요, 감사합니다.” 지난주 목요일 보결을 하러 갔을 때였다. 한동안 보결 연락을 받지 못하다 이미 첫 수업이 시작했을 때 뒤늦은 연락을 받고 갔더니 그동안 기피해 왔던 ‘학교에서 사회로(School to Community)’ 과정 보결 수업이 기다리고 있었다. 행정실장님은 ‘편한 하루’라고 했는데 기피했다니 의아할 수도 있지만, 별로 할 게 없다는 상황이 꼭 좋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편하게 있다가 일당 받고 가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 (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휴대전화 사용 규칙 알고 있을 텐데.” “어, 쌤, 저 챗지피티한테 뭐 물어보고 있었어요.” “집어 넣어.” “아니, 얘가 빨리 답을 안 하네.” 요새 상지고 9~10학년 수업에서 종종 발생하는 상황이다.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쓰다 걸리면 생성형 AI 챗봇에 수업 관련 질문을 하고 있었다는 핑계를 댄다. 물론 그래도 된다는 규칙은 없다. 아무리 보결 교사가 오면 공부 하지 않을 생각을 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해도, AI 챗봇 사용이 수업 중 아무 때나 휴대전화를 꺼내도 되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휴대전화 규칙이 느슨한 것은 아니지만... 보결 교사용 자료 제일 첫 장에 명확하게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은 교사가 교육적 필요에 의해 허락한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돼 있다. 심지어 ‘휴대전화 사용 중단 지시와 한 차례 경고에 불응하면 압수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대전화
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 (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쌤, 오 쌤이 3교시에 ‘몬스터 격돌’ 때 누가 교실에 남을지 쌤하고 정하라던데요?’ “아, 오늘 성실 쌤 대신 오셨구나. 반가워요. 전 OOO이예요.” “네, 정은수라고 합니다.” “일단 애들이 각자 표를 사는 거라 그 반에 몇 명이나 남을지 보자고요. 우리 반엔 몇 명 있을 거 같긴 해요.” “어, 그러면 많이 남는 쪽 교실로 합치나요?” “뭐, 그래도 되고. 어차피, 3교시 끝날 무렵이니까 상황 봐서 선생님께서 자유롭게 정하셔도 돼요.” 핼러윈이라는 생각 없이 출근했는데, 막상 오성실 선생님의 수업 계획을 받아보니 오후 수업에는 ‘몬스터 격돌’이라는 행사가 있고 거기에 맞춰 수업을 운영하도록 계획이 돼 있었다. 이곳에서 벌써 4년째 학교에 나오고 있고,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는 오히려 당일 학교 일과 시간에는 핼러윈 의상을 입고 오는 걸 지양하고 있어 당연히 고교는 더더군
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아, 신경 쓰지 말아요. 내 사우나 통 보러 왔어요.” “네?” “이 친구가 지금 내 퇴임 선물로 통나무 사우나를 만들어주고 있거든.” “그래, 별문제는 없이 잘 되고 있나? 혹시 재료 더 필요하면 얘기하고.” “네, 6월쯤에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맞춤형 목공’ 수업을 들어간 날에 느닷없는 교장선생님의 방문에 당황했다. 안전 사고의 위험이 있는 전동 도구를 쓰는 수업인 만큼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다행히 알고 보니 무슨 문제가 있어서 찾아온 것이 아니었고, 퇴임을 앞두고 완성될 자기 사우나 통이 잘 만들어지고 있는지 보러 온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학생이 교장의 개인 물건을 만들고 있다고 하면 국가공무원의 청렴에 문제가 되는 큰일날 일이지만, 여기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학기 말이나 교사의 생일에 너무 과하지 않은 선물을
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저, 실장님, 죄송한데 내일은 제가 올 수가 없을 거 같아요.” “괜찮아요, 지금도 충분히 도움이 되고 있어요.” 아무래도 긴급 보결 교사는 보결 요청에 바로바로 잘 반응해 줘야 더 자주 연락 받을 수 있는 것은 서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학교에서도 빠르게 안정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니까. 그래서 다른 일이 있을 때는 미리 통보하기도 한다. 다른 일이라는 게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부분 미리 알 수 있는 사안은 세 아이의 아빠로서 아이들의 학교 행사나 병원 예약 등과 같은 일들이다. 대체 인력으로 근무하기 때문에 전업으로 일하는 아내보다 유연하게 쉴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 예약 때문에 학교를 빠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 학교 행사나 병원 예약 때문에 일을 쉰다면 납득하기 힘든 이유일 수 있지만, 그건 이곳의 환경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중병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저는 갈원중 교감인 채귀연입니다. 오늘 면접은 다섯 가지 질문에 한 명씩 차례를 돌아가며 모두 각 3분씩 답을 할 겁니다. 한 질문에 답을 다 하고 나면 약간의 토의 시간을 제공할 거에요.” “저는 박미선입니다. 구릉초 교장이랑 교육국장을 하고 지금은 퇴직했어요. 그러면 일단 아이스브레이킹을 할 겸, 교실 현장을 표현한 한 단어를 골라서 포스트잇에 쓰시고, 돌아가면서 고른 단어와 이유를 나눠봅시다.” “저는 ‘안전’을 골랐습니다.” 이번 주중에 있었던 회암교육청 면접의 시작 장면이다. 이번 주는 아직 환절기 전이고 학기 초라 아직 일하러 오라는 연락을 한 번도 받지 못했지만, 주초에는 받았어도 가지 못했을 것이다. 정규 보결 교사 채용 면접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서 보결 수업 이야기 대신 채용과 면접 과정에 대한 일기를 써볼까 한다. 보통 정규 보결 교사 공채는 봄에 많이 이뤄지는데,
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꺄아!” 짝짝짝! 앞 반과 뒤 반 아이들이 오가는 비는 시간 5분 동안 농구 골대에서 혼자 슛을 하고 있는데, 골이 들어가자 갑자기 박수와 환호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위쪽을 돌아보니 체육관 2층 헬스장에서 고등학생 무리가 손을 흔들었다. 작년에 중학교에서 가르쳤던 8학년 학생들이 이제 9학년 고등학생이 돼서 수업받던 중 나를 알아본 것이었다. 새 학기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 나도 반가워 손을 흔들어줬지만, 민망해서 더 이상 농구를 계속하지는 못하고 얼른 수업 준비로 바쁜 척을 했다. 지난 학년도 첫 보결 수업의 풍경이었다. 어린아이들이 집에 있으니 젊은 보결 교사들이 하는 여름방학 문해 캠프 강사 일도 못 해 소득이 줄어드는 춘궁기, 아니 하궁기인 기나긴 여름방학이 지난 날이기도 했다. 갑작스레 상을 당하신 체육 전담 교사의 체육 수업을 할 보결 교사가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 (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어, 잠깐! 다시 돌아가. 아직 신호를 안 줬잖아.” “하지만 선생님, 언제 뛰어요.” “모두 준비되면 신호 줄 거야.” “빨리 좀 해줘요. 저 ADHD라서 지금 뛰고 싶은 걸 참고 기다릴 수가 없어요. 그냥 뛰게 해 주면 안 돼요?” 옥토중에서 어느 날 체육 수업 중에 있었던 상황이다. ADHD가 있는 지혜가 계속 출발 신호 전에 뛰어나가려고 해서 제지했더니, 에너지를 주체할 수가 없다며 게임을 안 하더라도 그냥 뛰게 해달라고 했다. 결국 뛰게 해줬더니 정말 전력질주로 체육관 양끝을 오갔다. 온타리오주는 통합교육을 지향하고 있어 대부분 학급에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몇 명은 있다. 문제는 보결 교사는 학생이 말하기 전에는 장애 여부를 알고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행히 학년이 높으면 지혜처럼 자기 옹호(self-advocacy)가 가능해서 필요할 때는 말하는 학생도 있지만, 중학
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 (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쌤, 기계가 기름이 없어서 안 켜지는 거 같은데 기름 좀 넣어도 돼요?” “안 돼. 왜냐면 난...” “아, 쌤은 정규가 아니라서 못하시는구나.” “아니, 난 미술 선생이라 기계 안전을 못 봐주니까 안 돼. 그냥 켜지 말고, 살펴만 봐.” 지난 학기 봄에 학교 전체 인터넷이 다운됐는데 운송 기계 수업의 계획이 자동차 부속에 관한 온라인 모듈 학습이었던 적이 있다. 할 수 없이 자습을 시키고 있는데 갑자기 실습실 뒤쪽에서 기계음이 났다. 가보니 남자애 넷이서 잔디깎이 시동을 걸고 있는 것이었다. 다가가서 “얘들아, 오늘 인터넷이 안 되는 바람에 계획돼 있던 온라인 모듈을 못 하게 돼서 자습을 시켰지만, 안전하게는 있어야지”라고 하니까 심심하던 것들이 기회를 만났다 싶었나 보다. 선생님을 갖고 놀려고 들었다. 선생님을 놀려보려고 애쓰는 아이들 여기 말로는 '로스팅(roasting)'이라
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 (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선생님, 제 대사 좀 봐주시겠어요?” “어디? 다시 문제를 읽어봐. 그냥 아무 대사나 쓰면 되는 게 아니고, 둘이 만난 이유와 앞으로 이어질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넣어야지.” “세희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네? 아무 캐릭터든 괜찮아.” “근데 아는 캐릭터가 없어요.” “어릴 때 디즈니 영화는 봤지? 그런 것도 괜찮아.” “어, 쌤, 얘가 제 연필 가져갔어요.” “연필 돌려주고 너는 돌아 앉아서 앞 보고 니 꺼 해.” “그치만 우린 짝으로 같이 하고 있어요.” “한 번 봐봐, 그래서 뭘 같이 쓰고 있는데?” 어느 날 영어 수업 중 서로 다른 작품에 나온 두 캐릭터의 대화를 쓰라는 창의적 글쓰기 활동 중의 모습이다. 이 아이에서 저 아이로 끊임 없이 교실을 돌아다니면서 때로는 행동에 주의를 주고, 때로는 개별적인 조언을 해주기도 해야 했다. 교사에게 수업 시간은 걸어다니는 시간 그런데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