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지성배 기자·김우영 수습기자 |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안타까운 사고 1주년 앞으로 다가왔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이에 맞춰 ‘선생님의 안부를 묻습니다’를 출간했다.
현직교사 6명이 집필에 참여한 이 책에는 ‘교사’로서 또 ‘나’로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겼다. 또 이들은 학교가 교사들에게 살아 남아야 하는 공간이 되어 버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그 속에서 교사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더에듀>는 집필에 참여한 교사들 중 4명과 함께 서이초 사건 1년을 돌아보며 우리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주었으며, 어떤 변화가 진행 중인지 특히 교사들이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좌담에는 (가명)윤미소, 루서, 김미주, 강은우 교사가 참여했으며, 총 2편으로 나눠 전한다. |
▲ 소개 한다면.
윤미소=6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22년 차 초등 교사 윤미소라고 합니다.
루서=4학년 담임을 맡고 있고요. 96년도부터 기간제로 근무한 29년 차 초등 교사 루서라고 합니다.
김미주=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23년 차 초등 교사 김미주라고 합니다.
강은우=6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11년 차 초등 교사 강은우라고 합니다.
▲ ‘선생님의 안부를 묻습니다’ 집필 참여 계기는.
윤미소=블로그에 꽤 오랜 시간 교단 일기를 올리면서 마음 한 켠에 작가가 된다거나 책을 내고 싶다는 바람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서울교사노조에서 ‘교사, 작가가 되다’ 제2기를 모집한다는 공지를 보고 용기를 내서 지원했습니다.
루서=글쓰기에 관심이 있어서 서울교사노조가 만든 ‘교사, 작가가 되다’ 1기로 참여해 ‘교사라는 세계’ 책 출간에 참여했어요. 그때를 계기로 관심을 지속하다가 2회 차 책을 낸다고 해서 지원했습니다.
강은우=글쓰기에 관심 있어서 지원했어요. 저는 작년에 휴직했어요. 서이초 사건이 있기 전에 ‘현장에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나도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교사로서의 나를 글을 통해서 정리하고 싶다’ 하는 찰나에 기회가 있어 참여하게 됐어요.
김미주=사람들에게 직업적 어려움을 터놓고 말하지 못했는데, 한 번쯤 글로 표현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출판 과정도 경험해 보고 싶어 용기를 내 지원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었나.
김미주=독자 한 명이라도 소소한 팁을 얻는다면 의미 있겠다는 마음이었어요. 가정, 학교, 직장에서 쌓인 우울감을 떨쳐내고 즐겁게 살아보려는 시도에 대한 제 개인적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강은우=교사가 되고 겪었던 상처를 제 나름대로 돌아보고, 다시 마주하고, 봉합하고, 때론 또 아파하며 걸어온 과정을 담고 싶었습니다. 동료·학생·학부모·관리자와의 만남, 교사들과의 연수, 외부의 연극치료, 상담, 휴직이라는 시간을 통해 나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루서=인생의 절반을 교사이자 엄마로 살아왔어요. 성인이 되어 어떤 일을 하느냐가 한 사람의 정체성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을 자주 했어요. 집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이초 사건이 있었고, 교사 집회에 참석하면서 자녀 세대와 같은 젊은 교사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 요즘 학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후배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윤미소=저의 열정적인 이야기가 용기와 에너지로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며, 교사로서 아이들과 교실 속에서 마음껏 사랑하면서 열심히 살아온 시간을 담아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어요.
루서, 대대적으로 보도되던 때에도 아동학대 신고..."0.01%의 프로민원러는 불변"
김미주, 돈의 가치 중시 사회..."교사를 서비스 제공 단순 도구로 보는 듯"
윤미소, 가려졌던 부분 조금은 알게 된 듯..."정말 심했구나" 하는 공감은 생겨
▲ 곧 서이초 사건 1주년이다. 우리 사회에 무엇을 남겼다고 보나.
루서=서이초 사건이 있고 교사들의 집회가 뉴스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되어도 아동학대로 신고는 줄지 않고 계속되고 있어요.
다툼이 있던 아이가 사과 편지를 썼는데, 선생님이 편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잃어버릴까 봐 사진을 찍어서 아이 어머님께 드렸더니 ‘아동학대다, 정서학대다’라고 하며 신고하는 일도 있었어요.
정말 대부분의 상식적인 분들은 서이초도, 신정초도 와서 글을 남겨주셨어요. 정말 감당하기 힘든 분들은 사실상 0.01%에요. 그런데 그분들이 저한테 오면 제게는 100% 고통이 됩니다. 그래도 대중들의 인식이 변화되지 않았나 싶지만, 민원을 당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차이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미주=현재 우리 사회가 돈의 가치를 가장 중시하는 사회로 고착화되면서 교사를 사람이 아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순 도구로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물음을 던졌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예전에 교사를 ‘삼백이’라고 표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돈의 가치로 사람을 판단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예를 들어 콜센터도 그렇고 경비원한테도 그렇고 비인간적으로 막말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좀 들었거든요. 교사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마치 내 자식을 서비스해주는 하나의 부품으로만 교사를 보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윤미소=학교에서 겪는 어려움을 가족에게 아무리 얘기를 해도 잘 몰랐어요. 이제 조금 알게 된 것 같아요. 정말 심하구나, 진짜 힘들었구나, 딸도 “엄마 정말 이렇게 힘들었어?”라고 말하더라고요. 가려져 있던 부분들이 사람들이 조금 알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긍정적으로 바뀐 부분이 있나.
윤미소=저는 학부모와 마찰이 크게 있었던 적은 없어서 예민하게 느끼지 않을 수 있어요. 주관적일 수 있지만 상담이나 민원에 있어서 조금 더 예의 있게 문자를 보내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데 해마다 학부모님이 바뀌기 때문에 큰 변화를 느끼지는 않아요. 개인차도 있을 거고요.
루서=저도 운이 좋아서인지 학부모와 큰 문제는 없었어요. 지금 4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데 인원이 적어 두 반밖에 안 되거든요. 어느 날 3학년 학급과 같이 모여 회의하는 데, 3학년 학급에서 말도 안 되는 민원이 있었어요.
한 학부모가 “수영장 물이 왜 이렇게 더럽냐 더러워서 수영을 못 시키겠다”라고 한 거예요. 심지어 바닥을 가서 문질러보고 이물질이 꼈다고 수영장 상태에 대해 난리 치는 일도 있었어요.
대부분의 학부모는 평소에도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아요. 아주 극소수의 민원인들이 교사들을 힘들게 하거든요. 오히려 학교와 교사를 불의로 여기고 척결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는 분들도 계세요(웃음). 그런 학부모는 변함없이 교사를 피곤하게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작년에 뉴스에서 ‘서이초 사건’을 지속적으로 보도해도 유별난 학부모들의 민원은 그 기간에도 끊임없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큰 변화는 없는 듯해요.
원래 신경 써주던 학부모님들이 더 신경 써줘..."비상식적 민원 학부모는 그대로"
바꾸겠다고 한 것들은 '그대로', 가해 학부모들에 대한 조치도 '그대로'
▲ 큰 변화는 없었다, 그럼 아쉬운 점은 있나.
윤미소=공교육 멈춤의 날이 지나고 얼마 되지 않아 심한 민원을 받았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넘어져 머리를 부딪쳤는데 부모한테 바로 연락을 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아이를 바로 보건실에 보냈고, 집에 가기 전 괜찮은지 한 번 더 확인한 뒤 이상 증세가 있으면 병원에 바로 가도록 이야기하고 보냈는데, 학부모님이 직장에서 아이 전화만 받고 흥분해서 저한테 따지려고 전화하셨어요. 아이가 다쳤는데도 제가 마치 그냥 방치하고 무책임하게 대응한 것처럼 따지는 전화를 받고 허탈하고 억울한 마음도 들었어요.
아직도 그때 생각을 하면 불쑥불쑥 화가 올라오고 울컥하는 심정입니다. 교권 보호나 존중도 학부모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상황에서만 성립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내 아이가 조금이라도 피해를 보거나 다치거나 하면 다시 제자리로 오기 마련이에요.
루서=작년에 서이초 집회 때 그런 이야기가 나왔어요. 학급에 학생 생활 규정을 무시하는 아이가 있을 때 분리해서 지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고 했어요. 그런데 얘기만 있고 제대로 진행된 게 없어요.
그래서 만약 아이가 난동을 부려도 데려갈 만한 곳이 교감실인데, 이마저도 교감 선생님이 회의로 자리를 비울 때, 안 계실 때 가는 수밖에 없어요. 실질적으로 진짜 힘든 일이 있을 때 조처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돼요. 이렇게 필요한 부분들이 공론화는 되었지만, 실질적인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김미주=서이초 사건뿐만 아니라 비슷한 이유로 돌아가신 선생님들이 많았는데 과연 진상 조사가 만족스럽게 이루어졌느냐, 거의 다 혐의 없음으로 종료됐잖아요. 그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어떤 학부모님은 신상까지 공개됐지만 어떤 학부모님은 베일에 싸여있고요.
▲ 변화를 체감할 수 없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윤미소=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 고통받는 교사들의 이야기가 언론이나 방송을 통해 많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학부모들에게는 교사를 괴롭힌다거나 힘들게 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과 방법이 공개된 셈이 되었습니다.
학부모의 책임이나 처벌은 미비한 채로요. 가정에서 학부모가 해야 할 역할까지 교사들에게 부여 해놓고, 그에 따른 권리나 면책 등은 제대로 주지 않고 있는 제도적 한계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루서=유럽이나 미국은 교사의 학력이 높지 않아도 돼요. 특히 독일의 경우 선생님이 진로를 정해줄 정도로 교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감이 있고요. 미국은 교사가 폭행을 당하는 등 불미스러운 일도 종종 있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교사의 말에 권위가 있어요. 아니면 교사 기준에서 해결이 안 될 때는 학교 자체에서 보호하는 시스템도 많고요.
한국은 교사에 대한 신뢰감이 점점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요. 또 교사 수는 많은데 교사 단체는 정작 힘이 없다는 생각도 들어요.
교사 괴롭히는 방법은 알려지고, 교사에게 넘어온 역할에 대한 권리나 면책은 없고
학부모와 교사 관계?..."기본적 거리 지키는 선에서 아이를 위한 협력적 관계로"
"교육의 첫 단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부터 부모교육 선행돼야"
▲ 그렇다면, 교사와 학부모의 건강한 관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강은우=아이의 성장을 위해 함께 도와야 하는 협력적인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학부모가 교사에게 1년 동안 아이를 믿고 맡겼을 때 아이가 변화하는 것을 자주 봤기 때문이에요.
윤미소=교사들 사이에서 하는 말이 있어요. ‘학부모하고 너무 가까워도 안 되고 너무 멀어도 안 된다’는 거에요. 기본적인 믿음을 가지고 적당한 거리를 지키되 협력하는 관계로 유지되면 좋을 것 같아요.
루서=교육의 첫 단추가 초등 같지만 영·유아 교육이거든요. 교사를 하대하는 문화가 이미 영·유아에서부터 형성되고 있어요.
중고등학교만 해도 내신 등 성적에 관련이 있어 엄마들도 조심하지만, 초등은 그런 부분에서 자유로우니 교육에 대한 확고한 인식 변화가 있으려면 유아 교육부터 부모 교육이 함께 가야 합니다.
저도 1, 2학년 담임을 할 때 정말 힘들거든요. '어린이집에서는 아이 머리를 묶어서 보내는데 왜 선생님은 머리를 안 묶어서 보내냐'는 학부모부터 아이 약 먹이는 것, 안약 넣는 것, 옷 입히는 것, 심지어 “우리 애가 기분이 나쁘니까 비위를 맞춰 달라”고까지 요구해요.
이러한 부분들에 대비한 ‘부모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2편>에서는 개정된 교권 보호 5법의 현장 체감, 아동복지법 개정, 학생인권조례와 교권 하락 등에 대한 교사들의 이야기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