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지성배 기자 | “깊은 유감, 제의요구를 건의하겠다.”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DT)의 지위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지정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된 가운데, 이주호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가 정부에 재의요구(거부권) 행사 건의 계획을 밝혔다.
국회는 26일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교육위원회에서는 야당 단독으로,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야당 만의 찬성으로 통과됐으며, 본회의에서는 재석 276인 중 178인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야당 참석자는 기권표를 던진 이준석·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을 제외하고는 전원이 찬성했으며, 여당에서는 신성범·진종오·한지아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다. 반대는 93인이었다.
해당 법안은 정부 이송을 앞두고 있으며, 한덕구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즉시 시행된다. 올 3월 초중고 영어, 수학, 정보 과목에 도입하려던 교육부의 계획에는 차질을 빚게 됐다.
이에 이주호 장관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거부권 행사 건의 계획을 발표했다.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해당 법안은 다시 국회 본회의로 돌아가며,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가결된다.
이 장관은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현장 적용이 임박한 현 시점에서 법적 지위가 변동되면 사회적 혼란이 크게 우려된다”고 거부권 행사 건의 이유를 밝혔다.
특히 “야당과 현장의 의견의 고려해 교과서로 유지하되 내년에는 희망하는 학교에 한해 자율적으로 선정·활용하는 방안도 민주당에 제안드렸다”며 “충분한 논의와 조정 없이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된 것에 다시 한번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DT가 학교 자율성을 바탕으로 희망하는 학교에서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원 연수 및 디지털 인프라 개선, 효과성 분석 등 행·재정 지원 방안을 시도교육청과 함께 마련해 나가겠다”며 “교육격차 해소 방안도 수립해 학교현장을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도록 시도교육청과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교원단체인 대한민국교원조합(대한교조)도 즉각 재검토를 촉구했다.
대한교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이뤄진 결정은 교육을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며 “교과서 지위를 박탈한 것은 교육 현장을 철저히 무시한 폭거”라고 비판했다.
또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AIDT가 필수적이라는 현장의 외침을 외면한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교육 현장에 혼란과 좌절만을 안겨 줄 것”이라고 혹평했다.
이들은 ▲AIDT의 교과서 지위 즉각 복원(법안 처리 철회) ▲정치적 논쟁에서 교육 해방 ▲현장 혼란 막기 위한 대안 마련 ▲교원 연수, 디지털 인프라 확충 등 지원 강화 ▲정책적 일관성 유지를 요구했다.
아래는 이주호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리의 긴급 브리핑 전문.
안녕하십니까.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주호입니다.
우선 오늘 국회에서 AI 디지털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가결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합니다.
그동안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학생 맞춤 교육을 실현하고 교실수업의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을 함께 추진해 왔습니다.
이는 갑작스러운 변화라기보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기술이 다양한 형태로 교육과 접목되어 왔고, 저출생과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여 모든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고 교육 격차를 해소해 나가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쓰는 교과서인 만큼 내용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질 높은 교과서를 개발하도록 하였으며, 내년 3월 현장 적용 시 선생님들이 AI 디지털교과서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실 수 있도록, 교원 연수와 디지털 인프라 개선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그러나, AI 디지털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할 경우 다음과 같은 많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우선 교과서는 「초·중등교육법」 상 무상·의무교육 대상이므로 학생·학부모의 부담이 발생하지 않으나, 교육자료는 무상·의무교육의 대상이 아닙니다. 학생·학부모의 부담이 발생할 수 있고, 시도별·학교별 재정 여건 등에 따라 사용 여부의 차이로 학습 격차 등 교육 격차가 나타날 우려가 큽니다.
둘째, 교육자료는 국가 수준의 검정 절차 및 수정·보완체계 등을 거치지 않으므로, 내용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질 관리를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AI 디지털교과서에는 특수교육대상자를 위한 접근성 조치나 이주배경 학생들을 위한 번역 기능, 우리 아이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조치 등을 검정기준에 따라 요구하여 마련하고 있으나, 교육자료가 될 경우 이러한 조치들이 의무사항이 아니므로,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이번 검정에 통과하지 못한 AI 디지털교과서도 학교에서 사용될 수 있게 되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셋째, 교육자료는 「저작권법」에 따라 교과용 도서에 적용되는 규정을 적용받지 못해 다양한 저작물을 활용하는 것이 제한되므로, 교과서로 개발하는 경우보다 양질의 자료로 개발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한, AI 디지털교과서는 교과서로서 개발·검정되어 2025년 3월 현장 안착을 위해 교원 연수, 디지털 인프라 개선 등 많은 준비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정안 통과로 인해 현장 적용이 임박한 현 시점에서 법적 지위가 변동되면 사회적 혼란이 크게 우려됩니다.
특히, 부칙 제2조에 따라, 이미 검정에 통과한 AI 디지털교과서에도 소급 적용되어 교과서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고 교육자료로 규정하므로, 헌법상 신뢰보호의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습니다.
교육부는 이러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국회 교육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구체적으로 설명드리면서 반대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고,
AI 디지털교과서가 교육 자료로 규정될 경우 학교 현장과 사회적 혼란이 클 수 있기에, 야당 및 현장의 의견을 고려하여 AI 디지털교과서를 교과서로 유지하되, 학교의 준비 및 효과성 검증 등을 위해 2025년 한해에는 희망하는 학교에 한해 자율적으로 선정·활용하는 방안도 민주당에 제안드린 바 있습니다.
이는 교육부 장관으로서 AI 디지털교과서의 법적지위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교육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혼란을 빠르게 해소하기 위해 내린 결단이었고,
효과성 검증 전‘학교의 자율적 활용’이라는 야당의 취지와 ‘안정적 활용을 위한 교과서 지위 유지’라는 여당의 취지를 모두 고려해 요청드린 것입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도 AI 디지털교과서는 교과서로 유지하되, 2025년에 한해 희망하는 학교에서만 활용하고, 1년의 준비기간 동안 효과성 분석, 교원 연수, 인프라 개선, 디지털시민교육 등을 함께 추진할 것을 제안해 주신 바 있고, 내년도 교육과정에서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게 되는 전국 교원양성대학 총장님들도 미래 교원의 역량 개발을 위해 AI 디지털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유지해줄 것을 제안해 주신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논의와 조정없이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유감을 표명하며, AI 디지털교과서는 교과서로 활용될 때, 지역 간, 학교 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학생들에게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만큼,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법률을 집행하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재의요구를 건의할 계획입니다.
2025년은 새로운 교육과정이 적용되고 학교가 변화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기에, AI 디지털교과서가 학교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희망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원 연수 및 디지털 인프라 개선, 효과성 분석 등 행·재정지원 방안을 시도교육청과 함께 마련해 나가겠습니다.
특히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교육격차 해소 방안도 수립하여, 학교현장을 지원해 나갈 계획입니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에 대한 보정 지도, 초3, 중1 대상의 책임교육학년제 운영, 방과후학교 및 이주배경학생 지도, 고교학점제 과목별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 등, 학생의 특성을 고려하여 AI 디지털교과서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도록 시도교육청과 계속 협의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