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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더하기-이두호] "교육의 본질은 성적이 아닌 성장"...태국 치앙마이에서의 깨달음

 

[더에듀] 한국 교육 시스템은 지나친 경쟁과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학생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이것은 오랫동안 제기되어 온 난제이다. 이 문제의 당사자는 교육 당국이나 전문가, 학교가 아닌 아이를 제대로 길러내야 할 일차적 책임이 있는 우리 학부모에게 있어 이를 심각하고 진지하게 바라봐야 한다.

 

공교육의 추락을 당국의 문제로만 떠넘길 수는 없다. 난개발한 입시 정책도 문제지만, 교육 분야의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되는 사교육을 키운 것은 학부모의 욕심과 욕망에서 기인한 바가 크기 때문이다.

 

입시 결과에 치중하는 경향은 전인교육의 필요성을 잃게 만들었고, 실생활에 필요 없는 수학, 말 한마디 못 내뱉는 영어, 존재하지 않는 문학가의 의도를 파악해야 하는 기형적 교육만을 남겼다.

 

교육의 본질은 아이가 자신의 개성과 정체성을 발견하고 자율적으로 사회에 참여해 기능하는 독립적 성인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끝에 사회로 나오는 요즘 청년들의 일부는 조직이나 공동체에 잘 적응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랫동안 사회가 상식으로 여겨왔던 활동이나 문화, 개념 등을 일일이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는 미숙아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의 세태를 보면 과연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얼마 전 한 교육 세미나에서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입학처장을 역임한 조지은 교수의 “공부 잘하는 아이라는 말은 한국에만 있다”는 주장을 듣고 무릎을 쳤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부 잘하는 아이는 높은 석차를 받은 학생을 의미한다. 그런 평가를 얻기 위해서는 전과목 평균 점수가 높은 만능 재주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육아상담전문가로 잘 알려진 오영은 박사는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 나와서 “‘공부를 잘한다’는 본래 의미는 성적이 아니라 ‘학습하는 과정을 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의 입시 교육은 창의성과 잠재력을 키우는 것과는 매우 동떨어져 있다. 모든 학생이 모든 과목의 시험 유형을 잘 풀도록 만드는 획일화된 시스템이다. 1점, 2점 차이로 대학이 결정되는 기계적 평가와 줄 세우기 식의 서열화 경쟁에서 아이들이 적성과 흥미를 찾고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 시스템에서는 특정 분야에 특출난 재능이 있는 영재라도 다른 과목 점수를 높게 받지 않으면 인정받을 수 없고, 진학의 기회마저 놓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 IB 커리큘럼 도입이나 내신 등급 개편 등의 제도적 변화가 제안되고 있지만, 사회적 합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태국 치앙마이, 여유로운 호흡으로 아이들의 적성과 흥미를 찾아주다


이런 인식을 갖고 있던 나와 아내는 3년 전 육아휴직을 내고 지금의 틀에서 벗어나는 실험을 감행하기로 결단했다. 목적지는 치앙마이였다.

 

태국 제2의 도시로 불리지만, 복잡함이나 치열함과는 거리가 먼 느긋한 분위기의 작은 도시다.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이곳이 살기 좋다며 이주 생활을 하고 있다. 한 자료에 따르면 치앙마이시 주민의 20%가 외국인 거주자라고 한다. 그런 수요에 부응하듯 이곳에는 10개가 넘는 국제학교가 있다. 국제 교육의 도시라 할 만하다.

 

이주 초기에는 아이들이 친구가 없어서 많이 어려워했지만, 지금은 교우 관계도 좋고 학교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아이들이 한국에서보다 여유로운 호흡으로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찾으며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시험 성적만이 아닌 학교 생활 전반에 대한 과정과 노력을 중시하는 평가 방식은 아이들이 학교 커리큘럼을 충실히 따라가도록 이끈다.

 

시험의 비중이 일반적인 한국 교육에 비해 낮은 반면, 수업 태도와 참여도, 협업과 아이디어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국제 문제, 예술과 자연 활동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기르는 것도 아이들의 창의성과 문제 의식, 사고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또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통해 다양한 삶의 가치와 문화를 배우고, 정체성과 개성을 찾아가는 과정은 특히 인정할 만한 부분이다. 학교에선 학기 중 다양한 대회와 문화 축제를 통해 서로의 개성을 표현할 기회를 주고 다양한 분야에서의 재능을 인정해 준다.

 

이곳에서도 분명 경쟁은 존재하겠지만, 최고의 자리를 차지해야만 행복할 수 있는 한국의 경쟁 문화와는 분명 달라 보인다.

 

이 같은 교육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확언할 수 없다. 다만, 아이들이 학원 숙제나 경쟁에 시달리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접하고 즐거워하며 자라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교육의 본질은 아이들이 자신의 개성과 적성을 발휘하며 사회의 구성원으로 기능하고, 자기 자리에서 행복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SKY, 인서울, 1등급 성적으로만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지배적인 교육 환경에서는 대부분이 실패와 좌절을 얻게 될 것이다.

 

한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아이들의 개성과 창의성이 존중받고, 과정과 노력의 가치를 일깨워 주는 교육으로의 대전환이 절실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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