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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리터러시] ④우해인 수석교사 : 미래형 수업, 진짜 '연계와 통합'이 되려면

[더에듀] 교육정책은 정치권에서 교육부, 교육청을 거쳐 학교 현장으로 내려오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때문에 과거에는 대통령이나 교육부장관이 모든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결정하는 주체로 여겨지면서 현장과의 괴리라는 문제가 나타났다. 결국 정책 수립 과정에 교사들의 참여 필요성이 대두했고, 교사들도 대학원 등을 진학해 정책적인 면모를 갖춰 나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현장은 흔들리는 교육정책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에듀>는 교육정책을 공부하고 논의하고 제안하는 역할을 하는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회원들이 제안하는 교육정책을 살펴보면서 교사가 교육정책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

 

 

필자는 올해 초등학교 6학년 도덕 교과를 가르치고 있다. 2단원 제목이 ‘작은 손길이 모여 따뜻해지는 세상’으로, 봉사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고 실천 의지를 기르는 것이 목표였다. 수업을 준비하며 품었던 질문은 ‘봉사의 중요성에 진심으로 동의하게 하려면?’, ‘교과서로 미담 사례를 접한다고 봉사 실천까지 이어질까?’였다.

 

그저 아는 것과 진짜 동의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또한 안다고 모두 실천까지 하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학생들을 교실에 모아놓고 4차시 수업을 통해 봉사의 가치를 이해하고 실천 의지를 품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이다. 아마도 해당 단원뿐만 아니라 생활지도, 창의적 체험활동, 관련 교과, 학급 운영 등과 연계해 꾸준히 통합적으로 지도해야 ‘진짜 동의’와 ‘실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 교사가 한 학급의 대부분 교과를 모두 지도하는 초등학교의 학급 담임제는 학생 파악과 통합 지도에 강점이 있다.

 

한편, 학급에 대한 1인 교사의 통합적 지도는 각 세부 분야의 깊은 전문적 지식을 갖춘 전문가의 지도에 비해 아마추어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교과 내용학이나 교육학은 교수가, 생활지도는 정신과 전문의나 심리상담사가, 학교폭력 영역은 변호사가 전문가로 대우받는다. 오늘날 각각의 세분화된 전문적 지식은 빠르게 증식하고 있으며, 교사들은 이를 좇아 배우기도 바쁘다.

 

하지만 낱낱의 전문적 지식들을 학급과 학생의 구체적 상황에 맞추어 선택하고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지도하는 것은 오롯이 교사의 몫이다.

 

학교의 상황은 나날이 복잡해지고 있으며,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는 다양해지고 있다. 각각의 교사들이 홀로 전문성을 두루 갖추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교육개혁학자인 하그리브스(Hargreaves)는 교사 개개인의 능력보다는 교사들 간의 협력과 소통을 통해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협업적 전문성이 주목하였다.

 

협업적 전문성의 중요성은 이미 여러 학자에 의해 강조된 바 있다.

 

마이클 풀란(Michael Fullan)은 그의 연구에서 학교 개혁의 핵심 요소로서 교사 간 협력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교육의 질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풀란은 교사들이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할 때 교육 혁신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이는 한 명의 교사가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이 협력하여 학생들에게 보다 풍부한 교육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교육과정 학자였던 Bobbitt(1876~1956)은 미래 교육 방향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세상이 새로워지고 있는 것에 맞춰서 교육 또한 변해야 한다. 교육은 사회가 진보하는 데 필요한 지성과 열정을 안정적으로 꾸준히 제공해야 한다. 현재의 공교육은 19세기에 만들었다. 지금의 교육과정은 물려받은 것이지, 현재를 위해 개발한 것은 아니다. 물려받은 것은 당시에는 좋은 것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 사회의 발전을 오히려 저해한다. 부분적인 개선만으로는 불충분하며, 목적과 계획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중략)

지금까지 교육은 주로 지식을 기억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새로운 시대는 지난 시대보다 더 많은 지식을 요구하며, 더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을 요구한다. 교육을 통해서 우리는 언어화된 지식을 습득해 왔다. 이제 교육은 실생활에서 획득할 수 있는 지혜와 같은 형태를 개발해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실생활과 관련해서 생각하고 판단하도록 해 주어야 한다. 아는 사람이 아니라 실제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Franklin Bobbitt)

 

Bobbitt의 약 100년 전 문제의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교육과정은 학생의 실제 삶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역량 중심의 교육을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가 배웠던 방식의 전통적인 지식 중심의 분과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또한 ‘앎’에서 멈추는 교육이 아닌 ‘함’과 ‘됨’까지, 학교의 시간과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학생의 삶에서 이루어나가도록 학교 교육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Bobbitt의 주장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실질적이고 통합적인 교육 경험을 제공해야 함을 시사한다. 따라서 봉사 단원 수업을 한다면 봉사의 중요성과 실천 계획을 세우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교사와 여러 교과를 연계하여 실제 학교생활 중 봉사를 실천하고, 이를 통해 봉사하는 인간이 되는 것까지를 함께 이루어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은 광복 이후 약 80년간 상급학교 진학률, 교육시설, 국제 학업성취도 등 세계가 놀라워할 속도로 양적으로 성장하였다.

 

이에 반해 여전히 대부분의 초등학교 교사들은 입직부터 퇴직까지 자신의 교실에서 많은 교과와 새로운 차시를 홀로 수업 연구하고, 홀로 수업을 하다가, 홀로 퇴근한다. 칸막이 교실 하나에 교사 한 명씩을 배치하고, 교실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들을 알아서 책임지고 해결하도록 한다. 행정적인 업무 협의를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모여 협력하지만 수업 연구는 그렇지 못하다. 국가교육과정 총론에선 삶과의 연계, 교과 간 연계, 통합적 접근을 주장하지만 각론은 여전히 분과적이다.

 

미래 교육을 위한 슬로건은 통합과 연계를 내세우지만 가르치는 사람도, 가르쳐야 할 내용도 분절적으로 주어지는 셈이다. 교사 단위에서 분절된 것들을 별도의 품을 들여서 연계·통합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것이라도 하기 쉬워야 지속 가능하다. 지속가능한 실천을 위해선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공교육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과 학부모의 기대는 교사 개개인이 더 노력하여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무엇보다도 미래 교육으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학생 교육의 질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교원 배치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교사들이 해내야 할 수업 수준에 걸맞은 합당한 연구 시간 확보와 협업을 위한 교원 배치의 상설적인 토대가 필요하다.

 

이제는 한 명의 교사가 많은 역할을 해야 하는 경제적인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 ‘행정 교사제’, ‘1수업 2교사제’ 등 교사 역할 분업화(다변화)를 새롭게 시도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오늘날 한국 학교가 겪고 있는 교사의 시간 부족 등의 문제는 세계 공교육의 공통된 어려움이기도 하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세계에 기여할 새로운 교육 모델을 내놓을 차례이다.

 

[참고문헌]

 

- Franklin Bobbitt(2017).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정광순 외, 역). 학지사.

- Hargreaves, A. (2000). Four Ages of Professionalism and Professional Learning. Teachers and Teaching: History and Practice, 6, 151-182.

- 마이클 풀란(2017). 학교개혁은 왜 실패하는가. 21세기교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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