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김승호 객원기자 | 중앙정부의 고교 무상교육 재원 부담 관련 특례가 올해를 끝으로 일몰되면서 고등학교 무상교육 재원 마련이 논란이 되고 있다. ‘예산 삭감’이라는 단어를 넘어 이 문제를 정확히 알기 위한 4가지 질문을 통해 학부모, 정부, 국회, 교육청의 상황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
첫째, 학부모들이 年 160만원을 다시 부담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2019년에 개정된 초·중등교육법 제10조의2에 따르면 고등학교의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용 도서 구입비는 무상으로 하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 따라서 학부모들은 이를 부담하지 않는다.
김혜란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4일 논평에서, “지금껏 그래왔듯 학부모님들의 학비 부담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특례조항은 올해까지로 기한이 정해져 있었지만, 초·중등교육법은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정부는 책임이 없다?
앞서 언급한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부담의 책임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있다. 따라서 국가가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실제로 고교무상교육이 시작되기 전인 2017년에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학비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당시에는 국가 1481억원, 교육청 5388억원, 지자체 1019억원을 분담하고 있었다. 직접적인 국가 예산이 투입되었다는 뜻이다.
이후 무상교육이 실시되며 국가와 교육청이 각각 47.5%를 분담하는 것에 합의하여 2024년 12월까지 시행하는 특례법을 만들었다. 알려진 대로 2025년 예산에 52억 6700만원만 편성된다면, 기존 9438억 9800만원은 물론 2017년 수준과 비교해도 대폭 삭감된다.
수치상으로는 국가가 책임을 외면한 것으로 보인다. 천창수 울산시교육감 역시 지난 달 25일 "무상교육 후퇴는 국가의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국가의 책임을 무엇으로 볼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헌법에서 규정하는 의무교육이면서 무상교육이 이루어지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경우, 정부가 지방교육청에 교부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교육비 특별회계로 구성된다. 헌법재판소는 오히려 의무교육비용 지출을 중앙사무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방교육자치의 취지 훼손이 있을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따라서 고등학교 무상교육 역시 어떻게 바라볼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셋째, 국회는 책임을 방기하는 것일까?
김범주 국회입법조사관은 SNS를 통해“세입부수법안으로 지정해서 12월 본회의에 처리하는 게 관례였다”며 “늦어도 12월 본회의에서 처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법(유특회계)의 경우 2019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일몰 위기를 맞았으나 모두 연장되었다. 2019년에는 10월에 본회의를 통과하였으나 2022년에는 12월 24일에서야 3년 연장안이 통과되었다. 12월에 통과되는 일이 흔히 있다는 뜻이다.
고교무상교육 역시, 현재의 분담 비율을 연장하자는 법안들이 발의돼 있는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 3년 연장안, 서영교 의원 5년 연장안, 진선미의원 기한 없이 영구적으로 실시하도록 하는 연장안이 모두 국회에 발의돼 있다.
그러나 유특회계 연장의 경우 여야 모두 연장안을 냈던 것에 비해 고교무상교육은 아직까지 여당의 연장안이 없다는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넷째, 시·도 교육청의 대응은?
충북교육발전소는 지난 2일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에 전가하기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면서도 “교육부의 작태와 언론 보도가 되고서야 시·도교육감협의회 안건으로 논의하는 교육감들의 모습을 보면 한심하기까지 하다”고 시·도교육청의 뒤늦은 대응도 함께 지적했다.
실제로 특례법이 일몰될 경우 그 예산 부담은 교육청이 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무상교육예산이 교육청에 전액 부담될 경우 강원교육청은 약 450억, 경기교육청은 약 6100억으로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예산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강은희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도 지난달 26일 대구에서 열린 제99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올해 말 고교 무상교육 재원과 담배소비세분 지방교육세가 일몰 예정돼 있어 내년 시도교육청의 사정이 굉장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지철 충남교육감 역시 “해당 특례의 적용기한 연장은 필수”라며 “17개 시도교육청이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육감의 입장에서도 주민들에게 공약한 정책사업들을 펼치기 위해서 예산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정부 정책 추진에 교육청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인식도 있다. 고교무상교육을 추진하던 2019년에도 일부 시도교육청은 ‘정부의 고교 무상교육’이므로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정책 비용에 지방부담 부과는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을 냈다.
당시 강원도교육청의 경우 5년 한시 법제화로 인해 2025년 이후의 재정분담 방안이 불명확하며, 이는 중앙정부의 재정책임 회피(또는 약화)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하였다.
재원 부담? 학부모는 없지만, 교육부와 교육청은 미정인 현실
정리하면 고교 무상교육은 이미 법적으로 보장된 사안이라 학부모에게 부담이 돌아가지는 않는다. 국가 및 지자체는 예산 부담의 책임이 있으나 그 부담이 직접적인 예산 책정인지, 교부금을 통한 책정인지는 이견이 있다. 국회도 법률적으로 보완책을 마련하는 과정에 있다. 한편 교육청의 입장에서는 불안정한 교육예산과 겹쳐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로는 누리교육과정, 유특회계에 이어 고교무상교육까지 교육부와 교육청의 예산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교육청 입장에서는 교육부의 정책 추진을 이유로 교육청의 예산 자율권이 훼손된다는 지적을 할 수 있다. 반면 교육부도 대부분 교육예산이 교육청에 이관되는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전국 단위 정책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논란이 교육부와 교육청의 예산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