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지성배 기자 | 교원과 시민들이 인천 특수교사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순직 인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해 11월 인천 학산초등학교에 근무하던 특수교사 故 김동욱 씨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줬다. 그는 5년 미만 초임교사로 평소 과밀학급 학생 지도 부담 등의 어려움을 호소했으며 결국 극단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에 인천교육청은 지난 2월 7개 교원단체 등과 특수교육 개선을 위한 공동합의문을 마련했으며 특수 학급 과밀 해소와 교원 업무 경감 등 총 9대 과제와 33개 세부과제를 선정해 발표하는 등 사건이 원만히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24일 교원단체와 시민단체 등 10개 단체로 구성된 ‘인천 특수교사 사망 진상규명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집회를 열고 진상규명과 순직 인정을 촉구, 사건이 해결되지 않았음을 알게 해준다.
탁정희 인천창영초등학교 특수교사는 “우리 아이들과 교사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도, 이제야 겨우 법을 지키는 것을 ‘여건 개선’이라 자랑하는 모습에 현장은 허탈함을 느꼈다”며 “인천 특수교육의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지적했다.
인천 학산초등학교 동료 교사들의 투쟁발언이 이어졌다. 이들은 “교육청이 골몰하는 사업인 읽고 걷고 쓰는 것이 살고 죽는 것보다 중요하냐”며 “김동욱 선생님은 교육청에 수차례 지원을 요청했지만 묵살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교육감의 '의지'가 의심된다”며 “지금 대체 무엇을 하고 계시냐?고 되물었다.
동소희 인천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은 “선생님들은 과밀학급, 교원 수 부족으로 하루 하루 삶을 갈아내고 있다”며 “선생님이 행복하지 않은 교실에서 아이들의 행복한 성장과 배움이 이루어질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장종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도 “모든 진상규명에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세 가지가 있다. 바로 신속함, 투명함, 공정함”이라며 “교육감은 11월 5일 교육단체면담을 통해 '명확하고 투명한 조사'를 약속했음에도, 지금 인천교육청의 진상규명 과정은 어느 것 하나 지켜지지 않은 채, 6개월이 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철저한 진상규명과 고인의 순직인정을 촉구한다”며 “교사와 학생 모두가 행복한 특수교육현장이 만들어질 때까지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집회에서는 고인의 어머니께서 쓰신 편지글이 공개됐다.
조경미 다모아 대표는 대독을 통해 “학산에서 즐겁게 시작한 학교생활이 더없이 좋으리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힘든 끝이 되어 다시는 볼 수 없는 아들이 되어 돌아올 줄은 몰랐다”며 “힘들다고 할 때 잠시 쉬어가라고, 아프니 병원에 가라고, 차라리 휴직을 하라고 할 걸 하는 생각을 이제야 해본다”고 말해 듣는 이의 눈시울을 적셨다.
또 “너의 힘듦을 알고 바르게 대책이 세워지고 그 대책이 남아있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소망도 전했다.
이들은 인천교육청에 ▲진상조사 과정 투명한 공개와 진상조사 결과보고서를 즉시 제출 ▲진상규명과 순직 인정을 위한 모든 노력 등을 요구했으며 ▲특수교사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특수교육 여건 개선 쟁취 등을 표명했다.
집회에 참가한 한 특수교사는 “돌아가신 선생님의 상황이 내 일처럼 느껴져 마음이 무겁다”며 “보조 인력 관리 역시 특수교사의 몫이 되어버린다. 특수교육 현장에 보조 인력이 아닌 특수교사를 최소한 법정 정원만큼은 뽑아서 배치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집회에 앞서 ‘인천 시민 검은 우산 거리 행진’(16:00~17:20)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