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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실 공백, 학생 안전은?] "누가, 언제, 무엇을 감별해야 하는가"

학교보건법 제15조의 본질: 보건교사의 진정한 역할

더에듀 | 만약 당신의 아이가 학교에서 갑자기 쓰러졌을 때, 생명을 지켜줄 보건실 문이 굳게 닫혀 있다면 어떨까.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학교의 유일한 의료전문가인 보건교사가 교실수업에 나가며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보건실이 비어가고 있다. 법의 왜곡된 해석과 행정 편의주의가 만든 ‘안전 공백’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다. <더에듀>는 <전국보건교사노동조합>의 이야기를 통해 닫힌 보건실 문 뒤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고, 무너진 학교 안전 시스템의 근본 원인을 살펴본다. 더 이상 2023년 대전에서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무엇을 바로잡아야 하는지 해답을 찾아간다. 우리 아이는 오늘, 학교에서 정말 안전할까.

 

 

보건교사는 의사처럼 질병을 진단하는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보건교사의 역할은 학생의 상태를 의료인의 전문적인 시각으로 판단하고, 응급상황의 중증도를 분류하는 데 있습니다.


학교 응급 중증도 분류(Triage), 보건교사의 전문성이 필요


보건교사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은 ‘병원 전 단계’인 학교에서 응급 여부를 판단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입니다.

 

학생이 다쳤거나 아플 때 보건교사는 먼저 학생의 건강 상태를 전문적으로 파악하고 위급도를 분류하는 ‘중증도 분류(Triage)’를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 학생의 안색, 걸음걸이, 동공 반응, 과거 병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험 징후를 감별하고, 즉시 병원으로 이송할지, 안정을 취하게 할지 결정합니다.

 

이러한 판단은 학기 초에 수집한 건강관리조사서를 바탕으로, 학생 개개인의 건강 이력·특이 사항·보건실 상담 및 처치 기록 등을 유기적으로 종합하여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단순히 현재 증상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해야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의료적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응급상황의 최초 발견자는 교실에 있는 학생이나 교직원일 수 있습니다. 이들을 위해 매년 응급처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히 교사는 학생을 보호하고 감독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명백한 응급상황에서는 응급처치를 실시하는 것이 마땅한 의무입니다.

 

그러나 이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선한 사마리아인 법)에 근거하여 위급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선의의 행위’이자, 심폐소생술이나 지혈 등 생명을 구하기 위한 긴급 조치처럼 ‘무엇을 해야 할지’가 명확한 상황에서 행해지는 일차적인 대응입니다.

 

반면, 보건교사의 전문적 의료 행위는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사정하고 중증도를 분류하며, 그에 맞는 최적의 조치를 판단하는 과정 전체를 포함합니다. 이는 ‘무엇을 해야 할지 판단하는 것’ 그 자체에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이런 자리에 공백이 생기는 것은 위험을 감별하고 판단할 전문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학교 안전 시스템의 핵심 기능이 마비되는 것과 같습니다.

 


‘뛰어오면 된다’는 논리의 숨겨진 위험


보건교사의 수업 부담에 대한 논쟁에서 종종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보건교사가 수업 중에 달려오면 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표면적으로는 적절한 해결책처럼 보이지만, 이 논리에는 매우 위험한 허점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누가’, ‘언제’, ‘무엇을’ 감별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교직원은 심정지, 대량 출혈 등 명백하게 위급한 상황에 대해서는 즉시 119에 신고하고, 보건교사를 호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응급상황의 대부분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두통을 호소하는 학생이 단순한 긴장성 두통인지, 아니면 뇌출혈의 전조 증상인지 비의료인이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하는 학생의 복통이 단순 소화불량인지, 급성 맹장염 같은 수술이 필요한 상황인지 일반 교사가 구분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일까요?’

 

이런 상황에서 “보건교사가 달려오면 된다”고 말하는 것은, 결국 비의료인에게 학생의 중증도 분류를 전가하는 것과 같습니다.

 

비의료인이 위험을 감지하지 못해 보건교사에게 연락하지 않으면, 학생은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는 학교 안전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보건교사 직무의 법적 배경


학교보건법 제15조 제2항은 ‘모든 학교에 제9조의2에 따른 보건교육과 학생들의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보건교사를 둔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일부 교육 현장에서 이 조항을 보건교사에게 ‘모든’ 보건교육을 의무화하는 것으로 잘못 해석하고 있지만, 이 조항의 핵심은 ‘제9조의2에 따른’이라는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에 한정된 보건교육을 담당하도록 명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조항으로 비의료인인 교직원들이 명백한 응급상황에서 ‘선의의 행위’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도울 의무가 규정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잘못된 해석으로 인해 보건교사에게 과도한 수업 차시 형태의 업무를 부과하여 보건실을 비우게 하는 것은 법의 취지를 외면하고 학생 안전을 위협하는 시대착오적 행정입니다.

 

보건교사가 보건실에 상주하는 것은 학생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필수조건입니다. 이는 관련 법규에 명확히 근거한 책임이며, 응급상황 발생 시 보건교사의 부재로 인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더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건교사의 본질적인 역할과 법적 책무가 온전히 존중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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