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교육은 삶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삶 그 자체이다.” 100년 전, 미국의 철학자 존 듀이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은 당시에도 혁명이었고, 지금의 한국 교육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여전히 교실 안의 학생들은 문제를 ‘풀고’ 있지만, 현실 문제를 ‘해결’하진 못한다. 여전히 시험을 잘 보는 법은 가르치지만, 삶을 잘 사는 법은 배우지 못한다. 2025년 현재, 우리는 매일 아침 학부모 단톡방의 한숨, 교사의 탈진, 학생의 무기력 속에서 교육의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매 정부마다 수능 체계 개편이 반복되고, 정시·수시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정작 질문해야 할 것은 제도의 형식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이다. 그 질문에 가장 명확히 답할 수 있는 철학자, 바로 존 듀이다. “배움은 살아있는 경험이어야 한다” 듀이는 교육을 ‘정보 전달’이 아니라, 학생이 실제 삶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 나가는 경험의 과정으로 보았다. 그는 아이들이 교실 안에서 책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험하고, 토론하고, 질문하는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력과 시민적 책임감을 길러야 한다고 믿었다. 그의 철학을 한국의 한 교실에 적용한 사례가 있다. 경기도 고양의 한 중학교에서 실시된
더에듀 | 12월 초, 수능 결과가 발표되면서 또다시 익숙한 구호가 등장했다. “초등학교부터 수능 영어 제대로 공부해야”, “영어유치원 보냈다고 안심하면 실패” 등 동아일보(2025.12.8.)가 내놓은 유명 학원들의 홍보 문구들은 단지 현장을 소개하는 취재 언어라기보다, 불안과 조급함을 자극해 두려움 마케팅을 자행하고 있다. 이는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노골적인 압박을 부모에게 주입하는 것이다, 한국 사교육 시장이 오랫동안 반복해 온 전형적인 패턴이다. 올해는 그 악역을 수능 영어가 도맡았다. 하지만 매년 그렇듯이 특정 시험 한 회분의 난이도가 즉각적으로 ‘초등 때부터 수능 ○○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을 정당화할 근거는 설득력이 약하다. 수능은 본래 절대적 지식의 양을 겨루는 시험이 아니라, 교과 교육과정 속에서 기초 역량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그럼에도 일부 학원들은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불수능 → 불○○ → 조기 사교육 확대’라는 공식을 재빠르게 전파한다. 그러나 교육에서 불안과 두려움은 결코 생산적인 동력이 아니다. 그런 심리에 기반한 선택은 장기적 학습 동기를 약화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삶을 미래의 점수를 위한 현재로 축소할 수
더에듀 | “AI가 알려준 답을 그대로 쓰지 말고, 왜 맞는지 자신의 말로 설명해 보세요.” 최근 한 중학교 수업에서 교사가 던진 질문이다. 많은 학생이 AI가 내놓은 결과를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였지만, 그 과정을 설명하라는 수업 교사의 요청에는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사례는 오늘의 교육이 직면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AI가 제공하는 학습 효율성과 학습자가 스스로 사고를 점검하는 메타인지 능력, 이 두 가지가 함께 작동하지 못할 때 학습의 깊이는 확보되지 않는다는 우려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AI 교육에 있어 이 두 요소의 조화, ‘양자(兩者) 균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한쪽은 AI가 만들어 주는 학습 속도와 편의성, 다른 한쪽은 인간이 직접 사고하고 검증하며 스스로 배우는 힘이다. 이 둘 중 하나만 강조할 때 학습은 흔들린다. 즉, AI만 믿으면 사고력은 약화하고, AI를 경계하며 배제하면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을 놓치게 된다. 따라서 균형이 핵심이자 관건이다. 한 고등학생의 사례는 이 균형이 무너졌을 때의 문제를 잘 보여준다. 그는 AI 기반 문제풀이 앱으로 하루 수십 문제를 빠르게 해결했다. 초반에는
더에듀 |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 한편에는 유난히 붉게 남은 감 몇 알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농부는 마지막까지 알뜰히 챙길 수 있었음에도 일부러 감을 남겨둔다. 겨울을 버티는 산새들을 위한 작은 배려, 혹독한 계절 속에서도 생명의 숨을 잇게 하려는 지혜이다. 이 ‘까치밥’은 단순한 잔여물이 아니다. 자연의 순환을 이해하고 타자를 향한 온기를 잃지 않는 농부의 여유와 통찰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그리고 이 오래된 관습은 오늘 우리의 교육, 특히 미래 인재를 키우는 ‘인재교육’의 방향을 비추는 비유가 될 수 있다. 지금의 교육은 효율과 성취를 쉼 없이 요구한다. 학생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고, 학교는 결과 중심의 체제로 끌려가며, 교사는 지식 전달 이상의 여지를 마련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러나 농부의 감나무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모든 것을 다 거두어 버리는 교육은 생태를 무너뜨린다는 사실이다. 여유를 지닌 교육만이 지속가능한 미래의 성장을 낳을 수 있다. 까치밥의 정신을 교육에 적용한다는 것은 학생 안에 남겨둘 ‘성장 여지’를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아이들은 아직 익지 않은 감과 같다. 결점처럼 보이는 부분도 사실은 시간이 필요할
더에듀 | 최근 서울대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인 이혜정 교수의 ‘한일 IB 역사 공동수업이 보여준 미래’라는 기고(서울경제, 2025.11.29.)는 향후 한일 관계와 미래 세대인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를 제시해 주었다. 여기에는 11월 15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한국IB교육학회 학술대회에서 제주 표선고, 일본 나가노 요가다 고교 학생들이 화상으로 역사 공동수업을 진행했던 사례를 전달하고 있다. 두드러지는 사실은 같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서로 다른 교과서 기술 방식, 강조점, 서술 배경을 직접 비교·질문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그간 교실에서 접하지 못했던 ‘타자의 시선’을 생생하게 경험한 것이었다. 짧은 대화와 토론이었지만 그 안에는 정답을 가르치는 역사 수업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함께 그려보는 배움의 형식이 존재했다. 한국 학생들은 일본 교과서에서 식민지 지배를 축소하거나 모호하게 기술한 대목에 의문을 제기했고, 일본 학생들은 한국의 역사교육이 일제강점기 중심 서술로 협소하게 보인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때로는 감정이 오가는 순간도 있었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외교의 언어’가 도달하지 못하는 교육의 현실이 드러났다. 서로를 비난하는 대신, “왜 이렇게
더에듀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탐구 영역 응시 학생 가운데 사회탐구 과목 선택 비율이 역대 최고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탐구 응시생 중 약 77%가 사회탐구를 선택하고, 반대로 과학탐구 과목만을 선택한 학생은 20%대에 불과하다는 분석에 기반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기형적인’ 현상은 단순히 과목 선택의 문제를 넘어 우리 교육체계의 구조적 모순과 학생들의 진로 의식, 대학입시 제도의 영향을 복합적으로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교육이 추구해야 할 이상—학생 각자가 가진 흥미·적성에 맞추어 다양한 탐구 선택권을 갖고 미래를 설계하는 것—과 현실이 괴리되어 있다는 신호라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왜 발생했는가’를 되짚고,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실질적 사례와 함께 논의하고자 한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나? 우선 세 가지 주요 원인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입시에서의 ‘등급 경쟁’이 과목 선택 행태에 영향을 미쳤다. 학생들에게 사회탐구 과목은 상대적으로 준비하기 쉽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공계 희망자마저도 과학탐구 대신 사회탐구로 ‘안전하게’ 이동하는 ‘사탐런’ 현상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둘째, 문
더에듀 | “‘참교사병 오래 못 간다’ 조롱까지…교실 떠나는 젊은 교사들” 이는 최근 동아일보(2025. 11.22.) 사설의 단면이다. 이에 의하면 지난해 전국 국공립 초중고교에서 교직을 떠난 10년 차 미만 교사가 626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3년 만에 30% 늘어난 수치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국공립 초중고교의 자발적인 중도 퇴직 교사 수는 1004명이다. 이 중 62%가 10년 차 미만 젊은 교사였다. 사립학교까지 포함하면 이탈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젊은 교사의 연쇄 이탈로 공교육 위기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10년 차 안팎 교사들은 교직 선호도가 높던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교대에 진학하거나 임용시험에 합격한 이들로, 상당히 우수한 자원으로 평가된다. 우수한 교사들이 헌신과 열정을 잃어가거나 교단을 떠나는 것, 모두 공교육의 커다란 손실이다. 교사가 사명감을 갖고 신나게 가르칠 수 있는 교실이 돼야 공교육이 살고 교육의 경쟁력도 올라갈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교직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교사노동조합연맹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교권 침해 및 과
더에듀 | 올해는 이오덕(1925~2003) 선생이 가신 지 23년이 되고, 그의 탄생 한 세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필자를 비롯한 이 나라 교육계의 후학들은 한 시대의 사표로 살다 가신 선생을 기리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기억하고자 한다. 그는 분명 한국 교육사에서 대표적인 ‘삶과 글, 교육을 하나로 엮어낸 실천적 교육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교사·아동문학가·교육운동가로 활동하며 평생 ‘아이들이 자기 목소리로 말하고 자기 삶을 살아가는 교육’을 강조했다. 이 시대에 추진하는 이른바 생활 글쓰기, 삶을 가꾸는 교육, 참교육의 철학은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하거나 깊이 확장된 개념들이다. 2025년, 그의 탄생 100주년을 우리가 기리는 이유는, 그의 교육 방식이 여전히 의미 있고 오히려 현재의 학교가 더욱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삶에서 시작하는 교육 — ‘생활 글쓰기’의 혁명 이오덕 선생은 한국 교육 현장에서 대부분의 글쓰기 지도가 모범답안을 따라 쓰게 하는 ‘정답 글쓰기’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솔직하게 적는 ‘생활 글쓰기’를 교육의 중심에 놓았다. 필자 또한 한때 글쓰기의 과정을 익히면서 기본적
더에듀 | 임태희 경기교육감이 내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영어과목 듣기 평가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크게 일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영어 과목에서 실용영어 교육 활성화를 위해 한때 영어 듣기평가 문항 수를 50문항 중 17문항에서 45문항 중 22문항으로 확대했다 현재는 45문항 중 17문항으로 굳혀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임 교육감은 2026학년도 지역 수능 종합상황실을 방문해 현장 상황을 둘러본 뒤 “까다롭고, 사고 발생 요인이 높은 영어과목 듣기 평가를 폐지하는 쪽으로 국가교육위원회, 교육부와 협의하겠다”라고 밝혔다. 그의 ‘수능 영어 듣기평가 폐지’ 주장은 한 마디로 교육적 전문성과 현장성, 그리고 학술적 근거를 모두 결여한 위험한 정책적 제안이다. 표면적 이유로 제시된 ‘교통 통제’나 ‘행정 편의’는 교육정책을 흔들 만큼의 논리적 타당성이 없다. 이는 교육은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할 공공재이며, 학생의 외국어 실용 역량과 학습 기회는 교통 편의보다 우선하는 확고한 공적 가치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폐지론은 아이들의 미래를 사회적 불편과 맞바꾸는 셈이다. 우선 학술적 근거부터 살펴보자. 첫째, 영어 듣기평가는 사회
더에듀 | 2026학년도 대학입학을 위한 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각종 언론 보도에 나타난 고교생 후배들의 열띤 응원과 학부모의 노심초사 합장한 두 손에서 비장한 각오를 읽을 수 있었다. 앞으로 그날의 수능에 대한 온갖 구설이 난무하고 자질구레한 일들이 또한 언론에 등장하겠지만 매년 수능의 난이도는 도마 위에 오르곤 한다. 어렵고 쉽고 하는 문제가 마치 롤러코스트를 타듯 올해도 벌써 사설 입시 기관들의 분석을 통해 설왕설래하고 있다. 매년 그렇듯이 수능이 끝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들이 있다. “올해 수능은 작년보다 어려웠다”, “국어가 너무 불친절했다”, “수학은 변별력이 사라졌다.” 수험생과 학부모, 교사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지만, 정작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늘 “난이도는 예년과 비슷하다”고 답한다. 그런데 왜 체감 난이도는 이렇게 요동치는 것일까? 그리고 정말 ‘매년 안정적인 난이도 유지’라는 것이 불가능한 일일까? 사실 수능의 난이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는 것은 단순히 문제를 비슷한 수준으로 내면 되는 문제가 아니다. 출제위원들은 해마다 교육과정, 학생 학력 분포, 학교 현장의 변화, 그리고 사회적 분위기까지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