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저, 실장님, 죄송한데 내일은 제가 올 수가 없을 거 같아요.” “괜찮아요, 지금도 충분히 도움이 되고 있어요.” 아무래도 긴급 보결 교사는 보결 요청에 바로바로 잘 반응해 줘야 더 자주 연락 받을 수 있는 것은 서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학교에서도 빠르게 안정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니까. 그래서 다른 일이 있을 때는 미리 통보하기도 한다. 다른 일이라는 게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부분 미리 알 수 있는 사안은 세 아이의 아빠로서 아이들의 학교 행사나 병원 예약 등과 같은 일들이다. 대체 인력으로 근무하기 때문에 전업으로 일하는 아내보다 유연하게 쉴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 예약 때문에 학교를 빠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 학교 행사나 병원 예약 때문에 일을 쉰다면 납득하기 힘든 이유일 수 있지만, 그건 이곳의 환경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중병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저는 갈원중 교감인 채귀연입니다. 오늘 면접은 다섯 가지 질문에 한 명씩 차례를 돌아가며 모두 각 3분씩 답을 할 겁니다. 한 질문에 답을 다 하고 나면 약간의 토의 시간을 제공할 거에요.” “저는 박미선입니다. 구릉초 교장이랑 교육국장을 하고 지금은 퇴직했어요. 그러면 일단 아이스브레이킹을 할 겸, 교실 현장을 표현한 한 단어를 골라서 포스트잇에 쓰시고, 돌아가면서 고른 단어와 이유를 나눠봅시다.” “저는 ‘안전’을 골랐습니다.” 이번 주중에 있었던 회암교육청 면접의 시작 장면이다. 이번 주는 아직 환절기 전이고 학기 초라 아직 일하러 오라는 연락을 한 번도 받지 못했지만, 주초에는 받았어도 가지 못했을 것이다. 정규 보결 교사 채용 면접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서 보결 수업 이야기 대신 채용과 면접 과정에 대한 일기를 써볼까 한다. 보통 정규 보결 교사 공채는 봄에 많이 이뤄지는데,
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꺄아!” 짝짝짝! 앞 반과 뒤 반 아이들이 오가는 비는 시간 5분 동안 농구 골대에서 혼자 슛을 하고 있는데, 골이 들어가자 갑자기 박수와 환호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위쪽을 돌아보니 체육관 2층 헬스장에서 고등학생 무리가 손을 흔들었다. 작년에 중학교에서 가르쳤던 8학년 학생들이 이제 9학년 고등학생이 돼서 수업받던 중 나를 알아본 것이었다. 새 학기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 나도 반가워 손을 흔들어줬지만, 민망해서 더 이상 농구를 계속하지는 못하고 얼른 수업 준비로 바쁜 척을 했다. 지난 학년도 첫 보결 수업의 풍경이었다. 어린아이들이 집에 있으니 젊은 보결 교사들이 하는 여름방학 문해 캠프 강사 일도 못 해 소득이 줄어드는 춘궁기, 아니 하궁기인 기나긴 여름방학이 지난 날이기도 했다. 갑작스레 상을 당하신 체육 전담 교사의 체육 수업을 할 보결 교사가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 (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어, 잠깐! 다시 돌아가. 아직 신호를 안 줬잖아.” “하지만 선생님, 언제 뛰어요.” “모두 준비되면 신호 줄 거야.” “빨리 좀 해줘요. 저 ADHD라서 지금 뛰고 싶은 걸 참고 기다릴 수가 없어요. 그냥 뛰게 해 주면 안 돼요?” 옥토중에서 어느 날 체육 수업 중에 있었던 상황이다. ADHD가 있는 지혜가 계속 출발 신호 전에 뛰어나가려고 해서 제지했더니, 에너지를 주체할 수가 없다며 게임을 안 하더라도 그냥 뛰게 해달라고 했다. 결국 뛰게 해줬더니 정말 전력질주로 체육관 양끝을 오갔다. 온타리오주는 통합교육을 지향하고 있어 대부분 학급에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몇 명은 있다. 문제는 보결 교사는 학생이 말하기 전에는 장애 여부를 알고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행히 학년이 높으면 지혜처럼 자기 옹호(self-advocacy)가 가능해서 필요할 때는 말하는 학생도 있지만, 중학
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 (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쌤, 기계가 기름이 없어서 안 켜지는 거 같은데 기름 좀 넣어도 돼요?” “안 돼. 왜냐면 난...” “아, 쌤은 정규가 아니라서 못하시는구나.” “아니, 난 미술 선생이라 기계 안전을 못 봐주니까 안 돼. 그냥 켜지 말고, 살펴만 봐.” 지난 학기 봄에 학교 전체 인터넷이 다운됐는데 운송 기계 수업의 계획이 자동차 부속에 관한 온라인 모듈 학습이었던 적이 있다. 할 수 없이 자습을 시키고 있는데 갑자기 실습실 뒤쪽에서 기계음이 났다. 가보니 남자애 넷이서 잔디깎이 시동을 걸고 있는 것이었다. 다가가서 “얘들아, 오늘 인터넷이 안 되는 바람에 계획돼 있던 온라인 모듈을 못 하게 돼서 자습을 시켰지만, 안전하게는 있어야지”라고 하니까 심심하던 것들이 기회를 만났다 싶었나 보다. 선생님을 갖고 놀려고 들었다. 선생님을 놀려보려고 애쓰는 아이들 여기 말로는 '로스팅(roasting)'이라
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 (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선생님, 제 대사 좀 봐주시겠어요?” “어디? 다시 문제를 읽어봐. 그냥 아무 대사나 쓰면 되는 게 아니고, 둘이 만난 이유와 앞으로 이어질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넣어야지.” “세희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네? 아무 캐릭터든 괜찮아.” “근데 아는 캐릭터가 없어요.” “어릴 때 디즈니 영화는 봤지? 그런 것도 괜찮아.” “어, 쌤, 얘가 제 연필 가져갔어요.” “연필 돌려주고 너는 돌아 앉아서 앞 보고 니 꺼 해.” “그치만 우린 짝으로 같이 하고 있어요.” “한 번 봐봐, 그래서 뭘 같이 쓰고 있는데?” 어느 날 영어 수업 중 서로 다른 작품에 나온 두 캐릭터의 대화를 쓰라는 창의적 글쓰기 활동 중의 모습이다. 이 아이에서 저 아이로 끊임 없이 교실을 돌아다니면서 때로는 행동에 주의를 주고, 때로는 개별적인 조언을 해주기도 해야 했다. 교사에게 수업 시간은 걸어다니는 시간 그런데 사
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 (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따르르릉! “네, 정은수입니다. 오늘 이대현 선생님 대신 근무하고 있습니다.” “네네, 점심시간에 잠시 내려오셔서 안전사고 보고서 작성하시고 가세요.” “네?” “김재식 학생 그 반이죠?” “아, 네. 네, 맞아요, 알겠습니다.” 지역교육청 주관 배드민턴 대회 감독으로 출장을 간 선생님을 대신해 상지고에서 파워 피트니스 수업을 하던 중 행정실에서 전화가 왔다. 안전사고라니, 심장이 철렁했다. 안전사고가 났는데 사고 상황을 보지도 못했다. 재식이는 분명 조금 전에 잠깐 행정실에 갔다 온다고 하고 갔는데 그게 다쳐서 간 거였다니. 관리·감독 책임을 묻기라도 한다면… 앞이 깜깜했다. 비정규직 외국인 노동자 신분에 소송이라도 당한다면 감당할 자신도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일할 때 직접 재판을 도와준 사건도 생각이 났다. 그 사건에서도 선생님은 최선을 다해 관리·감독을 했지만, 한순간 아이 한
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 (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얘들아, 보결 교사가 왔다고 함부로 행동하면 안 돼! 참, 쌤 이름이랑 전공이 어떻게 돼요?” “정은수입니다. 미술이랑 수학이고 곧 사회나 역사 부전공도 딸 거예요.” “얘들아, 정 선생님은 조리 전공이 아니라서 실습은 안 하겠다고 해도 되는데 일부러 너희를 위해 하고 있는 거야. 잘 따르도록 해. 내가 바로 옆 교실에 있다가 한 번씩 와 볼 거야.” “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여러 해 동안 보결을 해 봐서 어떤지 알아요. 근데 진짜 불편하시면 실기 수업은 안 하셔도 돼요.” “괜찮아요. 저도 집에서 아이들이랑 요리는 종종 하니까 별 문제 없을 거예요.” 가르치고 있는 교실 학생들이 복도에서 지나가면서 떠들자, 옆 교실에 있던 사회과 부장 선생님이 들어와서 몇몇 아이들이 지시에 바로 따르지 않는 걸 보고는 잠깐 거들어주셨다. 상지고에는 선택 과목으로 식문화 수업이 있는데,
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 (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다른 교과 수업은 상지고에서는 어떻게 해? 내가 상지고에서 수학 자원봉사 할 땐 사실 되게 지루했거든.” “처음 보결 갈 때는 당황스러웠지. 내가 실습할 때는 교과서 한 번 안 쓰고, 우리가 연수 받을 때 배운 대로 다양한 활동을 했는데 막상 보결 수업 계획은 그냥 영상 보고 학습지에 답안 쓰는 거였으니까.” “내가 보결 처음 할 때는 수업계획이 그냥 교과서 읽는 거라 좀 당황스러웠어.” “맞아, 교과서로 그냥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 “근데 애들이 전혀 참여하려고 안 해서 나중에 물어보게 됐는데, 보결 교사가 올 때만 그렇게 하는 거고 그래서 애들도 더 재미가 없던 거더라고.” “응, 거의 한 해를 한 학교에 쭉 다니다 보니까 그것도 선생님마다 달라서 어떤 선생님은 진짜 수업 계획을 그대로 주는 경우도 있고, 또 그냥 보결 교사가 진행할 수 있게 좀 더 단순한 계획을 주는 경우도
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 (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실장님, 포워딩해 주신 파워포인트가 안 뜨는데 열어보셨나요?” “아뇨. 그냥 포워딩했죠. 한 번 볼게요.” “네, 확인 부탁드려요.” “어라, 저도 안 되네요.” “지금 서단아 선생님은 연수 이미 시작해서 연락 못 받겠죠?” “아무래도 그렇죠. 학습지 보니까 기본적인 내용이니까 그냥 캐나다 식생활 가이드에서 비슷한 내용 찾아서 하면 되지 않을까요? “네네, 그럼 제가 다른 소스 찾아서 해볼게요.” “은수 쌤, 유연하게 대처해줘서 고마워요.” 이날은 순회 보건 교사 대신 수업을 들어가는 날이었는데, 아침에 도착하니 수업 계획이 준비돼 있지 않았다. 보결 수업하다 보면 이런 일이 가끔 생기는데, 갑자기 선생님이 너무 아파서 뒤늦게 병결을 요청하고 수업자료도 그제서야 부랴부랴 준비해서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시간표도 모르고 시작한 정신없는 하루 1교시 시작하고 20분 만에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