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학문의 세계는 끊임없이 연구 결과를 내놓는다. 평생 배우는 전문직이자 평생학습의 모범이 되어야 할 교육자가 이런 연구를 계속 접하면 좋겠지만, 매일의 업무로 바쁜 일상에서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독자를 위해 주말 취미가 논문인 객원기자, 주취논객이 격주로 흥미롭고, 재미있고, 때로는 도발적인 시사점이 있는 연구를 주관적 칼럼을 통해 소개한다. ‘읽기의 과학(Science of Reading)’ 이야기를 했으니 ‘수학의 과학(Science of Math)’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선 회와 마찬가지로 중학교 수학 교사라서 이 얘기를 하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스스로 정체성은 부전공인 역사고, 주전공도 수학이 아닌 미술이다. 수학 교육은 문해 교육보다는 쉽게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깊이 관심이 있는 분야는 아니다. 그런데도 이번에 또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 이 시대 교육 패러다임의 흐름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대는 학생이 맥락 속에서 직접 지식을 구성하는 사회구성주의가 효과적이냐 아니면 직접 교수를 통해 한발 한발 걸음을 알려주는 직접 교수가 효과적이냐 하는 힘겨루기의 한가운데 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름의 유
더에듀 | 말은 칼처럼 날카롭고 빠르지만, 품격 있는 훈육은 바람처럼 부드럽고 깊게 스며든다. 그러나 우리는 아이를 꾸짖을 때, 종종 말보다 감정을 먼저 꺼내놓는다. “왜 말을 안 들어!” “너 때문에 미치겠어.” 이런 말은 교육이 아니라 감정의 분출이다. 아이는 잘못을 깨닫기보다 어른의 분노를 두려워하게 된다. 진짜 훈육은 다르다. “그건 잘못된 행동이야.” “지금 네가 한 말이 친구를 아프게 했단다.” “다시 한번 기회를 줄게. 이번엔 다르게 해 보자.” 이 말들은 아이를 비난하지 않는다. 행동을 바로잡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다. 존중을 잃지 않으면서 기준을 세우는 것, 그것이 품격 있는 훈육이다. 말은 감정을 터뜨리는 통로가 아니라, 관계를 이어주는 다리여야 한다. 감정에 휩쓸린 말은 순간은 시원할지 몰라도,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반대로 단호하면서도 따뜻한 언어는 아이에게 경계와 신뢰를 동시에 준다. 그래서 아이는 “혼났다”는 기억보다 “사랑받았다”는 기억을 더 오래 품습니다. 교육은 결국 말로 완성된다. 그 말은 지시가 아니라, 존재를 일으키는 언어여야 한다. “다시 해 보자.” “괜찮아, 지금부터가 중요해.” “선생님은 네가 해낼 거라 믿
더에듀 | 학생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신뢰할 때, 교사와 학부모의 소통은 더욱 건강한 교육 공동체를 이룰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교육부가 내놓은 ‘이어드림(학부모 소통 서비스)’의 ‘귀 기울여 듣고(Ear) 희망을 드린다(Dream)’는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소통창구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어드림’의 현실을 들여다본 교육 현장에서는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은 소통의 다리를 놓기는커녕, 교사를 특이민원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상담이라는 이름의 덫, 교사에게 전가되는 책임 ‘이어드림’ 시스템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민원’과 ‘상담’의 경계가 허물어졌다는 점에 있다. 학부모가 이용하는 화면 그 어디에도 ‘민원’이라는 공식적인 용어는 찾아볼 수 없으며, 모든 소통 요청은 ‘상시상담’, ‘온라인상담’ 등 ‘상담’ 명칭만 존재한다. 이는 단순한 용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현행법상 ‘민원’은 학교라는 기관을 대상으로 제기되며, 민원처리법에 따라 기관장의 책임 아래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처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상담’은 교사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비공식적
더에듀 | 올해 고1 대상 전면 도입된 고교학점제에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새 정부도 이 같은 문제의 인식 속에 몇몇 대책을 내놨지만, 이 또한 논란에 빠지면서 가야 할 길이 험난한 상황이다. 국회는 국정감사를 맞아 고교학점제에 대한 집중 검증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이에 <더에듀>는 교사노조연맹 소속 교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고교학점제가 현장에서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지 살피면서 교사들의 주장을 확인하고자 한다. 약으로 버티는 아이들에게, 나는 ‘관계’를 처방했다 “약 없이 잠을 못 자요.” “사는 게, 제 적성에 안 맞는 것 같아요.” 학년말이 되면, 학생들은 담임교사에게 의지하며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다. 해가 지날수록 신경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것을 체감한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우울증 연도별 진료인원수 전체 추이 (전국, 16~18세 합계)」는 2020년에서 2024년 사이 약 1.8배 증가했다. 경쟁 사회와 불신 사회 속에서 이미 아이들의 마음은 가난해진 지 오래다. 다년간 이런 아이들을 보살피며 깨달은 것은, 의외로 해답은 학급 안에 있다는 것이었다. 학생 A는 만
더에듀 | 요즘 지상파 방송을 통해 등장한 “어부, 어부, 어부바~, ○○!”이란 한 글로벌 은행의 광고가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 다가갈 수 있는 따뜻한 동행의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가 어릴 적 들었던 익숙한 ‘어부바’라는 말이 주는 향수를 자극하고 잔잔한 동심의 미소를 짓게 만들어도 준다. 마음의 고향, 어머니의 다정하고 따뜻함을 느끼면서 어딘지 든든하고 의지하고 싶은 마음도 불러일으킨다. ‘이 울림 있는 메시지를 우리의 교육 현장인 교실에도 적용해 본다면 어떨까?’ “선생님, 오늘은 그냥 제 얘기만 들어주면 안 돼요?” 어느 고등학생이 조용히 털어놓은 말이다. 수능을 앞둔 압박, 친구 관계의 갈등, 가정의 어려움마저 겹친 학생은 어느새 지쳐 있었다. 책상 앞에 앉아 있지만, 마음은 이미 무너져 있었다. 그 순간, 그는 의지하고 싶은 절대적인 대상을 찾고 있었다. 이때 교실 안의 교사가 바로 최적이라 할 수 있다. 교사가 해야 할 일은 교과서 지식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가만히 업어주는 것이다. 이는 최선이자 최대의 교육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전례 없는 복합적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 3년
더에듀 | “기승전 대학입시, 수능시험!!” 학교에서 교사들이 교육 문제를 고민하다 결국은 자조적으로 나오게 되는 말이다. 올해 수능 시험일은 11.13일(목)이다. ‘수능디데이’를 검색하다가 깜짝 놀랐다. 2028년 수능시험까지 1/100초 단위로, 끊임없이 실시간으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빠르게 바뀌는 시간을 계속 보고 있자니 수능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필자에게도 긴장감이 절로 느껴진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바뀌는 광고문구에 나와 있는 위 문구대로 수능은 ‘성장을 이끄는 힘’이 될 수 있을까?’ 아마 차마 노골적으로 ‘성공’이라 쓰지 못하고 ‘성장’이라는 말로 두리뭉실 우회했으리라 짐작된다. 실재는 학생들에게 성공도 성장도 아닌, 경쟁과 고통의 길이다. 대학입시, 유초중등교육 시계가 향하는 곳은? 수능시험은 마치 블랙홀처럼 유초중등교육을 파행의 길로 빨아들인다. 아무리 좋은 교육정책도 대학입시 앞에서는 길을 잃고 휘청인다. 어쩌면 태어나는 순간부터 입시교육은 시작된다. 한때 영어교육 조기 열풍 속에서 좋은 영어발음을 위해 혓바닥 밑부분을 절개하는 수술이 유행이었다. 전문가 의견으로 ‘해부학적으로 말도 안되는 수술’이었다. 한때 이 문제는 정부가 대응
더에듀 | 교육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성장 자산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교육의 목적과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있어 학생들의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며, 함께 활용하는 방식을 찾아가는 소통 교육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독자의 관점에서 교육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교육의 방향에 대한 이해와 토론을 이끌어 내는 의미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이루기 위해 교육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최근 우리 사회를 휩쓴 ‘교권 추락’에 대한 깊은 우려는 일면 타당하다. 일부 심각한 교권 침해 사례는 교직의 본질을 위협하며 공교육의 위기로까지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4 교원 및 교직 환경 국제 비교 조사(TALIS)’ 결과는 이러한 세간의 인식과 다소 상반되는, 한국 교직 사회의 흥미로운 면모를 드러낸다. 이 결과는 교사를 단순한 ‘직업인’이 아닌, 우리 사회의 미래를 책임지는 ‘사회적 전문가’로서 존중해야 할 이유를 명확히 제시한다. 교사를 향한 ‘존중’의 재발견 조사 결과, 한국 교사 10명 중 8명 이상(81%)이 학생들로부터 존중받는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이는 OECD 평균(71%)보다
더에듀 |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이맘때쯤 야구장은 오히려 더욱 뜨거워진다. 많은 이가 기다리고 고대하던 가을야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경기장에서 바라보는 선선한 바람 속, 마운드 위의 선수들은 여전히 땀으로 얼룩진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프로야구의 포스트시즌, 이른바 ‘가을야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홈팀과 원정팀의 지역은 그 어느 축제보다 활력이 넘치고 살아 움직인다. 선수들의 승부는 단지 공과 방망이의 싸움이 아니다. 그 안에는 치열한 삶이 있고 교육이 담고자 하는 모든 가치(끈기, 협력, 도전, 회복)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우리의 청소년들은 그 장면들을 보고 듣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때로는 교실보다, 교과서보다 더 진한 가르침이 바로 이 가을의 그라운드에서 피어나기 때문이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위로 – 오재원의 마지막 눈물 2022년 가을, 두산 베어스의 오재원 선수가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수비수였고, 팀을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리더였다. 하지만 은퇴식 날, 그는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후회도 많았고, 부끄러운 날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건…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더에듀 | “선생님이 나를 보았어요.”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속에는 깊은 울림이 있었다. 꾸중도, 칭찬도 아니었다. 그저 교사의 눈빛을 마주친 순간, 아이는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느꼈던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의 말을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무슨 말을 들었는지는 잊어버려도, 그 말을 건넬 때의 표정과 눈빛, 목소리의 떨림은 아이들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요즘 교실은 ‘말 많은 교실’이 되었다. 설명하고, 지시하고, 타이르고, 훈계한다. 그러나 아이는 말보다 그 말의 그림자를 읽는다. 입으로는 “괜찮아”라고 하지만 표정은 “실망했다”고 말하고, “기다려”라고 말하면서 눈빛은 “지겹다”고 속삭인다. 아이들은 그 모순을 정확히 느낀다. 그래서 교육은 ‘무엇을 말했는가’보다 ‘어떤 눈빛으로 바라보았는 가’가 더 중요하다. 누구나 가장 따뜻했던 순간과 가장 서러웠던 기억을 떠올리면, 그 안에는 언제나 한 사람의 표정이 남아 있다.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잡아준 선생님.” “무서운 얼굴로 끝까지 눈을 마주쳐준 선생님.” 그 표정 하나, 눈빛 하나가 말보다 깊은 흔적으로 남아 아이의 마음에 ‘자기 존재의 무게’를 심어준다. 교육은 결국 관계이다. 그리고 그 관계
더에듀 | 공교육은 입시와 경쟁, 시험, 서열 등으로 아이들의 생각과 삶을 단단하게 고정해 놓고, 삶 자체를 좋은 성적,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이라는 정해진 트랙 위에서 움직이게끔 한다. 이 트랙을 성실하게 달리는 사람에겐 모범 학생이라는 훈장을 준다. 그런데, 울산 최초의 공립 대안중학교인 울산고운중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순응적이고 수동적인 삶을 넘어 저항적이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철학 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과 삶에 대한 사색의 의미를 알려준다. 이에 <더에듀>는 아이들이 자유롭고 비판적인 사유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꾸려가는 데 도움을 주는 박상욱 철학교사의 수업을 소개하려고 한다. 그는 “교육이 경쟁과 입시로부터 자유로울 때 아이들의 철학적 사유는 더욱 풍요로워지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더욱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나를 온전히 안다는 것이 가능할까?’ 잘 생각해 보면, 나라는 존재는 생각과 물질로 이루어진 생물학적, 문화적, 철학적, 사회적, 경제적 구조의 집합체에 가깝다. 그렇기에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르다. 미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