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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더하기-박남기] 10년 후 "나는 대한민국 교사입니다"를 듣고 싶다면

대한민국 초등교육 발전을 위한 초석 다지기

[더에듀] 초등교육의 질은 초등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다. AI시대가 되면 학생들이 AI에 의존하며 중독되는 것을 막고 AI를 활용하여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도록 이끌어 줄 사람은 교사이기 때문에 교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그런데 최근 교대 신입생 질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현재와 미래 학부모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초등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기초를 탄탄하게 다져야만 다음 단계인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을 통해 원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

 

2018년 9월, 타임즈는 3회에 걸쳐 미국 교사가 처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커버 스토리를 내보냈다. 그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나는 20년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 월급으로는 차 수리를 할 수도, 두통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갈 수도 없습니다. 자녀의 미래를 위한 저금은 생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나는 미국의 교사입니다”(2018년 9월 24일 타임즈 커버 스토리).

 

미국 대도시 밖의 학교는 교사를 구하기 어려워 4년제 졸업자는 아무라도 지원하라는 구인광고가 나붙고 있을 정도이다.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교사 지원율이 급락하면서 초등학교에서 학급을 맡을 담임교사가 없는 교실이 크게 늘고 있다.

 

공립학교가 무너져도 자신들만의 사립학교를 만들거나 사교육기관을 통해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부유층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적게 받는다. 공립학교의 붕괴는 일반 국민 대상 교육의 실패를 의미하고, 이는 국민 전체의 질 저하와 사회 양극화 심화로 이어진다.

 

예상되는 미래 교육 문제를 완화하고자 한다면, 국가가 적극적으로 관련 제도를 개선해가야 한다. 교사가 보람과 긍지를 느낄 수 있도록 제반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처우를 개선하며, 교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가야 한다. 교원지위법 제2조 교원에 대한 예우와 제3조 교원보수의 우대 조항부터 제대로 구현해야 할 것이다.

 

교대 정원이 줄어들면 교대의 교육여건이 좋아져야 하는데 반대로 가고 있다. 전문직종 양성기관인 의대와 법학전문대학원, 그리고 특수목적대학인 과기원과 사관학교 등은 대부분 입학 정원이 150명 이내이다. 의대의 경우에는 정원이 40명인 곳도 있다.

 

2024학년도에 3847명인 교대 정원은 2025학년도에 12% 줄어들면 3390명이 된다. 교대당 평균 340명 수준이다. 교대는 다른 전문직종 양성 대학과 비교하면 그 규모가 두세 배는 큰 대학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사회는 소규모이니 종합대에 통합 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를 펴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정부의 지원이다. 과거에는 사관학교처럼 등록금도 받지 않고 생활비까지 주었다. 그러다가 일반 대학에 비해 훨씬 낮은 등록금을 부과하며 교대 교육비는 정부가 지원해 왔다. 그 이후 등록금은 올리지 못하게 하면서 교대에 주던 특별지원금은 줄여 초등교사 양성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현재 교대 등록금은 일반대학에 비해 훨씬 낫다. 2023년 4월 기준 일반대는 683만 4천원이고, 교대는 339만 9천원이다. 그러나 낮은 등록금에 상응하는 특별재정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결과 교대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일반대만이 아니라 전문대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교대를 종합대학과 통합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교원양성 프로그램 통합 운영이다. 이를 위해서는 종합대학 내의 교원양성 프로그램이 교대 캠퍼스로 오거나 교대가 종합대학 캠퍼스로 들어가야 한다.

 

광주교대는 5만평 캠퍼스에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초등교사를 양성하고 있다. 이러한 규모의 초등교원 양성기관을 종합대 캠퍼스 내의 조그마한 단과대학으로 보낼 경우 교원양성을 제대로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현실적인 방안은 제반 교원양성 프로그램을 교대로 통합하는 것인데 종합대 내의 사대는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 오래전에 제주교대와 제주대가 통합했지만 원래 계획과 달리 사대가 나오지 않아 교대는 사라캠퍼스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대신 제반 학교 경영권만 제주대학이 가져간 결과 행정직원 수가 큰 폭으로 줄었고, 교육의 질도 떨어졌다.

 

과기원이나 사관학교를 인근 종합대와 통합한다면 유사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최근 시도되고 있는 부산대와 부산교대 통합도 계획과 달리 사대가 나오려 하지 않아 제대로 된 통합이 이뤄지기 힘들 수도 있다고 한다.

 

만일 초등교사 양성교육의 질을 더 떨어뜨리고, 신입생 자원의 질도 더 떨어뜨려도 되는 상황이라면 껍데기만 통합해도 관계는 없다. 그러나 이는 대한민국 공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초등학교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그 이후 단계의 교육도 성과를 낼 수 있다. 초등교육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초등교사이다. 교대가 없는 상황에서 초등교사 양성기관을 분리 신설하고자 한다면 많은 비판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독립된 형태의 초등교원 양성기관을 가지고 있고,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뿌리를 내리며 대한민국 초등교육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교대 학생 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것도 다른 전문 직종 양성기관에 비해 두 배 이상의 학생 수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대를 없애고 종합대의 단과대로 편입시키려는 것은 교육생태계의 뿌리를 흔드는 것과 같다.

교대를 종합대에 통합하고자 한다면 기대하는 효과가 날 수 있도록 반드시 제반 교원양성 프로그램을 교대 캠퍼스로 보내야 한다. 의대의 경우처럼 1학년 교양과정 이수 기간은 종합대 캠퍼스에서 보내고, 2학년때부터 교대캠퍼스에서 전문직종에 부합하는 교육을 받게 한다면 원하는 프로그램 통합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때 유념해야 할 것은 종합대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교대 운영이 의대 이상의 독립성을 갖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의대나 법학전문대학원과 달리 대학 내의 투자 우선순위에서 최하위권으로 밀리고 있는 사대와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차제에 교대를 5-6년제의 학석사 통합프로그램(교육전문대학원 과정)으로 개편하는 안을 비롯하여 교대 교수 역량 강화, 교대 교육과정 개편 등 총체적인 교원양성교육 개혁을 시도하길 기대한다. 정부가 의사 양성에 엄청난 투자를 계획하듯이, 교사양성에도 상응하는 투자를 해야 한다. 복지는 오늘을 위한 투자라면, 교육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투자이다.

 

10년 혹은 20년 뒤 대한민국 공교육에 종사하는 초등교사가 미국 타임즈의 커버스토리도 장식하길 기대한다.

 

“나는 긍지와 보람 속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이 직업을 갖겠습니다. 나는 대한민국 교사입니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 초등교육의 미래만이 아니라 교육 전체의 미래,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 참고자료

- 박남기(2024.05.24.). 2040년 대한민국 교사의 모습. 세계일보.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523514629

- 교육부·대교협(2024.04).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 https://bit.ly/3U4rIN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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