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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더하기-이보미] 현장체험학습, 촘촘하고 일관된 안전 기준 정립이 필요한 때이다

 

[더에듀] 현장체험학습은 학창시절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한 켠의 추억이다. 답답했던 교실을 벗어나 친구들과 선생님, 부모님께서 정성스럽게 준비해 주신 도시락을 먹으며 바깥에서 즐기는 야외 체험을 떠올려 본다.

 

대부분 학생에게서 현장체험학습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은 자명한 일이다. 성인들에게도 현장체험학습에 대한 추억과 설렘은 여전하겠지만 안타깝게도 20년 전과 비교해 현재의 안전 관련법과 각종 제도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현장체험학습 관련 사고는 매년 잊을만하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각종 사망사고 등 중대 사고까지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별 학교 구성원들의 역량, 특히 인솔 교사에게만 온전히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현장체험학습은 학교의 교육과정으로서 구성원들의 자율적인 협의 과정을 거쳐 시행되어야 하며 이러한 내용이 초중등교육법 제23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8조에도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은 학교 구성원들의 협의가 여러 요인들로 인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

 

학생의 안전에 관해 이미 학교안전법(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 있고, 법에서는 매년 교육부와 교육청이 학생의 안전사고에 대한 예방과 대책을 세우게 해놨지만 현실은 교육청 직속 수련원에서의 활동조차 냄비밥 짓기, 텐트 숙박과 같은 위험한 활동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안전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장체험학습과 청소년수련활동에 관련된 법을 살펴보다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청소년활동진흥법 제9조 2항에는 “청소년수련활동을 주최하려는 자는 청소년활동진흥법에 제9조2항에 의거하여 그 계획을 각 지자체 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신고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있는데 청소년이 부모 등 보호자와 함께 참여하는 경우는 신고가 제외가 가능하다.

 

또한 같은 법 제9조의6(숙박형등 청소년수련활동의 제한)에서는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따라 신고ㆍ등록ㆍ인가ㆍ허가를 받지 아니한 단체 및 개인은 숙박형 청소년수련활동, 비숙박형 청소년수련활동 중 제36조제2항에 따라 참가 인원이 일정 규모 이상이거나 위험도가 높은 청소년수련활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청소년이 부모 등 보호자와 함께 참여하는 경우 또는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되어 있어 학교에서 보호자인 교사가 인솔하는 수련활동의 경우에는 청소년수련활동 인증을 받지 않고도 운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법의 사각지대로 인해 교육청에서는 직속 수련원에서 운영하는 수련체험활동을 수련활동이 아닌 자체적인 교육활동으로 주장하며 ‘청소년수련기관 인증을 받지 않은’ 위험한 활동을 교사의 인솔에만 의지하여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체적으로 법의 사각지대를 활용하여 교육청이 안전기준을 지키지 않고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또 대부분 지역에서 현장체험학습 매뉴얼을 배포하며 ‘학생·인솔자 여행 보험 가입’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수련활동 또한 학교의 교육활동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되기에 사고 발생 시 ‘학교안전공제회’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직속기관에서 수련활동을 할 경우 굳이 여행자보험을 중복으로 가입하지 않는 경우들도 있다.

 

최근 대구 팔공산수련원 야영에서 발생한 사고로 학생이 2~3도 가량의 ‘화상사고’를 당했다. 비급여 치료가 대부분이지만 학교안전공제회는 항목 중 일부만 보상하고 있어 온전한 보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교육청에도 학교안전공제회가 보상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상하는 제도가 없어 안타깝다.

 

결국 피해 학부모와 학생은 피해 회복을 위한 온전한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직면하며, 각종 소송으로 번져 교사에게 민사상의 책임뿐만 아니라 인솔 상 과실 여부에 따라 형사상 책임까지 떠안을 수도 있다. 지난 2022년 강원 속초에서 발생한 현장체험학습 학생 사망사고의 경우에도 현재 교사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돼 재판을 받고 있다.


법으로 교사의 면책 조항 만든 미국...매뉴얼 조차 제각각인 대한민국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교사에 대한 책임을 면책하기 위한 교육법을 제정, 교사의 부주의로 인한 중대한 과실이 아닌 경우 교사의 책임을 면책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른 나라의 현장체험학습 사례를 더 연구해 우리나라에도 적용할 수 있는 제도들을 도입해야 할 때이다.

 

우리나라 국가배상법에서는 공무원의 직무상 위법행위로 인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경우, 그 위법행위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기하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당해 공무원에 대해 구상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사례에서 보듯 교사들은 인솔 시 안전에 대한 주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가 있는지를 놓고 법정에 서야 하는 게 현실이다. 안전 주의 의무가 상황에 따라 모호한 경우가 많아 현실적으로 교사들이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를 반영하듯 각 교육청별로 존재하는 현장체험학습 매뉴얼 역시 추진 계획과 안전요원 배치 등이 제각각이다. 관련 체크리스트조차 상이한 경우가 많아 교사들이 어디까지 준비해야 하고 어느 선까지 예측하고 지도하고 예방해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지 천차만별인 것이다.

 

물론 현장체험학습의 목적과 상황 그리고 활동이 다르기 때문에 일원화할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인솔하고 계획하는 주체들이 꼼꼼하게 따져 준비해야 함에도 스스로 판단해 정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교사에게 책임을 묻는 것도 허용되어서는 안 될 일 아닌가.


제대로 된 보호장치, 국가적 차원의 일관된 안전 기준 정립


현장체험학습 실시에 따른 안전 기준은 국가적 차원에서 일관되게 세부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교육청 단위에서 확보하지 못하는 안전은 교육부가 나서서, 교육부가 확보하지 못한다면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

 

제대로 된 보호장치가 없는 현장체험학습은 학생을 위험으로 내몰 뿐만 아니라 교사에게 각종 책임 부담을 만들어 과거에만 존재하는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 역사의 뒤안길이 될 수도 있다.

 

우리 학생들에게 소중한 현장체험학습의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학교 밖에서 교육적 활동의 목표를 온전하게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욱 촘촘하고 일관된 안전 기준을 정립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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